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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평가, 이제는 탈바꿈할 때
강의평가, 이제는 탈바꿈할 때
  • 김성아 동국대·수학교육과
  • 승인 2018.03.19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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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일간지 인터넷 뉴스를 통해 대학생들의 강의평가에서 도를 넘는 ‘막말’들을 읽고 가슴이 몹시 답답한 적이 있다. 일차적으로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자 시행한 강의평가가 한편으로 교권을 침해하고 학생들의 인성에 반교육적인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니 씁쓸했다.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해보는 장인 대학에서, 객관적인 평가의 의미를 배우고 태도를 익히기기도 전에 평가를 하게 돼 생기는 착각과 망발이 아닐까. 그것도 익명으로 평가하게 되니 책임의식 없이 무례한 표현이 쏟아져 나온 것이라고 본다. 

평소 강의평가에 관한 학술논문과 신문기사를 읽고 또 여러 대학 교수들의 경험을 접하면서 강의평가 제도가 교육의 목적에 맞게 시급히 변신돼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교수들이 경험한 학생들의 비교육적 태도와 평가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그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무성의한 평가가 계속 되니, 많은 교수들이 이젠 강의평가 결과를 더 이상 열어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강의평가 제도가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해 교수법에 관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대학 분위기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강의평가 결과가 교수의 교육업적 평가에 연계돼 있는 까닭에, 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교수들이 학생들 앞에서 강의평가라는 단어를 꺼내기조차 꺼려한다.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유도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한 한 교수의 사례를 들어보면, “c 정도 수준의 강의평가를 받고 있는 교수의 수업에서 너희들이 받을 수 있는 성적은 C나 그 이하가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더니, 다음 학기 강의평가 점수가 상당히 올라갔다고 한다. 

또한, 성적 확인 전 단계에서 강제로 시행하는 학생의 강의평가 결과가 재임용 심사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이미 학술논문을 통해 주장돼 왔고 대부분의 교수가 동의할 것이다. 해당 강좌 내용에 대한 전문가인 교수가, 그 강좌에 관한 책 한 권도 읽지 않은 학생들이, 마치 자신들이 상위 전문가인양 수업 내용 선별과 교수방법에 대해 교수를 지도하는 투의 평가를 읽을 때, 학생의 평가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더군다나, 강의와 무관한 교수 신변에 관한 내용, 그것도 출처가 불분명한 부정확한 내용을 버젓이 쓴 사례를 들으면, 이런 식으로 악용되는 익명의 강의평가는 시급히 고쳐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전공 내에서도 개설되는 강좌들의 성격은 다르다. 그 성격에 따라 다양한 강의평가 항목 유형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강의평가 결과를 한 줄로 세워 우수강의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많은 교수들의 생각일 것이다. 강제성을 띤 강의평가에 진지하게 참여하는 학생은 여전히 수강인원의 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또한 강의평가의 품질에 대한 연구가 전무함을 드러낸 통계학 분야 연구자도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수업형태 속에서 배우고 합리적으로 비판하고 사고하며, 다양성 속에서 열린 마음을 키워가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모든 교수들이 강의평가 제도를 의식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부담 없는 수업만을 제공할 수도 없는 것이, 강좌들의 성격이고 취업을 고려하면서 교육해야 하는 대학의 현실이다. 강의평가제도가 그동안 학생들의 인성교육 면에서도 폐단을 초래하는 제도로 방치돼 왔으니, 이제는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아닌 ‘건의와 요청’으로 바꾸고, 협업과 새로운 분야에 대한 자율학습 능력을 요구해 빠르게 도래하는 인공지능시대에 부합하는 수업개선 제도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려면 학생의 강의평가는 막을 내리고, 학생이 아닌 대학당국이 교수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강의평가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학생들이 앱이나 웹으로 건의하고 요청한 내용에 대한 실시간 피드백의 여부와 질을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진정한 강의평가 제도가 절실하다. 평가결과를 웹상에 올려 교수 간 서로 공유하게 한다면 수업개선은 한 차원 높게 이루어질 것이다.

 

김성아 동국대·수학교육과

1992년 미국 씬시내티대에서 복소해석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서울대에서 수학교과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동국대 경주캠퍼스 수학교육과에 재직 중이며, 고등과학원 초학제프로그램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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