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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과목 개설보다 실패 시 재기 발판 마련이 중요
창업 과목 개설보다 실패 시 재기 발판 마련이 중요
  • 이해나 기자
  • 승인 2018.03.19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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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창업교육 5년, 현주소는

“대학생이 창업하려면 학교를 떠나야 하나요?”

지난 2013년 4월 열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고문의 서울대 특강 자리에서 나온 한 참석자의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교육부의 답은 ‘아니요’다. 교육부는 지난 2013년 9월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대학 내에 조성하려고 노력해 왔다. 5년이 흐른 지금 대학 창업교육은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 9일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김상곤)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은 학생 창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9개의 공공·민간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교육부는 대학 창업 유망팀을 선발‧육성하고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를 지속해서 확산해 대학 내 창업 도전 분위기를 조성 중이다. 

추상적으로 보이는 교육부의 지원책 가운데 대학 창업 기업에 초기 자금을 투자해 창업 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지원하는 ‘대학창업펀드’ 사업 확대 계획이 우선 눈에 띈다. 대학창업펀드 사업은 대학의 창업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로 대학과 정부의 공동자금출자(1=대학 등 민간:3=정부>)를 통해 결성된다. 지난해 정부 출자액 120억 원으로 처음 시작된 대학창업펀드 조성 사업은 5개 대학창업펀드를 선정했고, 대학과 공동자금출자를 통해 총 188억 5천만원의 펀드를 결성했다.

지난해 대학창업펀드에 선정된 연세기술지주 대학창업기업 투자조합은 정부가 22억 5천만원을 출자하고, 대학이 7억 5천만원을 부담해 지난해 말 총 30억을 결성했다. 지금까지 1개 기업에 투자했고, 다른 1개 기업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조합 관계자는 “처음 진행되는 사업이라 생소하기도 했고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각 대학의 기술지주회사는 원래 교수의 창업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대학 내 펀드 운용이 가능한 조직이 기술지주회사이기 때문에 대학생의 창업지원 업무까지 맡게 된 것. 아직 실적이랄 게 없는 대학생 창업 회사에 투자를 진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조합 관계자는 “△아이템 검토 △창업에 임하는 자세 등 복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창업펀드 조성 사업의 예산은 지난해보다 30억원 늘어난 150억원으로, 대학 등 민간에서 25%, 정부가 75%를 출자해 총 2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지난해 선정된 5개 대학창업펀드 가운데 3개가 수도권 소재 조합이었기 때문에 올해는 지방 창업 기업에 투자 비율을 제시하는 등 편중 현상을 개선할 계획이다. 지난해 지방 소재 대학창업펀드의 신청이 저조했던 탓도 있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은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대학창업펀드 사업 운영을 총괄하는 한국벤처투자 측은 “펀드 결성이 지난해 10월에 완료됐고 대학생이 창업한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특성상 아직 운영 성과를 논하기엔 이르다”며 “현재도 활발하게 투자 검토가 이뤄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의 창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대학창업펀드 사업이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 발표 후 4년이 지난 2017년에야 시작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창업을 희망하지 않는 대학생에게도 창업교육이 필요할까. 창업교육과 관련해 교육부와 긴밀히 협조하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관계자는 “창업교육의 기본이 되는 문제해결능력이나 창의력은 꼭 창업을 희망하지 않더라도 함양하면 좋은 덕목”이라며 “현실적으로 보자면 창업을 하지 않고 기업체 취업을 할 때도 창업교육을 받은 학생이 유리한 스펙으로 작용하는 등의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창업을 하고 싶은 대학생에게는 창업교육이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을까. 지난 2월 KAIST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노태준 모두의 캠퍼스 대표는 대학생이던 지난 2015년 창업을 감행했다. 그는 대학에서 창업 관련 교육을 받았지만 “대학의 이론 교육보다는 학생끼리 모인 창업동아리 활동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실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생이 주도해 창업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하고, 실패해 보는 경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 

‘창업은 성공하기 어렵고 실패할 경우 재기가 불가능하다.’ 지난 2013년 전국학생창업네트워크의 설문조사를 통해 밝혀진 대학생들의 인식이다. 실제 대학생 창업가는 “창업에는 실패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 마련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해나 기자 rhn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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