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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시대의 어두운 그늘
정보화 시대의 어두운 그늘
  •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화학
  • 승인 2018.03.1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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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화학

정보화 기술이 대학도서관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책이 가득 꽂혀있던 거대한 서가들이 사라지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도서관이 자랑하던 잔뜩 내려앉은 책이 사라지고, 온라인 검색·열람이 가능한 전자 학술자료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에 대학도서관들이 지출한 자료 구입비 중 전자 학술자료 구입에 투입된 예산이 65.5%였다. 앞으로 그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대학도서관의 입장에서 정보화 기술이 마냥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학도서관들이 전자 학술자료 때문에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매년 도서관이 지출하는 전자 학술자료의 ‘구독료’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2008년 565억 원이었던 구독료가 2016년에는 무려 1천 563억 원으로 뛰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사립대학들 중에는 고가의 전자 학술자료 구독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물론 교수와 학생들은 격하게 반발한다. 대교협과 대학도서관협의회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학술자료의 상업화는 어제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다. 유럽의 대형 출판사들이 1960년대부터 학술지 발간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정보화 기술의 발전으로 학술지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온라인 학술지도 등장하고, 검색 기능이 일반화되면서 학술논문의 온라인 유통이 훌륭한 수익 모델이 돼버렸다. 2013년에는 과학 분야의 학술지를 발간하는 출판사만 해도 무려 2천 여 곳에 이르렀고, 학술지의 시장 규모도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데이터베이스와 검색 기술을 갖춘 대형 출판사들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됐다. 오늘날 학술논문의 절반을 유럽의 5개 대형 출판사들이 독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공계 학술단체들도 SCI의 영향력 지수(IF)를 핑계로 학술지를 유럽의 대형 출판사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외국 기업과의 상업적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학술단체들 중에는 극도로 왜곡된 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저작권을 통째로 넘겨주는 것도 모자라 고액의 투고료?편집비?발간비까지 부담해주는 모양이다.
전자 학술자료의 구독료가 해마다 급등하는 것은 그런 대형 출판사들의 전형적인 갑질 때문이다. 출판사들이 구독·검색·열람에 엄청난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 구독료의 급등은 우리나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기관의 연구자들은 학술자료를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보화 시대의 어두운 그늘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사정이 특히 고약하다. 과학기술 분야의 학술자료는 대부분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원으로 생산된 ‘공적 자원’이다. 그런데 영리를 추구하는 출판사들이 자신들은 조금도 기여하지 않은 공적 자원을 활용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절대 정당한 일이 아니다. 출판사들이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제도도 악용하고 있다. 학술자료에서 얻은 불로소득을 연구자나 소속기관이나 연구비 지원기관에 돌려주거나 공익을 위해 활용하려는 노력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출판사의 탐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술자료의 온라인 열람·다운로드·복사·인쇄·검색·배부 등의 권한을 누구에게나 폭넓게 허용하는 ‘개방형’(오픈액세스, OA) 학술지가 그런 대안이다. 그러나 개방형 학술지의 발간 비용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출판사들이 개발한 검색 도구의 매력도 포기하기 어렵다. 고도로 발달하는 정보화 기술 때문에 학술자료의 자유로운 활용이 오히려 더 어렵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은 몹시 난처한 것이다. 정보 격차의 부작용을 해결할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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