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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도시 사로잡은 ‘한국춤’의 매력 
책의 도시 사로잡은 ‘한국춤’의 매력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3.19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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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전시 성료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이사장 이기웅)와 주독일한국문화원(원장 권세훈)이 공동주최한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전시’가 독일 라이프치히 도서전시장 4관에서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성황리에 개최됐다. 

파주출판도시의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는 ‘책을 통해 한국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알린다’는 취지로 지난 2013년부터 한국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전시의 주제 면면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맥락이 잡힌다. 한글(2013), 韓食(2014), 韓服(2014), 韓屋(2015)이라는 한국인 특유의 삶의 문화를 한 바퀴 돌아 지난해에는 한국음악을 소개했고, 올해는 한국춤을 주제로 여섯 번째 한국관 전시를 연 것. 이로써 우리 言語와 衣食住, 樂歌舞 등 한국문화의 전반을 개괄한 셈이다.

이번 한국춤 전시는 음악에 이어 두 번째로 치르는 개별 장르 전시다. 한국관 도서전에서는 ‘한국춤’과 관계된 주요 영인본 40여 종이 전시된다. 대표적인 책으로 궁중무용의 실체를 기록한 『呈才舞圖笏記』, 실제로 춤이 행해진 모습을 그림으로 엿볼 수 있는 『華城園幸圖』, 『平安監司響宴圖』, 『耆社慶會帖』 등을 꼽을 수 있다. 『정재무도홀기』는 조선 고종 때 궁중 정재의 절차를 기록한 舞譜로, 각 정재별로 배열도와 춤 진행 절차, 반주음악과 唱詞 등이 수록돼 있어, 한국궁중무용의 실체와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문헌 중 하나다. 『화성행원도』1795년 2월 정조가 8일간 어머니 혜경궁 홍씨(1735~1815)를 모시고 부친 사도세자(1735~1762)의 원소 顯陵圓에 행차한 뒤 베풀었던 성대한 연회를 그린 8첩 병풍이다. 당시 행해지던 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홍도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평안감사향연도』는 평안도 관찰사 부임을 축하하는 화려한 향연 장면을 담은 그림으로 「월야선유도」, 「부벽루연회도」, 「연광정연회도」의 세 폭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조선 후기 궁중정재의 하나인 劍舞 공연이 그려진 「부벽루연회도」가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조선시대 각종 의례의 제반 제도와 절차를 기록한 『국조오례의』, 『대악후보』, 『악학궤범 홀기』 등의 영인본과 실제 행해진 의례를 기록한 『진연의궤』(1902), 『진작의궤』(1828)도 전시됐다. 

도서전이 열린 첫날인 지난 15일 오전에서 열린 오프닝 행사에서 참가한 정범국 주독일대한민국대사(가운데)와 이기웅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오른쪽).   사진 제공=열화당

독일어판·영어판으로 번역된 『時用舞譜』

올해의 한국관 주제도서는 『시용무보』(국립국악원 소장)다. 18세기 후반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용무보』는 조선의 종묘제례일무인 「보태평지무」와 「정대업지무」의 순서와 동작, 술어를 그림과 문자로 기록한 무보로, 한국무용 사상 유일하게 무용의 실체를 圖譜로 설명한 문헌이다. 『시용무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지휘 보유자였던 성경린이 「『시용무보』 해제」를, 한명희 전 국립국악원장이 「신명의 춤, 優美의 춤: 종묘제례의 일무와 한국 전통춤의 개관」을 수록했다.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전시’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저널」도 올해부터 한층 쇄신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간 전시를 통해 축적된 한국 문화의 면모 위에 ‘올해의 특집’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전통춤의 미학과 한국적 컨템포러리 댄스의 현황과 과제, 지령 500호를 넘긴 무용잡지 <춤>에 관한 조명, 세계적인 舞姬 최승희의 편지를 비롯한 관련 자료와 K-pop 이야기까지 한국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여섯 편의 글을 수록했다.

특기할 것은 세계의 무희로 알려진 최승희에 관련된 자료 두 건이 공개됐다는 점이다. 첫 번째 자료인 「무용통신」은 1939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머물던 최승히가 일본 <아사히신문>에 보낸 편지다. 일본어로 씌어 잇던 편지 전문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 편지에 대해 장광열 숙명여대 겸임교수는(비평)는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1939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음악무용제에 최승희가 참가해 공연한 사실에 관한 기록이 있다는 점, 최승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브뤼셀 국제무용콩쿠르에 대한 소식들, 파리 샤요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최승희의 작품 중 절반 이상이 신작이었다는 사실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최승희를 격찬한 세계 유수 언론의 기록 공개

두 번째 자료는 1940년대 중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최승희 홍보 리플렛이다. 4면짜리 이 리플렛에는 무용평론가 우시야마 미츠루의 평론 「최승희의 무용예술」과 세계 유수의 언론에 실린 최승희 관련 기사가 기록돼 있다. 프랑스 <르 피가로>는 “최승희는 열반과 미소와 感淚와 황홀을 불러일으킨다”라고, 독일의 <라인 운트 루어차이퉁>은 “최승희는 심미적 환희와 풍미에 넘쳐, 그러면서도 가장 강하고 가장 깊은 인상으로 채워져, 우리에게 하나의 잊히지 않는 밤의 선물을 선사한다”고 썼다. 이 밖에도 자료집에는 한국춤의 미학적 특징을 ‘정중동’으로 풀어낸 글도 담겨 있다.

한국춤 관련 영상물도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제작한 「한국무용의 다양성」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유명한 춤의 거장부터 신예무용가까지 한국의 무용가를 다양하게 소개했다. 더불어 한국춤 명품 공연 영상도 상영돼 부스를 찾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웅장한 북소리를 보여주는 「舞鼓」, 모란의 아름다움과 우아한 여성미를 표현한 「佳人剪牧丹」, 천도복숭아를 바치며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獻仙桃」를 하나의 작품으로 재구성한 「태평성대」를 비롯해, 국립국악원에서 진행한 「한량무(이매방류)」, 「처용무」, 「살풀이춤(한영숙류)」, 「경기 검무」, 「승무(이매방류)」, 「산조춤」, 「향발무」, 「진도 북춤」 등이 상영됐다.

이번 전시에는 현지인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져 한국관의 활기를 더했다. 이기웅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은 “도서전을 통해 한해 한 해 만들어지는 책과 저널은, 외적으로는 한국의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가시적 성과를 축절될 것이며, 내적으로는 우리 전통문화의 문헌적 얼개가 큰 그림으로 드러남으로써 우리 문화 연구의 자양분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며 “책의 도시 라이프치히를 중심으로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독일의 문화를 배우는 문화도시 간의 교류가 확산되기”를 기원했다. 1년에 한 차례, 전시회에서만 잠깐 한국문화를 선보이는 것이 아쉬웠던 이 이사장은 추후 독일 내에 ‘한국의 도서관+책방’(가칭) 설립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문화가 여러 문헌과 자료를 통해 독일인들과 한국 교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소개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또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의 책이 독일로 진출하는 작은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다음해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전시’는 ‘民藝’를 특집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민예는 우리의 오랜 역사 속에서 민중들이 이뤄낸 예술세계로 소박하면서도 해학과 운치가 깃들여 있으며, 민간신앙과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문화의 정수다. 책의 도시 라이프치히는 다음해에도 여전히, 한 번 더 한국 문화에 빠져들 것 같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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