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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 분석 탁월 … ‘지식기반 사회’ 논의 부족
1950~60년대 분석 탁월 … ‘지식기반 사회’ 논의 부족
  • 정태석 전북대
  • 승인 2003.05.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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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서평 : 『지식 변동의 사회사』(한국사회사학회 편, 문학과지성사 刊)

 

정태석 / 전북대·사회학
한국의 사회학계에서는 1990년을 전후해 서구의 다양한 이론들이 소개되면서 지식에 대한 관심이 증폭돼 왔다. 이런 와중에서 ‘지식 변동의 사회사’는 특히 지식기반 사회에 대한 논쟁을 거치면서 지식 변동을 거시적, 역사적으로 조망해보려는 관심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식 변동의 사회사’의 과제와 방법을 정리한 ‘서장’을 읽으면서 들었던 기대는 책의 끝에 가서도 충족되지 못했다. 다양한 논자들의 단편적인 글들을 시대적으로 배치하는 편집상의 난점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식기반 사회’에서의 지식 변동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물론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식 변동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를 지닌다.

변화의 메커니즘과 사회적 효과
서장에서는 지식을 ‘체험적 지식’과 ‘학문적 지식’, ‘공리적 지식’과 ‘교양적 지식’으로 나누고, 또 지식 활동을 지식의 내용과 그 존재형태, 지식의 담지자, 지식의 제도(화) 등 세 가지 구성 요소로 구분한다. 그리고 지식과 권력, 지식과 집단, 지식과 계급의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지식 변동의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지식 변동에 대한 사회학적 관심이 무엇을 지향하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어느 시대에는 어떤 지식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그 지식들이 어떤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됐고 또 그 ‘사회적 효과’가 무엇이었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조선 시대 지식의 두 형식’은 퇴계와 허균의 지식 형식을 비교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어 이로부터 지식 변동과 사회 변동의 연관을 읽어내기가 어렵다. 이에 비해 ‘전통적 지식의 지속과 변용’, ‘지식 운동의 근대성과 식민성’, ‘식민지 시기 도일 유학생과 근대 지식의 수용’ 등은 개화기에서 일제시대까지 전통 대 현대(근대), 한국 문화와 서구 문화,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등 다양한 지적 대립이 중첩된 담론 지형을 시대적인 상황에 기반해 분석함으로써 지식 변동의 윤곽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50년대의 근대화론과 지식인’과 ‘1960년대 지식인과 이념의 분화’도 1950년대 다양한 사회세력들의 경제 개발론―민간 주도형, 국가 주도형, 사회 민주주의형―을 둘러싼 담론 투쟁과 1960년대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둘러싼 각종 이념들 ―반공주의, 민족주의, 자유민주주의, 성장주의, 평등주의― 및 지식인들의 합종연횡을 생동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5·16쿠데타와 박정희 군사정권에 대한 지식인들의 지지와 참여, 그리고 이후의 비판과 반대를 이념적 착종과 혼돈의 산물로 그리고 있는 것은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지금까지의 글들이 과거시기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후의 글들은 최근의 지식 변동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서장에서 제기된 ‘지식기반 사회’라는 쟁점과 관련해 지식기반 사회의 구조적 변동 원리를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글을 찾기가 어렵다. ‘대학의 과학 기술 지식 생산 구조의 변화’는 실용적, 공리적 차원에서 과학기술적인 지식 기반 확충을 위한 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시대, 지식 패러다임의 전환’은 디지털 시대의 지식의 생산·유통·소비의 특징을 나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여성학의 사회학’은 여성학의 이론적, 제도적 발달과정, 여성학과 여성운동 및 사회운동의 연관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식기반 사회의 전체적인 윤곽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사회 투자 가족’의 위기’는 지식기반 사회의 문제를 나름대로 포괄적 맥락에서 언급하고 있는 유일한 글이다. 지식기반 사회론이 ‘신지식인론’을 내세우면서 지식의 중심을 ‘학문적, 교양적 지식’에서 ‘실용적, 공리적 지식’으로 과도하게 이동시켜 놓고 이를 통해 ‘실용적 교육’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고 할 때, 이런 변화가 어떤 ‘사회적 효과’를 낳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부르디외의 개념을 빌면, 지식기반 사회 또는 지식정보 사회의 윤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식(교육)의 장에서 교육자본으로서의 ‘지식정보 자본’의 생산과 분배를 둘러싼 투쟁, 지식 자본의 경제 자본으로의 전환을 둘러싼 투쟁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한국사회에서 경제적 위기 이후 ‘사회 투자 가족’의 위기와 교육을 통한 경제적 불평등의 재생산에 대한 분석은 시의 적절하다. 다만 생산적 복지에 투자하는 ‘사회 투자 국가’에 대비시켜 개인적으로 교육에 투자하는 가족을 ‘사회’ 투자 가족으로 개념화한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지배와 배제의 수단
‘지식기반 사회’는 현대사회의 산업구조 변화의 양상을 개념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실용적, 공리적 지식에 대한 강조가 ‘과학기술적 합리성’에 기반한 ‘성장주의’ 담론의 지배를 지속시키는 지배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식기반 사회에서 지식에 대한 투자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부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지식자본이 어떻게 경제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여전히 기존의 계급불평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 자본가가 있듯이 지식 노동자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식은 다양한 수준에서 지배와 배제의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런 점들에 주목해 지식기반 사회에서 지식 변동과 사회 변동의 연관에 대한 좀더 심도 있는 분석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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