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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이 생각하는 해외 취업
전문대학이 생각하는 해외 취업
  • 안정근 경복대 국제교육처장
  • 승인 2018.03.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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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문대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해외 취업 역사는 짧지 않다. 2000년대 이전의 해외 취업은 취업이민이거나 국가적인 정책 또는 특정 지역에서의 일시적인 수요에 의해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00년대 이후 워킹홀리데이에 의해 해외 취업은 크게 일반화됐다. 물론 전문성이나 개인 커리어에 대한 기여도, 처우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최소한 취업시장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야를 크게 확대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해외취업은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전문성과 처우뿐 아니라 직무에 대한 만족도와 커리어 개발에 대한 기여도까지 크게 개선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넘어 자아실현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시점에서 해외 취업에 있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전문대학의 역할이다.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해외 취업과는 달리, 전문대학들은 학과 내에 별도의 트랙을 두고, 짧은 수업연한을 최대한 활용하여 입학단계부터 언어교육, 현지 수요에 맞는 전공직무교육, 현지적응교육까지 체계적으로 준비시켜 학생들을 해외에 진출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대학에서는 현지에 취업 추진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고 직접 해외 일자리를 발굴하면서 취업 전문 변호사까지 고용하여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지원 과정이 전문대학에서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왜 전문대학들은 이러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일까. 취업률만으로는 쉽게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우선, 취업의 질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 취업에 비해 뒤떨어지는 환경이라면 대학들이 해외취업 희망학생들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조직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해외취업 초기와는 달리 취업자들의 현지 체류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도 이에 대한 방증이 될 수 있다. 취업률 경쟁으로 멍든 국내 취업과는 달리 전문대학들은 해외에서 취업의 질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은 커리어 개발 가능성이다. 학생들은 국내 취업은 이미 높은 장벽을 형성하고 있고 그 벽을 넘더라도 그 뒤에는 또 다른 벽이 커리어 개발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해외 취업은 노력을 통해 이 두 개의 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안 중의 하나라고 전문대학들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취업성공 사례로 내세울 만한 모델을 찾는 것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용이한 이유가 여기에 있고, 해외 취업을 통해 국제적인 실무 경험을 쌓고 좋은 조건으로 국내로 회귀하는 우수 인력들이 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대학들이 더 긴 안목을 가지고 인력양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자아실현에 대한 지원이라는 측면이다. 몇 안 되는 소수의 학생들이 특정 국가로의 취업을 희망하면 대학은 기꺼이 이런 요구에 맞춰 취업 준비 과정에서 현지 정착에 이르기까지 개별적인 설계를 해주고 그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 몇몇 전문대학에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5명의 해외취업 희망자를 위한 외국어 강좌, 이들을 위한 교직원 지원조직, 그리고 해외 현지 멘토와 서포터들까지 부족함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도 일본 취업을 목표로 하는 간호 교육 과정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 간호사 자격을 취득해야하고, 최상위 수준의 외국어 능력과 함께 현지의 간호사 자격까지도 취득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앞서 언급한 대부분이 일들이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고 전공분야는 다르지만 많은 전문대학에서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이미 이들은 브레인 드레인의 논란이나 취업의 질, 처우의 문제보다는 높은 곳에서 해외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취업이 어려운 전공분야도 아니고 그 처우에 있어 큰 문제가 있는 직무가 아님에도 이러한 도전이 일어나고 있고, 전문대학들이 이를 경쟁적으로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안정근 경복대 국제교육처장

 

 

    안정근 경복대 국제교육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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