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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의 평가방식 변화를 요구한다
대교협의 평가방식 변화를 요구한다
  • 정진수 충북대
  • 승인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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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학문분야평가인정제라는 이름으로 물리학과를 평가한다. 11년 전에도 비슷한 평가가 있었으나, 우수한 평가를 받은 대학이나 미흡한 평가를 받은 대학에 어떤 변화도 없었다. 올해의 평가방식을 설명하는 1박2일의 연수회에서 평가 기준과 방식에 대해 많은 질책이 있었다. 대교협은 "예산지원 결정이 늦어져서, 평가대상 학과 발표가 늦어"졌지만, "12월까지 예산을 써야되기 때문에" 평가일정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올해 평가는 상대평가로 바뀐다고 한다. A급은 15%, B급이 25%이고, 60%에 달하는 대학은 C급이다. 작년의 절대평가에서 수학과는 80%의 대학이 A, B였는데, 왜 물리학과는 60%가 최하위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밝히지도 않는다.


평가의 기준도 모호하다. 학부 평가에서 교수 연구 봉사 업적만 11%를 차지한다. 학부에서 교수의 연구능력이 이만큼 중요할까. 교수의 연구능력과 교수능력은 다르다. 교수능력에 대한 평가는 하지도 않는다. 논문업적평가는 저자의 수로 나누어 점수계산을 하는데, 저자 수에서 학생을 제외한다. 5명의 학생을 거느리고 쓴 논문은 1편이고, 지방에서 기자재가 없어 다른 대학 교수와 공동연구를 하며 논문 1편 쓰면 0.5편이다.


작년의 현지평가위원이 공통적으로 "定性적 평가는 얼마나 情性을 들이느냐에 의해 좌우된다"고 지적하였다. 현실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얼마나 정성껏 준비했느냐를 평가한다. 작년에 토목공학과의 경우 이러한 평가가 전체의 40%를 차지하였다. 시간을 투자하면 40점을 "그냥 챙길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0점이란다.


요구하는 자료가 너무 많다. 어떤 과목에서 어떤 숙제를 냈고, 어떻게 평가했는지 근거자료를 요구한다. 지난 2년간 몇 명에게 어떤 학점을 줬는지 찾아내야 한다. 연락도 없는 지난 3년간 졸업생의 현 직장 전화번호까지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대교협에서 요구하는 자료 이외에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자료는 모두 정리 비치해" 놓으란다.


작년에 평가를 받았던 대학은 이런 일을 하느라 각 학과당 6명 정도가 4개월간 "수업도 제대로 못 했다"고 한다. 한사람이 1주일에 3시간 정도 수업을 못한다면, 올해 물리학과 평가는 약 2만 시간의 수업 결손에 해당한다. 올해 평가일정은 방학기간을 포함하므로, 가장 중요한 연구시간마저 뺏기고 말 것이다. 대교협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11년째 같은 평가방식을 고수하며, 연수회를 열어 시간 낭비를 종용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이미 한국 대학교육의 주요문제로 거론되는 대학의 서열화를 강화시킨다. 서열화 때문에 이미 열악한 지방의 군소 대학은 이 평가에 의해 존폐의 위협이 가중될 것이다. '이공계 기피'를 방관해오던 정부가 나서서 '기초과학의 말살'을 초래하는 형국이다.


평가를 하려면 합리적으로 해야한다. 시간을 두고 평가에 대비할 수 있어야,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은 개선할 수 있고 평가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효율적 평가 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대학에서 자료만 제공하면, 평가는 평가기관에서 수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물리학과가 수긍할만한 평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의 기준은 학문분야 특성을 무시하고, 모든 학문분야에 같은 잣대를 대려하고 있다. 총점 발표는 대학의 서열화를 심화시키므로 지양하고, 부문별 발표를 통해 각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한가지 제안을 하고싶다. 연수회 첫머리에 대교협 사무총장은 모든 평가가 "세계적 기준"의 잣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하였다. 이런 소모적 평가를 강행하는 대교협의 평가방식이 우선 세계적 평가 기준에 의해 평가 받아야한다. "12월까지 예산을 쓸"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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