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防災安全과 국가 탄력성
防災安全과 국가 탄력성
  •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3.1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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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

땅이 흔들리고, 시설물들이 무너지고, 태풍이 불어오고, 호우가 내려 홍수가 발생하고, 산사태가 발생하고, 폭설과 가뭄, 한파와 혹서, 화재와 각종 사고 발생, 자살과 부의 극한적인 편중, 신종 전염병의 전국화 내지는 세계화, 테러와 가치의 혼재와 상실. 그리고 극단화…….  

각종 자연재해와 시설재해, 사회적 재해, 건강재해 그리고 관재가 우리의 일상에 가득하다. 물질적 풍요는 있는듯하나 일상은 흔들리고 국민들은 마음 둘 곳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공직자들은 국민안전을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호언을 하고 있다. 믿고 싶고 기대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 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노력하여야 한다’고 말이다. 이것은 사실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국민안전(국방안전이 아닌)을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나라는 없다. 국민의 안전 즉 개인의 안전에 대해서는 개인의 노력과 책임이 더 중요하다. 국가(정부)는 다만 이러한 개인적 노력 의무를 지원하고 도와줄 뿐이다. 

그런데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선언하고 있으니 문제다. 그간의 발본색원, 항구대책이라는 방재안전행정 용어들의 남발에 따른 문제점들을 곰곰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지진이 나고 태풍이 오더라도 정부만 믿으면 되는 세상인 것 같다. 이것은 아니다. 재해·재난 대응, 즉 방재안전관리 탄력성을 키워야 한다. 

국가는 △건축규정의 강화 △댐이나 제방 축조 △하수관거의 확대 개선 △하천 정비 같은 구조적 대책으로 국민안전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통신수단을 포함한 소통수단을 확대해 재해·재난 정보를 공급하고 상황 발생 시 행동할 방법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서 그래도 피해(생명의 손실<사망>과 손상<부상>, 재산 피해 등)가 발생할 수 있으니 각 지역사회(기초 자치단체 이하의 수준)에 보건건강관리 기구를 설치하고 내실화해야 할 것이다. 외상치료는 물론 외상 후 치료도 적극적으로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재해·재난에 대비한 비상훈련도 필수적이다. 국민은 구경꾼이 아니라 행동하는 주인공이 되어 훈련 과정을 몸으로 익혀야 한다. 이 모든 일에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이러한 신뢰가 확립돼 있을까? 심히 의심스럽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각급 정부 기관원들은 재난 시 국민이 행동하면 효과적인 방법들을 제공하고 있다. 행동은 자율적이고 선택적이다. 우리처럼 의무규정이 아니다. 우리만 못해서 그럴까? 우리의 의사소통(통신) 기술, 사회적 소통 매체는 세계적이지만 정보가 늦다고 아우성이다. 정보가 전해지면 그다음에 따라야 할 행동은 어떤가? 거의 반응이 없다. 안전하고 싶은 욕망이 지나쳐 소위 ‘의도적인 안전 불감증’이 발동하는 것이다. 더욱이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문제다. 정보 발신자들의 정보 내용에 대한 전문성 부족도 여전하다. 

지역사회로부터 상향으로 전달되는 의사결정과 중앙 정부로부터 전달되는 하향식 의사결정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국가 탄력성 강화를 위한 절차들을 구체적으로 탐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하향식으로만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으로는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재해·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국가적 탄력성을 키우는 데 많은 문제점이 있다.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국가 재정으로만 해결하겠다는 정부 관료들의 생각과 이에만 기대고 있는 국민의 생각은 대수술이 필요하다. 

개인의 위험을 분담하는 재해·재난 보험도 원활히 보급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보험에는 국가 재정이 지원돼야 한다. 국가 재정 부담이 있더라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임을 선진국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 안전문제는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은 내가, 나아가서 내 이웃의 안전도 내가’라는 의식의 정착이 필요하다. 내 생명을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으니 말이다. 이러한 안전문화를 통해서 국가적 재해·재난 대응 탄력성을 키우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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