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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놀음으로 감춰진 질적 평가"
"숫자 놀음으로 감춰진 질적 평가"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05.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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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이상한 계산법

교수 1인당 논문수 2.81편(국내4위), 대학원생 1인당 논문수 0.43편(국내4위).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2년 과학논문색인(SCI) 저널 논문 발표 분석에 따른 서울대의 위상이다. 서울대가 기록한 발표논문 수 총 2천5백89편, 국내 1위·세계34위라는 성적에는 못 미치는 순위이다. 매년 시행하는 SCI 저널 분석에서 서울대는 논문발표수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서울대의 연구 업적의 질적 수준은 이에 못 미칠 뿐 아니라, 국내 과학계의 위상도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관련 기사 5면>


이번 발표에 국내 연구자들이 내놓은 연구논문의 수는 세계 13위를 기록했다. 인구 대비 연구수준을 알려주는 인구 1만명당 논문수에서 우리나라는 3.09편으로 지난해와 같은 세계 29위를 차지했다. 1위는 스위스로 18.48편이다. 연구논문수가 많다는 사실이 연구수준의 질을 보장하지도, 국가의 경쟁력을 보장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의 연구업적 평가는 재고의 여지가 많다. 2002년 초에 박수용 포항공대 학술정보원장이 발표한 연구보고서 '우리나라 연구자의 2000년도 SCI 인용지수 분석'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간 교수 1인당 논문수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과학기술원이었고, 대학원생의 논문이 가장 많은 곳은 한림대였으며, 연구자(교수수+대학원생수) 1인당 논문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포항공대였다. 서울대는 이 세 분야에서 모두 3위를 차지했다. 연구의 질적 수준을 측정케 하는 연구논문의 평균 임팩트팩터는 가톨릭대가 1위였고 울산대, 한림대, 전북대, 성균관대가 뒤를 이었다. 서울대는 10위에 머물렀다. 논문당 평균 피인용지수도 국내 대학 중 6위를 차지했다. 이 분야의 1위는 포항공대였으며, 경상대, 한남대, 한림대, 가톨릭대가 뒤를 이었다.

서울대와 언론이 낳은 오해의 사례는 이 뿐만 아니다. 지난 4월 서울대 자연대는 과학의 날을 기념해서 발간한 '우리도 노벨상을 탈 수 있다'를 통해 다소 이상한 예측을 내놨다. 이 책의 분석에 따르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장자의 총피인용횟수는 5천회 가량이다. 현재 국내에는 총피인용횟수가 5천회에 이르는 학자는 없지만, 총피인용횟수 1천이 넘는 과학자가 38명 있으며, 이들이 연구업적을 쌓아가다 보면 가까운 미래에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지 않겠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 기준과 SCI 피인용횟수는 무관할 뿐 아니라, 피인용지수 5천회가 넘는 물리·화학자가 노벨상을 받은 확률은 각각 4.7%, 8.8%로 확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SCI 논문 분석을 해온 소민호 한국과학기술원 정보운영팀장은 "SCI 피인용횟수로 노벨상 수상을 점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들은 "5∼15년 안에 국내 과학자들 가운데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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