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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한테 참 좋다는 바로 그 식물
남자한테 참 좋다는 바로 그 식물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8.03.12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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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95. 산수유
산수유  사진 출처=두산백과

산수유는 찬바람 부는 이른 봄, 잎이 움트기 전에 샛노랗고 향기로운 꽃을 온 나무에 조롱조롱 한가득 피운다. 바야흐로 산수유나무줄기에 수액이 흐르기 시작했으니 이윽고 올망졸망 맺힌 꽃망울들도 물기를 머금는다. 매운 꽃샘추위가 지나고 건듯 온기가 돌라치면 부랴부랴 하루아침에 방울방울 꽃송이를 탁! 탁! 터뜨릴 것이다. 한데 有備無患이랄까, 저 산수유꽃눈(花芽, flower bud)은 이미 지난해에 미리감치 마련해 뒀던 것임을 여러분은 아는가? 

봄꽃나무 중에서 제일 먼저 꽃 피우는 것이 山茱萸이고, 뒤따라 목련·진달래·철쭉 순으로 꽃 잔치를 벌일 터인데 그들도 산수유처럼 작년 여름가을에 일찌감치 오달진 꽃망울을 만들어서 겨우내 가지가지에 잔뜩 매달고 있었다. 말해서 찬기 흐르는 초봄에 꽃피우는 나무들은 별나게도, 하나같이 잎이 돋기 전에 먼저 꽃을 피운다.
그런데 뜰의 산수유가 꽃을 피울 무렵이면 산허리중턱에도 천생 산수유 닮은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으니 ‘생강나무’로 김유정은 ‘동백나무’라 불렀다. 생강나무 줄기가지에 흠집을 내거나 잎을 따 비벼보면 별안간 싸한 생강냄새가 풍기기에 붙은 이름이란다.

산수유(Cornus officinalis)는 층층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落葉喬木)로 극동아시아(한국중국일본)원산이고, 이 세 나라에서만 내내 약용식물로 써왔다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에 나며 관상수로 많이 심는데 조금은 산성이면서 걸고, 물이 잘 빠지면서도 좀 축축한 땅에다 센 빛이 자욱하게 비치는 곳이 아주 살기에 알맞은 땅(適地)다. 남녘 지리산기슭에 있는 전남구례 산동면과 경북의성 화전리가 산수유산지로 유명하다. 

잎은 마주나고, 난형이며, 길이 4~10cm, 폭 2~6cm 크기로 끝이 날카롭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반질반질 한 것이 만져보면 꽤나 꺼끌꺼끌하고 뻣뻣하다. 그리고 잎 앞면은 녹색으로 누운 털(伏毛)이 보송보송 나고, 뒷면은 연한 녹색이거나 흰빛이 돌며, 잎자루는 길이 5-10mm로 이 또한 털이 있다. 

산수유나무(dogwood)는 나지막하면서 옆으로 빵빵하게 자라고, 원줄기는 높이 5~12m로 잔가지가 많이 벌며, 오래 묵은 줄기는 껍질조각이 너덜너덜 벗겨져 떨어져나간다. 꽃은 3~4월에 잎보다 먼저 피고, 20~30개가 산형화서(꽃대의 끝에서 많은 꽃이 방사형으로 나와서 끝마디에 꽃이 하나씩 붙는 꽃차례)를 이룬다. 꽃은 4~5mm로 암술은 1개, 수술은 4개이고, 진노랑색이다. 

열매는 복숭아나 살구, 앵두 같은 핵과(단단한 껍데기로 싸인 씨가 들어 있는 살과 물이 많은 열매)로 긴 타원형이고, 길이 1.0~1.5cm로 어릴 때는 녹색이었다가 8~10월에 새빨갛게 익으며, 속에 든 종자(씨앗)는 긴 타원형으로 모가 난다. 가지마다 몽글몽글(몰랑몰랑하고 몹시 매끄러움)하고 반들반들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니 나뭇가지가 휠 정도다. 새빨간 열매는 겨울새들을 꼬드겨 먹게 하니 새들은 果肉(열매 살)만 먹고, 단단한 씨앗은 멀리사방 내뱉는다. 그렇다. 세상에 가짜는 있어도 공짜는 없다고 했겠다! 

산수유열매는 달착지근하면서 시큼하고, 쌉싸래하면서 떫다. 10월 중순(霜降)이후에 따고, 열매는 날로 먹지 않으며, 씨앗을 발라내고 말려, 살(肉質)은 한약 재료로 사용하거나 차로 끓여 마시고, 술로 담가 먹기도 한다. 아무튼 시중에 산수유차·산수유즙·산수유술·산수유환 등 여러 가지 상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 또 한 식품회사의 건강기능식품광고로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라 읊어 이름을 날린 산수유다.

산수유과육은 몸을 보하지만 씨는 되레 해로워 약재로 쓸 때는 으레 씨를 빼고 말린다. 과육에는 쓴 맛을 내는 배당체(glycoside)인 코르닌(cornin), 모로니사이드(morroniside), 로가닌(loganin)과 장에서 수분흡수를 촉진하는 타닌(tannin), 인삼성분인 사포닌(saponin)과 포도산·사과산·주석산 등의 유기산이 함유돼있고, 그밖에 비타민 A와 다량의 당도 들었으며, 여러 종류의 무기염류(mineral)가 가득하다. 

예로부터 중국과 우리나라 한방에서, 신장(콩팥)과 생식기능의 감퇴로 생기는 빈요(소변을 자주 봄)·야뇨증·유정(성교를 하지 아니하고 무의식중에 사정함)·몽정이 심할 때나 성신경의 기능허약으로 생기는 조루증에 처방했다. 이밖에 팔다리시림·두통·이명(귀 울림)·해수병(심한 기침)·해열·월경과다 등에 사용했다. 

그런데 현대의학에서도 산수유약효가 수많이 알려지고 있다. 우르솔산(ursolic acid)은 강력한 항암물질로 청세포를 보호하고, 올레아놀산(oleanolic acid)은 인체생리활성물질로 빛으로부터 피부조직을 보호한다. 그리고 산수유열매추출물은 다친 간을 치료하고, 체내 활성산소가 많아져 생체산화균형이 무너진 산화스트레스(oxidative stress)를 완화하며, 췌장(이자)의 랑게르한스섬의 베타세포(beta cell)를 보호하기에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 모두에 효과가 있다. 또한 신경재생(neurogenesis)이나 혈관신생(angiogenesis)을 촉진하고, 발기부전(erectile dysfunction)을 치료하며, 정자운동(motility of human sperm)을 돕는다고 한다. 어쨌거나 산수유가 남자한테 좋다는 것이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닌가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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