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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미투운동’ 공동대응 나섰다
대학생들, ‘미투운동’ 공동대응 나섰다
  • 문광호
  • 승인 2018.03.12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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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 대학 사회 강타 

 

지난 6일 '3.8 대학생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해방, 낙태죄 폐지 등을 요구했다.
지난 6일 '3.8 대학생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해방, 낙태죄 폐지 등을 요구했다.

개강과 함께 대학가에 미투 운동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故 조민기 청주대 교수(연극학)로부터 촉발된 폭로는 각 대학의 대나무숲과 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천여 명의 개인과 100여 개의 단체로 이뤄진 ‘3.8 대학생 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대학 내 성폭력 근절, 낙태죄 폐지 등을 촉구했다. 행사를 진행한 예진 동국대생(광고홍보학과 4년)은 “대학 사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의 원인은 성별 권력의 불평등에 있다”며 “(피해자들이)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던 이유 역시 가해자들이 권력으로 사건을 은폐하면서 2차 가해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8일에도 신촌에서 낙태죄 폐지와 대학생 ME TOO 운동에 대한 발언을 비롯한 행진과 퍼포먼스를 진행해 미투 운동을 사회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의 원인은 크게 3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우선 교수에 집중된 권력 구조가 문제다. 대학에서 교수는 학부생, 대학원생의 성적 평가뿐 아니라 진로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 연구소 교수(철학)는 “교수가 인적, 경제적, 지적 자원 독점하고 대학원생의 연구 방향, 학위 취득 여부, 미래 커리어 등을 전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에서 학생들은 (교수의 영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편중된 권력 구조를 지적했다.

이처럼 교수의 권력이 비대해진 것은 교수를 견제하고 처벌할 견제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슬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위원장은 “학내에서 성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가해자에게 응분의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기구가 많지 않다”며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기구와 대학의) 관계가 위계적이고 권위적이기 때문에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비판했다.

교수 사회의 카르텔과 무지 타파해야

동료 교수의 문제를 용인하는 교수 사회의 폐쇄적 구조도 문제다. 구 위원장은 “교수 사회가 좁고 끈끈한 사회기 때문에 따돌림 받을 것을 감안하면서까지 동료 교수를 비판하기는 어려워하는 것 같다”며 “그럼에도 자정을 위해서는 동료 교수가 그런 잘못을 저질렀을 때 카르텔을 벗어나서 잘못을 비판할 수 있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는 교수들의 무딘 젠더 감수성 역시 대학 내 성폭력 문제의 원인으로 꼽힌다. 대나무숲에 올라오는 미투 운동의 사례 중에는 교수들이 강의 중에 내뱉는 외모에 대한 평가나 여성 혐오적인 표현들을 지적하는 것들도 많다. 최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인 조승래 청주대 교수평의회 회장(역사문화학)은 “아직도 성희롱에 대해 잘 모르는 교수들도 있다. 오랜만에 본 여학생에게 못 본 사이 ‘예뻐졌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가에 부는 미투 운동 바람을 대학의 문제로 국한하지 말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학의 성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의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가부장적 문화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여성주의 학회를 대표해 나온 박지우 학생(국어국문학과 2년)은 “한쪽에서는 권력형 성폭력을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의 가해라고 일축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국 남성이 모두 가해자냐고 반문한다”며 “그러나 성폭력은 사람의 선이나 악의 차원을 넘어서 폭력이 용인되는 권력 구조에 의해서 발생하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기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 권력 견제 위한 대책 필요해

대학 내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구조적 대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교수의 권력을 견제하고 처벌할 수 있는 장치다. 윤김 교수는 “대학원생들의 노동조합이나 학생 자치기구 같은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며 “여성가족부(장관 정현백),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 등도 성폭력에 대해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할 수 있어야 대학 사회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누리고 있는 지도 교수를 실질적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총학생회 등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은혜진 한신대 총학생회장(사회복지학과 4년)은 “총학생회 자체가 구성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이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알리지 못한 부분도 있고 학생 자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많이 사라져 파편화된 상황도 문제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조직적 대응의 목소리가 커지자 교육부도 급하게 대응에 나섰다. 지난 9일부터 개편된 온라인 신고센터를 통해 실태조사를 시작했고 그 중 심각한 사안은 특별 조사를 할 예정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대책도 마련된다. 임종일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사무관은 “이번 사안은 교수를 포함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라 초·중등 교육부터 인식이 변화될 수 있도록 교육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내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해서 시·도교육청이 보다 적극적, 선제적으로 나서줄 것과 관련 사안에 무관용 원칙으로 일관되게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일선 대학들 역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주대는 지난 6일 교무위원회를 열고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을 정비해 무관용 원칙에 입각한 성폭력 근절방침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대학가에서 일어나는 미투 운동에 대부분의 교수들은 같은 교수로서 부끄러움을 표하고 있었다. 서울예대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26일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놓았고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교실 기획인사위원회 소속 교수 12명은 동료교수의 성희롱을 고발하기도 했다.

미투 운동이 몰고 오는 봄바람은 겨우내 언 땅을 녹이듯 교수 사회의 얼어붙은 구조에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다. 그러나 겨울잠에서 깨기 위해서는 깨어나려는 내부의 움틈이 필요하다.  교수 사회의 자발적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글·사진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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