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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도 다가갈 수 있게 선별한 포퍼 철학의 조각들
일반인도 다가갈 수 있게 선별한 포퍼 철학의 조각들
  • 이창환 청주대 객원교수·교양학부
  • 승인 2018.03.05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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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_ 『포퍼 선집』(데이비드 밀러 편집, 이한구·정연교·이창환 역, 철학과 현실사)

이 책은 데이비드 밀러가 편집한 『Popper Selections』을 번역한 것이다. 밀러는 영국 워릭대학교 교수로서 한때 칼 포퍼의 조교였고 현재 세계적인 포퍼 전문가이자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선집은 포퍼의 전 저작에서 뽑은 30여 편의 글로서 지식이론, 과학철학, 형이상학 및 사회철학으로 구성하여 각각 7내지 8편을 실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역사적인 순서로 배열되지 않았다. 먼저 지식이론에서는 합리주의의 시초를 고대 자연철학자인 탈레스, 크세노파네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의 밀레토스학파로 보며, 나아가 포퍼가 강조한 비판적 합리주의도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피타고라스학파는 소수가 전수받는 비교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전통 없이 불가능한 지식

지식이란 어떤 것도 권위를 갖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관찰이나 이성도 권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식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적인 지식, 심지어 선천적인 지식조차도 비판적으로 시험될 수 있고 전복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전통 없이 지식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지식은 무에서 출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문제 해결이며 이 해결은 또한 새로운 문제를 일으킨다. 간단히 말해 우리가 모른다는 것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야말로 무지의 주된 근원이다. 우리의 지식은 유한한 반면에 우리의 무지는 무한하기 때문이다.

포퍼는 진화론적 인식론에서 과학적, 유전적, 행동적 수준에서의 적응은 기본적인 유전된 구조에서 비롯되며, 이런 내부 구조에서 지침이 나온다고 본다.

과학철학에서는 우선 과학적 방법을 다루고 있다. 심리학주의는 지식 심리학과 지식 논리학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과학자는 이론들을 제출하고 연역적인 시험을 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과학의 목표는 만족스런 설명을 발견하는 것이다. 설명항이 만족스럽게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으로 논리적으로 피설명항을 함축해야 한다. 또한 설명항이 임시방편인 것이 되지 않으려면, 설명항은 그 내용에 있어서 풍부해야 한다.

과학적 지식의 성장은 대담한 가설이 제기되어 엄격한 시험을 거쳐 살아남을 경우, 그 가설은 이론이 되지만 그것도 잠정적인 것이다. 아직 반증이 안 되었을 뿐, 반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지식은 이런 방식으로 성장한다. 인류의 역사는 이런 지식으로 성장해 왔다.

성향의 객관적 확률 개념

양자 역학에서 확률의 문제를 포퍼는 객관적 확률로 해석한다. 그런 해석이 바로 성향의 객관적 확률 개념이다. 그런 사례로 무게가 조작된 주사위를 오래 계속 던질 경우 ‘6’이 나올 확률은 1/4이라고 하자.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실험을 계속 거듭할 경우, 모든 실험적 배열은 특별한 실험적 배열에 의존하고 있은 도수들의 어떤 연속을 산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배열은 속성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므로 확률은 실험적 배열의 경향이나 성향을 뜻하며, 이런 경향이나 성향은 실험이 반복될 때 조작된 주사위의 특징적인 도수, 즉 1/4을 일으킨다.

그리고 규제적인 원리로서의 진리 개념은 비록 우리가 진리를 인식할 수 있는 일반적인 기준이 없다고 하더라도 타르스키의 생각을 적용하여 한 이론이 다른 이론보다 더 사실에 대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포퍼는 여기서 진리에 더 근접하는 박진이란 개념을 사용한다. 우리 무지가 무한하다고 했기 때문에 이 개념이 필요하게 된다.

형이상학에서는 실재론을 다루고 있는데, 포퍼는 자신도 실재론자라고 한다. 특히 관념론의 집안 분위기에서 자신의 생각을 실재론으로 바꾼 처칠의 사례를 들면서, 처칠이야말로 탁월한 주관주의에 대한 비판자로 기술하고 있다.

진화론의 자연선택은 과학에서 탐구 프로그램과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다윈과 동시대인이었던 모리츠 와그너의 유전적 부동이론을 설명하고 있는데, 요즘 들어 자연선택과 유전적 부동이론이 진화의 주요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있다.

구름의 사례와 모기떼의 사회

비결정론과 인간의 자유에서는 ‘모든 구름은 시계’라는 결정론을 비판하고, 물리적인 체계로서 구름의 사례로 모기떼를 들고 있다. 뭉게구름의 미세한 물방울들의 불규칙한 운동의 그림을 모기떼가 묘사하고 있다. 구름은 인력에 의해 결집되어 있고, 모기떼가 불규칙하게 난다해도 무리에서 벗어나 있음을 아는 모기는 다시 밀집해 있는 부분을 향해 돌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모기떼의 사회는 열린사회가 아니다. 왜냐하면 열린사회는 민주정체와는 별도로 결사의 자유와 다른 의견과 믿음을 견지하고 있는 자유로운 부분사회를 형성해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물리적 비결정론조차도 충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인간은 목표나 목적 또는 규칙이나 동의 같은 것들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중심적인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특히 포퍼는 언어작용의 기능을 표현, 신호, 기술, 논증으로 나누고 벌도 앞의 두 가지 기능과 기술 기능에서 참인 것을 갖고 있다. 반면에 인간은 거짓인 기술 기능과 논증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마 이런 기능은 저급한 유기체에서 고급한 유기체로 진화함과 더불어 증가해 왔다고 본다.

사회 철학 부분에서 먼저 유토피아적 사회 공학 대신 점진적 사회공학을 설파하고 있다. 그리고 통치권의 역설과 거짓말쟁이 역설과 같다는 논증을 편다. 한편 자유의 역설 및 잘 알려지지 않은 관용의 역설은 모두 무제한하다고 전제한 데서 발생하기 때문에 제한을 해야 한다는 논증을 편다. 또한 합리성 원리를 이성주의자가 주장할 경우이다. 포퍼는 합리성 원리가 이성이라는 논증을 철저히 비판한 다음, ‘적절하게 행동하게끔’ 하는 것으로 그 원리를 대체 하자고 주장한다.

독일에서는 10여년에 걸쳐 포퍼 전집을 출간하고 있으며, 지난해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는『Companion to Popper』를 출판하고 있는 시점에서, 포퍼 사상의 전모를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선별된 글들을 편집한 이 책을 번역하여 출판한데 그 의미를 두고 싶다.   

 

이창환 청주대 객원교수·교양학부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를 했다. 주요 논문으로 「믿음이란 무엇인가?」가, 번역서로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객관적 지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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