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적폐 청산의 첫 걸음, ‘민주적 총장선출’
사학적폐 청산의 첫 걸음, ‘민주적 총장선출’
  • 류석준 영산대 교수/사교련 법률대응팀장
  • 승인 2018.03.0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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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준 영산대 교수/사교련 법률대응팀장

사후처리를 위한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부는 서남대 폐교를 단행했다. 법사위에 계류돼 있던 소위 ‘먹튀방지법안’이 지난달 28일까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서 이후 서남대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이 정부의 몫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설령 위 법안이 2월을 넘겨 통과되더라도 서남대에 여전히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됐던 일부 주장은 사유재산권 침해와 소급적용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는 사태만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산절차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복잡해 질 수도 있다. 사립학교법 상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한 때’에 해당해 학교법인을 해산할 경우 법인이사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남대는 정이사가 아닌 임시이사 체제하에 있다. 법안이 만일 통과됐을 때 뒤따를 불이익을 서남대 구 재단이 순순히 수용할 것인가? 보도에 따르면 잔여재산이 1천억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자본은 영혼 없는 법기술자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을 부여한다.

이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뭐가 그리 급해 서남대 폐교를 서둘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처럼 벼랑 끝 전술을 택해야만 했던 사연은 무엇인가? 이 정부의 대학교육 철학 혹은 정책 실천을 위해 지난 정부의 과오에 함께 발을 담그는 희생까지도 불사해야만 할 필연성이 그렇게도 명확한 것이었던가? 아니면 관료들의 단순한 농간 탓인가? 그러나 이제 어떤 경우이든 서남대 교수, 학생, 직원들과 지역민들만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됐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해 지방자치를 확대실시 한다면서 지역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서남대 폐교를 강행했다. 폐교 이전에 구성원들과 지역민들의 의견을 좀 더 신중하게 듣고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 아니 그 전에 교육부는 자신들의 의무인 사학법인의 관리감독에 대한 직무유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결과론적으로 서남대 폐교는 교육부와 서남대 구 재단 간 공모의 결과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비난받아 마땅할 대상이 오히려 서남대 구성원들과 지역민들에게 슈퍼 갑질을 한 셈이다.

비리부실사학은 지금도 차고 넘친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학교법인의 비리는 빙산의 일각의 일각에 불과하다. 학교법인의 폭거에 문제제기 능력조차 상실한 대학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교육부의 직무유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정부의 사학혁신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다. 고등교육에서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교육부는 자신의 직무유기 가운데 창궐한 망국적 사학적폐 속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는 대학교육의 현실을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사학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이제 인력부족 타령은 그만하고, 사학의 내부감시에 아무런 실권이 없는 구성원들에게 그 실질적 감시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대학의 구성원이 총장을 직접 선출하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현재 대학교육의 대내외적 환경은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학교법인이 대학운영에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바는 극히 미미하다. 사립대학 운영경비의 대부분은 학생들의 등록금 수입과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충당되고 있다. 이것은 통계상의 객관적 사실이다. 이미 학교회계는 학교법인회계로부터 분리 운영돼 온지 오래이다. 그럼에도 학교법인은 여전히 대학에 대한 제왕적 지배권을 누리고 있다. 법 규정의 불비와 인사권 독점을 통해 학교법인 이사장과 총장직을 배우자 등 친인척이 함께 나눠 아무런 제재 없이 온갖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들은 슈퍼울트라 갑질을 하고 있다. 학교법인의 인사권 남용에 철저하게 종속된 구성원들에게 견제 수단이 전혀 없는 가운데, 교육부 또한 이를 감독할 여력이 없다고 하면서 스스로의 무능을 자인하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 대학교육의 운명은 백척간두에 서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대학의 대표(총장)를 직접 선출하여 사학의 독단과 비리를 척결하고 대학의 독자적 운영을 꾀하려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구성원들의 이러한 절규를 교육부가 알아듣지 못한다면 이후 발생할 제2, 제3의 서남대 사태와 같은 모든 참상은 온전히 이 정부의 책임이 될 것이다. 현재의 서남대 사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교육부와 정부는 심각하게 반성하고 숙고할 때라 생각된다.

 

 

류석준 영산대 교수/사교련 법률대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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