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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향한 학습생태계, 대학이 이끌라
미래 향한 학습생태계, 대학이 이끌라
  • 교수신문
  • 승인 2018.03.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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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대한민국이 사라져간다”, “세계 유례없는 쇼크”, “국가적 재앙”, 지난 1일 통계청의 출산율 발표에 따른 언론의 반응이다.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는 1.05명으로 전 세계적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 2.1명의 절반으로 주저앉은 것으로, ‘인구절벽’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이다. 작년 신생아는 35만7700명으로 2001년에 비해 20만 명이 줄었고, 5~7년 내에 더 급격히 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국가의 생산성, 경쟁력에 크게 영향을 주는 심각한 문제다. 지난 12년 동안 정부는 출산 대책에 126조원을 투입했는데, 그리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다. 그러므로 이제는 신생아 규모에만 매몰되기 보다는, 국민 한 사람의 역량을 키워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을 더욱 중시해야 할 때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일자리를 적극 만들어 갈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인재야말로 21세기 혁신, 경쟁력, 성장을 이끄는 핵심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2월 28일 교육부는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최소화 한다”는 원칙 아래, 올해 고1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시험의 이과 수학 출제범위에서 ‘기하’를 삭제했다. 기하가 이공계 필수과목이라고 보기는 곤란하며, 수험생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 시대에 요구되는 핵심역량을 키우는 일보다, 사교육, 학생 부담이라는 오늘의 정치⋅사회적 문제에 초점을 둔 것이다. 그러면 다음 세대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실 ‘기하’는 학습 부담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상상력’을 키우는 힘을 길러준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기하는 주변에서 보고 느낀 것을 마음속에서 시각적으로 다시 그리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기하는 ‘시각적 수학’으로, ‘직관적’ 사고와 밀접하게 연계되며, 추측, 가설, 결론이라는 흐름으로 생산적, 창의적 사고를 가능케 한다. 4차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상상력’이다. 교육학자 죤 듀이는 ‘위대한 발전은 대담한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매킨지 보고에 의하면 2030년까지 8억 개의 일자리를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 한다. 지식 중심의 통상적이고 반복적인 것들은 자동화된 기계가 담당할 것이고, 지금의 어린이 65%는 현재 없는 일자리에서 일할 것이라 한다. 지금의 학생들은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진로를 펼쳐나가야 한다. 글로벌 관점에서 경쟁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이들의 앞길을 고민해줘야 한다. 

최근 발표된 수능 정책은 국내용 정책의 한 예로, ‘4차 산업혁명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우리 교육의 현실을 누가, 어떻게 선도해 나가야 하는가? 몇 년마다 정책을 바꾸는 정부나 정치권에만 기대할 수 있나? 

대학들이 나서야 한다. 대학은 지식을 창출하고, 전수하며, 사회적 변화를 선도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특히, 대학은 대입정책으로 초중등교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며, 대학교육은 개인과 국가의 역량을 키우는 데 절대적이다.   

그러므로 각 대학은 사회적 변화에 부응하는 미래 ‘인재상’을 세우며, 이러한 인재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역량들을 찾아 제시하고, 교수는 강의실에서 각 학습과정과 관련된 역량들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역량들과 초중등교육에서의 기본 능력, 소양이 잘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들은 먼저 초중등교육 관련 당사자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하며, 초중등교육 정책에도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며칠 전 99주년의 3.1절을 지냈다. 우리 모두 구국의 심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때다. 오늘의 국내외적 상황이 더욱 이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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