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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체질 개선해라" 요구 다양…'개혁론' 정책적 공론화 안 돼
"서울대 체질 개선해라" 요구 다양…'개혁론' 정책적 공론화 안 돼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3.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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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울대 개혁론'을 말한다

김용학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최근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2일 '연세대 사회학과 콜로키움'에서 김교수는 '2000년 연합연감' 등재 인사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유명인사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전체의 37.1%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그 다음을 잇고 있는 고려대  8.3%, 연세대 6.8%, 성균관대 3.4%, 한양대 2.4% 등을 합해도 서울대에 미치지 못한 것. '학벌주의'와 '연줄주의',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 서열화 구조 등이 객관적인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김 교수는 "이 수치는 최근 각 대학 수능 평균점수 순위와 거의 같다"라며 뿌리깊은 '학벌주의'를 꼬집었다.


'간판제일주의'와 '학연지상주의' 등 우리나라 사회의 구조적 폐해와 왜곡된 대학 교육을 논하는 자리에서 '서울대 개혁론'이 여전히 유효한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 '이공계 대학의 공동화 현상', '고시 열풍' 등 서울대가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자리를 제대로 잡아가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서울대 개혁'은 절실한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의 저서 '서울대의 나라'가 서울대로 인한 학벌주의, 학연주의, 교육파시즘 등을 비판하면서부터 공론화되기 시작한 '서울대 개혁'. 지금까지 '서울대 개혁론'은 '한시적 학부 폐지론', '폐교론', '민영화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띠고 있지만, 내부 동력에 의한 '개혁'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한시적 학부 폐지론 = "한시적으로 서울대 명칭의 입학생과 졸업생을 내지 않도록 하자." 지난 2001년 4월 서울대를 술렁이게 했던 장회익 교수(현 녹색대학 총장)의 제언이다. 서울대의 학부과정을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 개방하자는 내용의 장 교수의 '서울대 개혁론'은 대학의 서열구조를 깰 수 있는 정책대안으로 제시된 것이었다. 서울대의 학부 입학정원을 협력대학에 배정한다면, 서울대는 형식상 학사과정 졸업생을 내지 않으면서도 세계 정상급 대학원생을 길러내야 하는 책임을 떠안게 되고, 여타 협력 대학들은 서울소재 명문 사립대 못지 않은 우수 학생을 학사과정에 유인하고 배출하게 된다는 주장이었다. '대학원중심대학',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서울대의 기조에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장 교수의 제언은 현재 '현실을 간과한 이상론', '하향평준화론'이라는 반론에 부딪쳐 서울대 내부의 주된 여론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 '역할분담론'과 '특화론' =또 다른 한편으로, 국립대는 사립대가 감당하기 힘들거나, 회피하는 학문분야를 국립대가 맡고, 서울대는 그 가운데 서울대만의 '특화된 영역'을 찾아 그것을 중심으로 대학을 운영하자는 방안이 있다. 최갑수 서울대 교수(서양사학)는 지난 2001년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대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무리한 처방은 전체 대학의 균형 발전에 오히려 해가 된다"라면서 "사립대가 아닌 서울대만이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서울대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을 부여하면서, 규모를 축소하고 특성화시켜야 한다는 전상인 한림대 교수의 '특화론'과 일정부분 동일한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전체 학문분야에 대한 서울대의 '독식'과 '특성화'된 영역이 따로 없이 공룡 몸집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대의 방만한 구조를 탈피해야 된다는 것. 이와 유사하게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저서 '서울대의 나라'에서, '대학별 특성화 위원회'를 구성해 단과대학별, 학과별로 수많은 '서울대'를 키워내자는 '대학별 특성화론'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 민영화론 = "서울대를 국립대에서 사립대로 바꾸자." 고형일 전남대 교수(교육학)와 김동훈 국민대 교수에 의해 줄곧 제기돼 온 '서울대 민영화론'의 골자다. 고형일 교수에 따르면, 자연스럽게 최고 우위 자리를 점하게 되는 외적조건을 변경시키고, 대학서열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서울대가 '국립'이라는 꼬리표를 떼야 한다.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도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가 필요조건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서울대 내부에서 제기된 '개혁'의 목소리가 아니라 서울대 밖에서 이뤄진 논의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개혁의 동력을 얻기에 한계가 있었다.

△ 폐교론 = 건국대 정영섭 교수가 비판하고 있는 지점은 '과도한' 사회적 특혜를 부여받고 있는 '서울대의 권위와 지위'다. 정 교수는 2001년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대의 병폐를 순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라며 "서울대가 학벌사회를 조장하고 교육 구조를 뒤흔들고 있는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암이 커지면 수술을 통해 잘라내야 하듯이, 서울대도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병폐가 더 커진다는 주장이다.

△ 교수양성대학론 = 문용린 장관 시절, 정부 차원에서 논의된 '서울대 개혁론'의 하나로 '교수양성대학론'을 들 수 있다. 학부를 축소하고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하면서, 동시에 서울대를 교수·연구원들의 양성소로 만들자는 것이 주된 내용. 그러나 장회익 교수의 '학부제 폐지론'과 마찬가지로 학부의 기반없이 '연구중심대학'의 발전이 가능하는가의 문제, 서울대가 교수·연구 인력을 독점하게 될 수 있다는 문제 등으로 인해 강한 반발에 부딪친 바 있다.

불과 2년전까지만해도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모집단위 광역화, 학부정원 감축, 대학원 문호 개방 등을 시행하겠다고 하고서는 최근 '모집단위 세분화'로 방향을 선회, 혼돈을 거듭하고 있는 서울대. '연구중심대학'으로 서울대를 탈바꿈시킨다는 서울대 목표가 여전히 의문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미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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