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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 위기…“농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안보 위기…“농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 최성희
  • 승인 2018.02.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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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과총 과학기술혁신정책포럼 ‘4차 산업혁명시대의 농업혁신 동향과 R&D정책방향
제5회 과총 과학기술혁신정책포럼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농업혁신 동향과 R&D정책방향 Ⅰ-국가 농업과 식량안보 정책’을 주제로 지난 19일 한국과학기술회관 중2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식량안보가 위기라는 인식 속에 산·학·연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위한 논의를 펼쳤다. 지난 19일 제5회 과총 과학기술혁신정책포럼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농업혁신 동향과 R&D정책방향 Ⅰ-국가 농업과 식량안보 정책’을 주제로 한국과학기술회관 중2회의실에서 개최된 것이다. 이날 포럼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 이하 과총)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다음 달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논의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과총이 올해 초, 이례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농업문제를 공론화할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무의미한 기호조작에서 의미의 세계를 창조

이날 포럼은 개회사를 맡은 이우일 서울대 교수(기계항공공학부·과총 부회장)의 스위스 헌법 언급으로 시작됐다. 그는 “스위스 헌법 104조(농업)에 정부차원에서 농업이 지속가능한 발전과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고, 국민에 대한 공급안보, 천연자원의 보존 및 향토경관의 유지, 인구의 지역분산에 기여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이는 농업을 국가기관의 주요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농업의 공익적인 가치를 헌법 차원에서 담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평하며 “훗날 식량위기가 다가올 것이다. 晩時之歎이라는 말도 있듯, 지금부터라도 국내산 생산물에 대한 프리미엄을 강화하고 다양한 차원에서 자급률 제고 방안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세계적으로 곡물 수요가 공급보다 높아 지속적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적정한 생산기반 수준을 마련해 식량주권을 지켜야 한다”며 이날 자리의 의미를 밝혔다. 

첫 발제 순서에서「농정방향과 식량정책」을 발제한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 식량정책과장은“‘식량안보 정책’이라고 하면 농림부가 하는 모든 일이라고 봐도 될 것이며 과학기술·농업기술·농업주체 육성·소비확대 등 별개 분야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전반적인 농업 얘기를 다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논의의 범위를 규정했다. 그가 제시한 정부의 주요 과제 추진 계획은 △일자리 창출과 미래 대응 체질 개선 △농산물 수급안정 체계화 및 소득 안정망 확충 △식품안전 강화 및 국민 식생활 개선 △축산업 근본 개선 △농촌 삶의 질과 복지 향상 등이다.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농가의 57%가 쌀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전체 농업소득의 25.3%를 차지한다. 쌀(23.8%) 외의 밭 산업 작물인 밀, 보리, 콩, 잡곡, 고구마 등은 자급률이 낮아 해외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기존 ’22년 자급률 목표치(식량자급률 60%, 사료용 포함한 곡물자급률 32%, 쌀+밀+보리의 주식자급률 72%)를 보다 현실화해 재설정(55.4%, 27.3%, 63.6%)할 것임을 제시했다. 또한, 해외곡물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그간의 정부주도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민간 중심의 해외 곡물사업 진출에 대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시했다.   

이어진 발표순서에서는 이점호 농촌진흥청 작물육종과장이「식량 문제와 R&D 대응방안」을,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우리나라 식량작물 수급동향과 정책적 시사점」을 발표했다. 먼저, 이점호 과장의 발제에 의하면 지난 40년간 경지면적(’70 229만8천ha→’16 164만4천ha, 28%감소)과 농업인구(’70 1천440만 명→’16 249만 명, 84%감소)의 감소는 곡물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이에 곡물 수입량이 4배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국가와 민간이 이러한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는 수출국의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로 귀결됐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그는 △경지이용률 제고 △생산성 증대기술 △쌀 타용도 개발 △생산비 절감 등 생산력 기계화 기술개발 △부가가치 향상 기술개발 △작물 안정생산 기술개발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국내 밀 품질 문제를 예로 들며, 품종, 용도별 기준을 설정하고 재배단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종인 부연구위원은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 등 신정부의 식량정책의 기조를 볼 때, 단기적으로 콩, 팥 등 서류 작물과 고구마, 감자 등 서류작물의 자급률은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겠으나, 안정적 소득기간 조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 소비 진작 등 후속 대책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자급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업 정책의 전환 필요한 시점

이날 패널토론 순서에서는 곽상수 과총 이사(한국생명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가 토론의 좌장을 맡았다. 패널들은 시대에 맞는 농업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었다. 한지학 이투힐에프이앤디 기술고문은 “근 20여 년간 ‘식량안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오늘 자리에서는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낮추는 정책을 재검토하고 각각의 문제에 대한 중장기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작은 농지에서 최고의 품질을 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생산 시스템이 변화해, 빅데이터를 통한 시장 예측 시스템 구축이 필요할 것”이라며 기술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산물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의제를 설정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신산업전략연구단)은 “우리나라 농업과학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구조적인 모순이 산재돼있다. 농업은 기반산업으로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농산물 생산 가격이 해외 수입 품목 가격에 비해 3배 정도 높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확보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문제다”라며 법과 제도, 나아가 국민들의 철학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업과 농업 연구의 방식의 변화를 함께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석하 서울대 교수(식물생산과학부·한국농식품생명과학협회장)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해당국가의 영향을 덜 받는 소규모나 중규모의 해외 생산기지를 지역적으로 분산시켜야한다. 다음으로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농업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단순히 개별 학문단위들이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는 데에서 나아가, 진정한 의미의 융복합연구가 실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관된 농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사동민 충북대 교수(식물자원환경화학부·전국농학계학장협의회장)는 “농업R&D연구가 기초와 응용분야로 분리돼 연구의 본질을 흐리기보다 초심으로 돌아가 일관된 연구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플로어에 있던 권혁인 중앙대 교수(경영학부)는 “농업을 단순히 경제적 가치로 판단하기보다, IT기술과 융합해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낼 수 있을지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거 농림부의 ‘6차 산업’ 정책논리를 벗어나 서비스 고도화와 기술과 함께 농업분야가 연구돼야 할 것”이라며 의견을 보탰다. 청중들 속에서 토론을 지켜보던 이영희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장은 “지금까지의 연구 축적물을 어떻게 데이터베이스화해 실질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논의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면한 연구현안을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뒤이어 박진우 서울대 교수(산업공학과·스마트공장추진단장)은 “융복합의 기술을 활용한다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한국 식품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무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자급률 이야기를 하면서 6~70년대부터 사용한 ‘안보’라는 단어를 끌어오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 “변화된 소비 패턴에 따라 기존의 양적인 관점을 벗어나 국민의 영양까지 고려해 식량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끝으로 곽상수 과총 이사는 “농업 분야의 혁신은 국가 미래를 위한 중차대한 과제로,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어야 할 문제다. 오늘 이 자리를 시작으로 앞으로 두 차례 포럼에서도 생산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며 청중들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이번 포럼은 단순히 먹거리 문제로 치부됐던 농업 정책에 대한 논의가 과학기술계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그러나 ‘안보’라는 용어와 함께 논의되다보니 농업 자체에 대한 논의가 정치적으로 흘러 본격적인 토론이 전반적으로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앞으로 남은 두 번의 포럼에서 이 부분에 대한 보다 활발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최성희 기자 is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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