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9:40 (목)
새만금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새만금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 조경만 목포대
  • 승인 2003.05.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평

▲조경만 목포대 환경인류학 /

자연환경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새만금간척사업을 안다. 그간 환경운동단체의 홍보가 작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꾸준히 이 문제를 다루어 왔으니 간척 후에 시화호처럼 수질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알려졌고, 간척 후에 농지를 만들 경우 그 경제성이 갯벌 보존보다 훨씬 낮다는 것도 알려졌다. 좀더 속사정을 많이 아는 사람들은 2001년 새만금간척을 재개하기 이전 평가작업으로 실시한 농지와 갯벌의 경제성비교가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음을 안다. 농업의 경제성에서는 한가지 부문만을 계산하면 끝나는 것을 여러 부문을 더해서 미곡의 경제 가치를 터무니없이 부풀렸던 것이다.

2003년 3월 뜻을 같이 한 몇 사람들이 작업조(working group)를 만들어 이 거품을 모두 털어 버리고 계산 한번 해보자고 했던 적이 있다. 생태경제연구회라는 모임이 이 일을 맡았다. 이 일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그 큰 공사를 하면서 생태계와 채취경제에 대한 집계 자료 하나 변변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비용, 채취경제 항목의 많은 것들을 빼놓고 집계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갯벌을 보존할 경우 8조1천억원의 이익이, 간척 강행 때에 눈가림으로 내놓은 순차적 간척의 경우 약 4조1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집계가 나왔다. 계산 방법에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이견을 다 감안한다 하더라도 뒤집을 수 없는 큰 차이이다.

2003년 3월 대통령의 전북토론회에서 간척지 용도변경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 이제는 법적 문제가 등장하게 됐다. 농림부가 새만금사업을 위해 '농지조성'을 목적으로 공유수면매립면허를 취득했으므로 농지확보라는 목적이 상실된다면 우선 그 면허가 문제가 된다. 한편  용도변경을 하려 한다면 앞으로 설정될 예정 용도를 놓고 환경영향평가 등을 다시 실시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공사를 중단해야 영향평가가 의미가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최근까지 공사구역 인근 비안도 앞바다에서 3천점이 넘는 청자가 발굴됐다. 역사적 정황을 볼 때 비안도 정도가 아니라 도처에 문화재가 묻혀있을 가능성이 있다. 갯벌의 퇴적 과정 중에 연안의 생활 유물들이 그 뻘층에 묻히는 경우는 허다하다.  특히 강 유역과 하구는 인근 구릉지 등에 발달한 주거지로부터 홍수와 범람 때문에 살림살이가 많이 쓸려 내려간 지역이다. 연안은 과거의 고속도로였던 海路가 발달했고 난파도 많기 마련이었다. 억지로 짜맞추려 해서가 아니라 꼭 새만금방조제 일대가 그 정황이다. 이 일대는 두 개의 큰 강 하구이고, 숙종조 윤두서가 그린 水運路는 참으로 묘하게도 현 방조제와 'X'자 모양으로 교차하고 있다.

한 곳에서 문화재가 발굴되면, 지리적, 역사적 정황을 검토하고 인근 지역까지 살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학문의 태도이고 문화재 보존의 태도이다. 그러나 새만금방조제 밑에 깔리는 갯벌은 물론 공사구역에 포함된 육지부까지 지금껏 지표조사 한번 없었다. 누차 이 점을 호소하듯 지적하고 촉구했으나 1999년 해저 문화재 지표조사의 의무조항이 생기기 이전의 사업허가 사항이라는 논란에 절실한 문제가 가려지고 있다. 문화재조사는 부동산 계약과 같은 것이 아니다. 1997년의 법안 이전의 사업허가 등등이 검토대상에 들어올 수 없는 문제이다. 실제로 전국 곳곳에 비슷한 사안들이 있는데 문화재보존과 역사규명이라는 당위 때문에 개발이 중단되고 지표조사부터 다시 시작했었다. 왜 새만금공사만 성역인가. 농업기반공사는 방조제를 막아 놓고 매립예정지에 대해서만 지표조사를 의뢰하겠다 한다. 시화호 때와 똑같은 경우이다. 문화재보호를 놓고 무슨 타협이라도 하자는 듯한 태도이다.

이 모든 문제들을 넘어서 이제는 ‘인간’에 대해 서글픈 생각이 든다. 간척을 중단해야 한다는 외침을 환경보존론자들의 자존심 유지 정도로나 인식하는 것이 정부의 태도이다. 삼보일배의 참으로 지난한 고행은 언젠가 잊혀지기를 바라는 ‘난처한’ 저항 정도이다. 아직도 총선을 의식하고 정치적 저울질을 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이제는 삼보일배에 어려있는 ‘인간’의 심층을 정치적 계산과 같은 수준에서 가늠하는, 인간성 상실의 표상으로 보아야 한다. 학계가 간척반대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말은 드리고 싶지 않다. 다만 환경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새만금간척의 여부를 엄정하게 판단하는 것은 학계의 사명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한때 관심을 두었다가 곧 의식 속에서 지워버리지는 말아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