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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길을 찾다!
길에서 길을 찾다!
  • 윤재운 대구대·역사교육과
  • 승인 2018.02.0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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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필자에게 전공이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학계에 있는 분들 뿐이 아니라 특강 등을 통해 만나는 분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마다 스스로도 내 전공이 뭐지?”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일반적으로 역사 전공은 크게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로 나누고, 다시 시대별로 고대사, 중세사, 근세사, 근대사, 현대사 등으로 나눈다. 이런 분류에 의하면 필자는 한국 고대사에 해당한다.

필자가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읽은 『잉카제국의 수수께끼라는 책에서 비롯하였다. 이때부터 막연히 현재 중남미 지역의 고대 문명을 연구해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울러 인디애나 존스라는 영화를 본 것도 계기가 되었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각종 사료와 경제인류학 등의 성과를 연구해보니 한국사 그 가운데서 고대사 부분이 연구할 주제가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역마살이 많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석사학위논문의 주제로 정한 것이 장보고에 관한 것이었다. 9세기 동아시아 삼국을 아우르는 장보고로 대표되는 신라인들의 활약은 나를 매료시켰다! 이후 박사과정에 진학해서 연구를 해보니 신라 외에 발해인 들의 교류도 기록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를 종합해서 제출한 것이 『남북국시대 무역연구라는 주제의 박사 학위 논문이었다. 이 논문에 삼국시대 부분을 추가하여 내놓은 것이 『한국 고대 무역사 연구. 이 책에서 한국 고대 무역의 흐름을 무역 주도권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한반도-동아시아-유라시아 네트워크의 실상을 어렴풋이 알 수가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네트워크는 경제적 권역간의 사람물자의 이동 체계나 네트워크의 기본적인 성격인 관계성자체에 기초하여 다양한 연결 기능을 분석하기 위한 기본개념을 말한다.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이렇게 볼 때, 육상이든 해상 네트워크든지 간에 기본적으로 거점 사이의 관계가 네트워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연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크의 관계망(항구와 항구사이, 또는 도시와 도시사이), 이동수단(조선술, 항해술 등), 네트워크 연결의 내용(인적, 물적 교류의 내용),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정부정책 등) 등의 검토가 필요하였다. 풀어서 말한다면 길을 통한 교류는 사람, 물자(상품), 지식 및 정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고, 필자의 관심사는 바로 이것이다.

박사학위논문에서 발해를 다룬 것이 계기가 되어 고구려연구재단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 고구려연구재단은 이후 동북아역사재단으로 확대개편 됐다. 고구려연구재단 및 동북아역사재단에 재직하면서 중국의 동북3(지린, 랴오닝, 헤이룽장) 및 러시아 연해주 지역을 자주 답사조사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를 통해 종래 알고 있던 길이나 네트워크의 규모나 내용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에 소홀하게 다루었던 동해를 통한 교류의 역사를 정리해 본 것이 『교류의 바다 동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초기철기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의 환동해 교류의 양상에 대해 살펴봤다.

현재는 동아시아 해상교통로의 변천과정과 의미, 발해 네트워크의 역사적 위상 등에 대해 연구용역을 수행해 나가면서 향후 유라시아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살펴 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육상, 수상, 해상 교통로로 분절되어 살펴보던 교류의 양상을 종합적이자 체계적으로 규명해 보고자 한다.

따라서 필자의 전공은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가 아닌 길의 역사다 라고 할 수 있다.

윤재운 대구대·역사교육과
윤재운 대구대·역사교육과

 

 

 

 

고려대에서 한국고대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한국 고대 무역사 연구, 『교류의 바다 동해, 『천년을 여는 미래인 해상왕 장보고 등이 있다. 현재 대구대 중앙박물관장과 고구려발해학회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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