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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맴도는 우스개말씀 … “선생님, 편히 쉬소서!”
귓가에 맴도는 우스개말씀 … “선생님, 편히 쉬소서!”
  • 교수신문
  • 승인 2018.02.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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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사_ 故 이성무 선생을 생각하며
故 이성무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
故 이성무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

선생님! 기어이 우리를 버리셨군요. 삼년 전 처음 발병하셨을 때 바로 털고 일어나시리라 믿었고, 병실에서 뵈었을 때도 그런 기대를 접지 않았는데, 이제는 모든 희망이 꺼지고 말았습니다. 집안의 기둥이 무너진 유족의 슬픔은 이루 헤아릴 수 없겠지만, 학문의 길을 밝혀주던 등댓불을 잃은 우리 후학의 비통한 심정 또한 가누기가 힘듭니다. 선생님을 떠나보내면서 평소 선생님과 맺었던 이승의 추억을 되새겨 슬픔을 이기고 선생님이 남기신 뜻의 계승을 다짐하고자 합니다.

선생님은 역사연구에서 사료에 기반 한 실증적 파악을 강조하셨습니다. 박사논문인 조선시대 양반연구를 위시한 30여 권이 넘는 방대한 연구논저를 일관하는 기본원칙은 어디까지나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서술이었습니다. 그랬으면 하는 희망이나 가정에 의해 서술된 역사는 당장은 재미있고 또 돌풍을 일으키지만, 길게 보면 역사를 왜곡하고 나아가 일반의 역사인식을 오도하게 마련입니다. 연구와 저술을 통해 선생님은 항상 이를 경계하셨습니다.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재임 시 승정원일기의 전산화에 따르는 예산확보를 위해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기재부의 주문에 응해 「승정원일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문화정책의 기념비적 사업을 성취한 것은 지금은 전설이 되다시피 했으며, 그 결과로 승정원일기의 자료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간행한 「고문서집성」과 함께 실증과 자료를 중시하는 선생님이 후학에게 끼친 선물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선생님이 실증에만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선생님의 박사학위 논문인 「조선시대 양반연구」에 잘 나타나듯이 자료의 조명과 역사해석에 사회과학의 이론을 적절히 적용, 우리 역사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하게 했습니다. 60세 이후 본격화한 선생의 사상사연구는 그러나 기존의 방식과는 달랐습니다. 한 인물을 택하여 그 주장과 논리를 분석함은 물론 그런 사상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의 구명에 주력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가계와 혼맥, 문중과의 연계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門中史學이란 세간의 색안경에 대해서는 객관적·사실적으로 서술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고 오히려 사상의 재조명을 위해서는 전통사회의 기본인적조직인 문중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선생님은 만년에 역사의 대중화에 노력하셨습니다. 자신의 역사인식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사의 다양한 분야와 주제에 관한 견해를 표명하고 대중의 이해를 쉽게 하도록 했습니다. 10여 권에 달하는 『한국 역사의 이해』가 그것이고 다시 우리나라 역사를 통괄한 『다시 보는 한국사』도 여기에 속합니다. 뿐 아니라 한국역사문화연구원과 성고서당을 개설하여 고급지식인층에 대한 역사 이해와 고급문화 전승에 힘썼습니다.
선생님의 학문적 업적은 끝이 없습니다만, 이제는 후학을 위한 기반조성에 기여한 추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까 합니다. 조선시대사 연구자들을 위한 학회 결성은 당시의 시대적 추세였습니다. 처음 한국정신문화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의 前身)의 봉고버스 안에서 학회 결성의 구상을 말씀하던 선생님의 열정과 서초동 어느 음식점에서 모인 열대여섯 분 발기인들의 의기투합한 모습이 눈앞에 삼삼히 떠오릅니다. 안산 성호기념관에서의 성호학회 학술발표회장에서 조명이 없어도 회의장이 환하다고 하신 우스개의 말씀도 귓가에 맴돕니다.

선생님! 후학과 제자들이 이어가겠습니다. 다 내려놓고 편안히 쉬소서.

                                                         

정만조 국민대 명예교수 再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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