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대학의 존재 이유
예비대학의 존재 이유
  • 남송우 논설위원
  • 승인 2018.02.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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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대학 입학 시즌이 서서히 마무리 돼가면서, 대학마다 연례행사로 굳어져 있는 예비대학 모임이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다. 예비대학이란 말 그대로 대학입학이 예정되어 있는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아직 대학생활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예비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생활의 전반적인 내용을 안내하고 공유한다는 점에서 예비대학은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동안 예비대학 행사 중에 사고가 빈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 온 점도 쉽게 간과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현재 펼쳐지고 있는 예비대학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그 성격이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뉘어져 진행되고 있다. 한 형태는 대학 자체가 모든 프로그램을 주관해 진행하는 형태고, 다른 하나는 대학 학생회가 주관하는 경우다. 그 동안 늘 문제가 돼온 예비대학 프로그램은 대학 학생회가 주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 만나는 선후배, 혹은 동기간의 서먹한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하다보니, 생각하지도 못한 사고들이 일어나게 된 경우들이 많았다.

예비신입생들의 대학생활 적응을 돕고, 대학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예비대학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짧게 이뤄지는 학생회 주관의 예비대학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정말 예비신입생들이 4년 동안의 대학생활을 실질적으로 구상하고 설계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대학입학 후에 새롭게 만나게 될 他者들과의 관계형성을 대학입학 전에 일차적으로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서 혹은 앞으로의 대학생활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학생회가 주관하는 예비대학의 프로그램은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여기에 비해 학교가 주관하는 예비대학은 신입생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보충하기 위한 기초학력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소위 요즈음 대학 신입생들에게 부족한 기초과학 분야의 수학, 물리, 화학 등의 과목이나 외국어나 컴퓨터 관련 과목들을 일정 기간 개설해 학습하게 하고, 학점으로도 인정해 주는 프로그램을 많은 대학들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수시에 합격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혹은 수강비를 받고 예비대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또 어떤 대학들은 상당한 기간 동안 캠프를 실시하면서, 학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대학생활 설계 프로그램, 자아 탐색 프로그램, 대학에서의 동아리 활동 체험 등 건전한 대학문화를 창출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프로그램을 펼치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대학과 학생회가 실시하고 있는 예비대학의 프로그램이 그 지향점이 서로 다른 부분도 있고, 서로 공유되는 부분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차원에서 예비대학의 프로그램을 제 각기 따로 둘 것이 아니라, 적절히 융합하고 체계화하여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해 나가면서 최대의 성과를 도모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체적으로 1학년 신입생들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대학 4년 동안의 계획이나 설계도 없이 1년을 허송세월하는 학생들이 많다.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비대학의 프로그램을 통해 완전하지는 않지만, 자기 진로를 설계하고 4년 동안의 대학 생활을 어느 정도 준비한다면, 이런 시간적인 허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짧은 대학생활 4년을 두고 본다면, 1년이란 시간은 엄청난 무게를 지닌다. 이 1년을 허비한다는 것은 대학생활의 출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예비대학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없다면, 굳이 예비대학이 존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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