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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역량진단평가와 3천99만원
대학역량진단평가와 3천99만원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8.02.05 10: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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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올해 3월이면 대학역량진단평가가 실시된다. 과거의 대학평가와 비교해 볼 때 대학운영의 민주성과 재단의 책무성이 강조되고 있어, 대학지배구조 개선이 기대된다. 또한 전임교원, 사실상 계약제 전임교원의 최소 보수수준을 규정하고, 정년·비정년 교원 운영 현황을 보고하게 함으로써 계약제 교수들의 처우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최소 보수 수준이 3천99만원이라고? 도시근로자 연평균 소득이 5천789만원이다. 1000대 기업 대리급 평균 연봉은 3천970만원, 20대 가구주 연평균 소득이 3천650만원, 국공립 초등학교 초임교사 법정급여가 3천204만원이다. 학사, 석사, 박사 다 마친 평균 42세의 대학교수,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최고 지성을 교육하는 그들의 연봉이 과연 이래도 될까? 더구나 정년제 교수의 평균 연봉은 7천426만원이고 계약제 교수 평균 연봉조차 3천655만원이다. 대체 현재 계약직 교수 연봉 수준보다 낮은 3천99만원이란 액수는 어떻게 산정된 것일까?

우리나라 헌법은 교원의 지위를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교원법정주의를 채택한 것은 교원의 사회적 대우, 근무조건, 신분, 보수 등을 보호함으로써 교육자로서의 본연의 사명을 완수하게하기 위함이다. 계약제 교수도 분명 법적인 교원이다.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는 법률이 아니라, 개별 대학의 학칙에 근거하고 있다. 여기에 위헌적 소지는 없는 것일까?

계약제 교수가 양산된 것은 개별 대학이 교육부 평가 때문에 적은 예산으로라도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혹자는 계약제 교수라도 뽑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하지만, 계약제 교수제도가 없었다면 지금 계약제 교수들은 정년제 교수로 뽑힐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나라 대학은 충분한 교수를 확보하고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대학교수 1인당 평균 학생 수는 의학계열을 제외할 때 30.2명이며, OECD 국가 평균인 15명의 2배 수준이다. 그리고 법정 교수 1인당 학생 수(인문사회계 25/이공계 20명)을 충족한 대학은 전국에서 4개교에 불과하며, 전국대학 전임교원 확보율은 평균 80%선이다. 현재 대학교수가 총 6만 7천명임 것을 감안하면, 법정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 1만 3천 명 정도가 더 필요하다.

교육부는 그간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지금까지 교육부가 대학역량강화란 명목으로 해마다 지출한 예산이 3조에 이른다. 대학역량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기에 이런 예산을 쓰고도 교원확보율이 법정 수준에도 못 미치고,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OECD평균의 배나 되는 것일까? 3조원 규모면 정년제 교수 1인당 인건비를 1억으로 계산하더라도 3만 명을 채용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간 교육부의 대학평가지표를 보면, ACE사업 같은 경우 100점 만점 중 전임교원확보율은 4점에 불과한데 반해 교육 과정 개선이나 특성화, 수업 관리나 학점 관리를 위해 책정된 점수가 총 46점에 이른다. 교과목 개설이나 출석, 학점 관리가 잘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것이 과연 교수 없이 되는 일일까?
올해 대학기본역량 평가지표를 보면 전임교원확보율이 10점으로 상향되었지만, 기타 지표에 비해 상대적 비중이 높은 것은 아니다. 대학의 역량강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교수다. 교육의 기본은 교수가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데 있기 때문이다. 교수가 충분하고 좋은 조건 하에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으면, 수업이나 교육 과정은 저절로 좋아지고, 교육성과 역시 저절로 높아진다.

대학의 기본역량을 정하는데 무엇이 핵심적이고, 무엇이 부차적인지 구별하지 못하면, 정부가 아무리 많은 예산은 쓴다 해도 기대한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다.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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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2018-04-14 01:28:03
현실을 모르는 논지, 한국대학의 역사와 사립대의 역할을 무시한 주장, 안타깝게도 개인의 잘난척으로 마무리 된 듯..... 현재 한국의 대학은 생존에 목메어 있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