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11-25 19:30 (수)
[學而思] 광고 창의성 연구의 멀고도 험한 길
[學而思] 광고 창의성 연구의 멀고도 험한 길
  • 교수신문
  • 승인 2018.01.29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學而思

대학 교수로서 연구자의 길을 걷기 전, 나는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광고 아이디어를 내면 그때마다 상사로부터 아이디어에 대한 리뷰 과정을 거치게 된다. 내가 몇날 며칠 고민한 끝에 건져 올린 카피나 아이디어를 상사는 2분 정도 쓱 훑어보고는 거침없는 평가를 내렸다. 조금 과장하자면 판사의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의 심정과 같다고나 할까? “영 아니니 다시 하지”, “말은 되지만 날이 서지 않았어”, “나름 괜찮은데 어쩐 일이야?” 등. 내가 좋다고 여기던 아이디어에는 혹평이 내려지고, 시간에 쫓겨 급하게 낸 아이디어에는 뜻밖의 호평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절망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관적 평가가 나올 때마다. 상사는 오랜 경험으로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경험에 객관성을 더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나는 또 다시 절망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이 없다는 사실에. 그래서 광고 창의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준거를 과학적 방법으로 만들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뒤늦게 시작한 박사논문의 주제를 ‘광고 창의성 척도개발’로 잡았다.

무식이 용맹이라는 말처럼, 광고 창의성 척도개발이 겁 없이 잡은 주제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소설가가 되고 싶어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던 나로서는 대학원에서 맞닥뜨린 통계학을 처음 만난 순간 기절초풍했다. 질적 연구를 하고 싶었지만 과학적인 척도를 마련하려면 통계학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아니, 피하면 안 되었다. 통계는 사회과학 방법론을 지탱하는 기둥이었기 때문. 피할 방법도 많이 생각해봤지만 결국 정면 승부하기로 마음먹고,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초급을 지나 중급을 넘어 고급 통계까지 죽어라고 공부했다. 광고 창의성 평가에 관한 선행 연구도 많지 않았지만, 창의성 자체가 ‘파악하기 어려운(elusive)’ 구성 개념이어서 더더욱 어려웠다. 혼자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누구에게나 박사과정은 인고의 세월이겠지만, 6년 만에 끝낸 박사논문 「광고 창의성 측정을 위한 척도개발 연구」는 소설가를 꿈꾸던 나에게 첫 창작집을 낸 작가 이상으로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멀고도 험한 길이 끝나는 줄 알았지만 종점은 없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광고 창의성의 새로운 길을 닦겠다는 사명감으로 그동안 광고 창의성 연구를 계속해왔다. 예컨대, 「광고 창의성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2002), 「광고 창의성의 개념 분석」, 「광고 창의성의 차원에 따른 광고 효과」(2003), 「광고 창의성 척도개발에 관한 이론적 논의」(2006), 「광고 창의성 측정을 위한 척도개발과 타당성 검증」(2006), 「한중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국제광고 표현전략 연구」(2006), 「가치관의 차이가 국제광고 표현에 미치는 영향: 한미 간 비교문화연구」(2006), 「광고 헤드라인의 유형분류에 관한 연구」(2007), 「텔레비전 광고의 창의성 평가를 위한 탐색적 요인분석」(2007), 「텔레비전 광고의 창의성 척도개발과 타당화」(2008),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연구경향과 연구과제」(2008), 「제품유형별 레이아웃 형태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2009), 「Advertising Creativity in Korea: Scale Development and Validation」(2010, SSCI), 「주제 변화와 수상 실적으로 본 공익광고 크리에이티브 30년의 변화와 전망」(2012), 「에디슨 발상법: 창의주성 개념에 의한 광고 아이디어 발상법의 탐색」(2014), 「광고제작산업 기반조성 현안들의 중요도 분석」(2014), 「광고 창의성과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연구 동향과 전망」, 「창의적 인물의 창조정신 구조분석」(2015), 「Level of Creativity and Attitudes Toward an Advertisement」(2015, SSCI), 「정부광고의 광고 창의성과 정책 내용성의 척도개발 탐색」(2017) 같은 논문을 통해 광고 창의성 연구의 길을 달려왔다. 또한, 『창의성을 키우는 통섭 광고학』 시리즈 5권, 『아이디어 발상법』, 『생각창고: 광고로 배우는 창의학습』(2010, 공저), 『창의성을 키우는 365일』 같은 저서를 통해 우리나라 광고 창의성의 특성을 규명하려고 노력해왔다.

내 인생의 캠페인 주제는 ‘체인지(Change)’다. 변화라는 뜻이 아닌 소리 내어 읽었을 때의 발음 그대로다. 즉, 체력, 인성, 지성 3가지를 갖춰 변화를 시도하는 삶을 살자는 의지를 담았다. 체인지를 바탕으로 광고 창의성 연구를 앞으로도 계속하려 한다. 아직 가보지 못한 광고 창의성의 길이 너무 많기에.

 

김병희 서원대·광고홍보학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에서 광고학박사를 받았다. 한국PR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제일기획학술상 저술부문 대상, 한국갤럽학술상 대상, 교육부 선정 우수연구자 50인 등을 수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