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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 학생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커다란 마당' 필요
전문대 학생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커다란 마당' 필요
  • 박해미 경민대 교수학습개발센터장
  • 승인 2018.01.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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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문대를 생각한다

한국의 전문대학은 대부분 공과계열로부터 출발했으며 그래서 자연스레 공과계열의 교수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대학 내 구성원들 중 사범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나는 교수학습센터설립이 전문대학 내 유행처럼 번지던 2008년 교수학습지원센터장으로 발령받았다. 유아교육이 학문의 전부인 줄 알던 내게 교수학습지원센터 발령은 또 다른 도전의 시간이 됐다. 처음에는 교수를 지원하고 학생을 지원한다고 해서 어떤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유아교육을 한 마디로 놀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유아교육과정의 기준은 교육과정이라는 틀 안에 유아들이 충분히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의 면적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이고, ‘좋은 교사는 그 마당 안에서 유아들과 충분하게 놀아줄 수 있는 사람인가?’ 이며, ‘뛰어난 유아의 기준은 즐길 줄 알고, 놀 줄 아는가?’ 이다.

호모루덴스! 놀이하는 인간! 나는 은사님으로부터 놀이의 최고요소는 자기 수정(self-correcting)이라고 배웠다. 은사님께서 인간은 이러한 자기 수정의 과정 없이는 어떤 학문도 배울 수 없다고 하시면서 유아들이 무엇이든 재미있는 것으로부터 놀이를 시작하나 흥미와 재미가 없어지면 놀이를 멈추는 현상으로부터 쉽게 이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예시를 주셨다. , 우리는 심각한 것으로부터 보다는 즐겁고 재미있는 것으로부터 이런 자기 수정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 비단 유아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일까? 학생들은 왜 공부보다는 게임을 선택하고 강의보다는 동영상을 선택할까?

놀이는 인간의 마음을 환경과 상호작용 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왜냐하면 놀이는 긍정적인 정서를 갖게 하고, 이러한 상호작용은 즐거워지고 스트레스를 없애기 때문이다. 우리는 재미없는 것들과는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재미만 있다면 더 복잡하고 도전적인 방식으로 교재나 여러 가지 사회적 상황을 활용한다. 우리는 유아들이 놀이를 멈출 때 장난감과, 교재와 사회적인 맥락들에 의해서 더 이상 자극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명백하게 알아야 한다.

10년째 대학 내 교수학습센터를 맡아오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유아교육과정이 유아교육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대학의 기준은 각 학과의 교육과정이라는 틀 안에 대학생들이 충분히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의 면적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이다. 동시에 이제야 깨달음을 얻는다. 내가 맡고 있는 교수학습개발센터는 교수와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부서인데, 교수를 지원하는 것은 좋은 교육과정 구성과 교수방법 활용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고, 학생을 지원한다는 것은 전공능력을 활용해 자신의 분야에서 맘껏 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수업 이외의 공간, 비교과프로그램 지원

경민대 교수학습개발센터의 학습역량강화위원회의 제안으로 2년 전부터 전공융합식 학습프로젝트(Collabonomics)’를 비교과프로그램으로 시행하고 있다. 협력(Collaboration)과 경제(Economics)를 합성한 용어로 뭉치면 경제력은 상승한다는 의미이다. 지원자격은 전공과 학년 무관, 2개 이상의 전공 학습자가 팀을 이루어 참여함’, ‘명확한 제언을 통해서 최종 결과의 프로토타입을 프리젠테이션 할 수 있어야 함이었고, 팀 구성의 기준은 타전공학과 2인 이상으로 1이 우선이나 단, ‘동일전공학과 2인 이상이 1팀이 되었을 시, 학습역량강화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해당주제가 본인의 전공분야 외의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함이 인정될 때 참여가능이라는 공고를 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유아교육과 학생과 태권도과 학생이 한 팀이 돼 유아교육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태권도음률활동을 제작해 인근 유아교육기관에 CD를 배포했고, 유아교육과 학생과 정보통신과 학생이 한 팀이 돼 유아가 크리스마스 체험을 가상공간에서 재현하고 꾸밀 수 있는 VR콘텐츠를 제작했고, 유아 MR색칠놀이 APP을 개발한 유효프로젝트 팀이었던 정보통신과 학생은 팀에서 만들었던 APP으로 뉴질랜드 메가텔이라는 IT 회사에 지원해 인턴십 후 취업까지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학기 콜래보노믹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동미술지도과와 융합소프트웨어과 학생들 5명으로 구성된 팀에서는 교수학습지원프로그램 ‘Bring up APP’을 개발해 특허출원과 학생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수업 이외의 공간에서 이루어졌던 타학과 학생들과의 전공융합식 학습프로젝트는 자신이 배운 전공 지식을 타학과 학생들과 연합하고 연결하면서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수업 이외의 공간에서 이루어진 비교과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놀이터 마당으로 활용된 사례였다고 생각한다.

향후 전문대학에서의 전공 수업은 점점 줄이고 교양 수업과 융합 수업은 점점 늘여가야 한다. 그래서 학과의 장벽을 없애고 융합과 협동을 격려해야 제4차 산업혁명을 온전히 우리의 터닝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다. 난 대한민국에서 중간쯤이던 학생이 외국에 나가면 선두를 하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다. 우리의 선조가 우수했으니까 대한민국의 아이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도 우수한 유전인자를 입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런 우수한 아이들을, 학생들을, 그리고 대학생들을 기죽이고 획일화시키는 모든 교육적 정책들과 행위들은 교육학적 범죄이다. 그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자율성을 펼칠 수 있는 커다란 마당을 만들어줘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바로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전문대학생들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역량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학문영역에서의 심도 있는 탐구를 통한 창의적인 사고 및 융복합적인 지적 능력을 촉진시킬 수 있는 교육방법이 전제돼야 한다. 둘째, 교육방법은 학문보다는 주제에 대해 탐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전제했던 콜래보노믹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보여준 그들의 성과가 이것을 입증한다.

박해미 경민대 교수학습개발센터장(유아교육)
박해미 경민대 교수학습개발센터장(유아교육)

우리 전문대학 학생들은 이 뛰어놀아야 할 마당이 없어서 기회를 잃었던 학생들이다. 그래서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이 전문대학 학생들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의 귀한 학생들을 과거에 묶어 공부를 못했던 학생들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마당을 만들어 주지 못했던, 그들이 자기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못했던 교육학적 죄책감을 깨닫고 그들이 더 잘 놀 수 있도록 더 큰 마당을 만들어 주는 일에 동참해야 하며, 대학의 교육과정과 각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이 이런 자기수정과 자기 확장을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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