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9:15 (목)
域內 협력 레짐 구성이 중요하다
域內 협력 레짐 구성이 중요하다
  • 이수훈 경남대 사회학
  • 승인 2003.05.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단 : 동북아공동체 어떻게 그릴 것인가



이수훈
경남대·사회학

한때 동아시아론도 있었고, 아시아태평양론도 있었다. 이제 동북아론을 내건 정부가 들어서기에 이르렀다. 지역 이름을 무엇으로 붙였건 한반도 주변 아시아에서 공동체론은 긴 전통을 갖고 있지만, 굴절된 역내 역사와 제반 국제적 조건이 좋지 않아 아직도 실질적 공동체 건설은 진전이 지지부진하다.
세계적 추세는 지역에 기반을 둔 경제통합이지만 유독 한반도 주변 아시아에서만 지역화가 거북이 걸음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역사적 뿌리는 일본의 그릇된 지역화의 길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냉전이 이 지역을 파편화시킨 데 있다. 일제와 냉전은 우리 지역 공히 큰 폐해를 남겼지만 특히 한반도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안겼다.

꿩 먹고 알 줍는 전략으로 가자
상처를 안긴 주역들은 진정한 반성이 없고 여전히 위세가 등등하다. 대신 상처받은 한반도는 남과 북이 아직도 치유의 괄목할 만한 방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온갖 위기를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에 평화와 공동번영을 가져올 것이며 응당 세계 평화와 인류공동의 번영에 이바지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동북아론이다.
다양한 협력사업을 활성화한 끝에 동북아 공동체 건설에 총무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한국의 국가발전 비전은 절대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이것은 이미 구체화되기 시작한 동북아시대에 부응하겠다는 국가발전 전략이자, 한국의 발전이 곧 동북아 역내 다른 국가들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공동체정신의 소산이기도 하다.
한국이 적극 나서서 동북아 공동체 건설에 한몫을 담당하겠다는 데는 한반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분단이 지속되는 한 긴장이 상존하게 되고 그 긴장은 남과 북을 공히 소모시킬 뿐이다. 당사자인 남북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는 한반도에 그치지 않고 이웃 강대국들에게 영향을 준다.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에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만큼, 한반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그들도 결코 편할 수 없다. 정도는 덜할지 모르지만 중국과 러시아도 사정이 비슷하다. 동북아의 틀 속에서 한반도 문제를 풀고 한반도 문제 풀이를 매개로 해서 동북아에 다자간 협력틀을 건설하는 것이다.
세상사는 경제가 중요하다. 동북아 공동체도 결국 출발이 경제여야 하며, 더불어 안보 관심이 추가된다. 동북아는 지난 20여년 간 세계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활동을 보였으며 앞으로도 그 역동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그리고 역내 경제통합도 증대되고 있다.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지리적인 이점도 있고 기왕에 구축된 SOC망에 있어서도 우위가 있기 때문에 역내 ‘허브’ 기능을 할 수 있다. 금융과 물류 및 핵심전략산업에 있어 동북아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 분야에 있어 한국이 독점적인 위치가 아니라 공유할 부문은 공유하고 주도적 역할을 할 부문은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협력틀 구축에 있어 우선돼야 할 제도가 ‘동북아개발은행’ 같은 역내 금융기구다. 모든 사업에는 자금이 들기 때문에 역내 금융기구의 발족이 시급한 과제다. 이는 결국 자금인데, 여기에 일본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일본은 그를 통해 과거사 청산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역내 FTA는 쉽지 않다. 한중일 FTA 방안 같은 것이 그렇다.  다자간 협정이 어려우면 쌍무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좋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지만 환경이나 에너지 분야의 협력이야말로 적극적 의지를 갖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에는 황사, 산성비, 연안해역 오염, 사막화 등의 환경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문제를 역내 협력 레짐을 만들어 공동 대응할 때가 왔다.

覇道 판칠수록 도덕적 헤게모니 중요해
환경협력과 더불어 에너지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이런 차원에서 극동러시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극동러시아의 엄청난 천연자원을 개발해 러시아도 이득을 보고,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국도 혜택을 보며, 파탄에 빠진 북한경제 회생을 위해 에너지위기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그럴 때 북핵위기 같은 사안도 해결의 근원적 실마리를 찾는다. 동북아환경에너지협력체 같은 레짐을 만드는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
동북아공동체론은 미국을 배제하지 않는다. 미국을 배제하기에는 일본과 중국 등이 미국과 너무나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다만 우리에게 너무 절대시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를 합리화하자는 뜻이 동북아론에 담겨 있다. 또한 동북아공동체론은 궁극적으로 동남아를 배제할 수도 없다. 현재 아시아에서 그나마 협력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 동남아며 ‘아세안’ 국가들이다. 그리고 일본과 중국이 그들과 매우 깊은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보편적 가치다. 지금 세계는 覇道가 지배하고 있다. 이럴수록 도덕적 헤게모니가 중요하다. 우리는 문화와 도덕, 평화 등 보편적 전통을 소중히 여겨왔으며, 그런 측면에서 담론을 형성할 우위를 갖고 있다. 갈등이 상존하고 폭력의 개연성이 높은 동북아 지역에서 공동체론을 주창할 때는 우리 같은 피해자가 평화와 공동번영 같은 보편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실제 추진해야 한다. 그런 가치들이 경제협력과 같은 현실적 사안들과 접합될 때 공동체론이 힘을 얻고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