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1-14 22:14 (수)
백발이 흑발 되고, 이가 다시 난다는 묘약
백발이 흑발 되고, 이가 다시 난다는 묘약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8.01.22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92. 구기자나무
구기자. 출처=한국식물생태보감
구기자. 출처=한국식물생태보감

 

구기자를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력이 왕성해지며, 다리, 허리 힘이 강해지고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한다. 민간에서는 枸杞茶 또는 枸杞酒로 마시는데 얼굴이 좋아지고, 백발은 흑발이 되며, 이(齒)가 다시 난다는 묘약으로서 예로부터 많은 일화를 남기고 있다. 내 아주 어릴 적에 집 사랑방근처 언덕바지에 구기자나무 몇 그루가 있어서 머릿속에 아주 깊게 박혀있는 나무다.

옛날 옛적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중국 노나라에 한 관리가 민정을 살피던 중 나이 어린 소녀가 회초리를 들고서 이빨이 다 빠지고, 흰 수염이 난 노인을 쫓아다니는 이상한 광경을 보고 소녀에게 호통을 치니, 소녀는 자기가 300살이요, 그 노인은 자기 증손자라 하였다. 소녀는 구기자를 오래오래 먹어서 그렇다고 답했단다. 말을 잘 지어내고, 입담 센 옛날 양반들의 허풍은 알아줘야 한다지만….

구기자나무(Lycium chinense)는 고구마·토마토·고추·담배와 함께 가지과에 속하는 넓은 잎 떨기나무((闊葉灌木)로 6∼9월에 자줏빛 꽃이 피고, 열매는 새빨갛게(옅은 황색이 살짝 듦) 익는다. 가시가 헛개나무(枸)와 비슷하고, 줄기는 버드나무(杞)와 흡사하다하여 두 글자를 합쳐서 枸杞라 불렀다 한다.

아시아가 원산지로 두 종이 있고, 한국·중국·대만·일본에 나며, 우리나라에서는 충청남도 청양군이 주산지다. 중국북부 중닝(中寧), 닝샤(寧夏) 등지에서 큰돈이 되는 지라 ‘red diamonds’라 부르면서 대대적으로 재배해 수출하고, 영국·캐나다·미국 등지에서도 기른다고 한다. 그리고 서양에서 구기자를 ‘goji berry’라 하는데 goji란 중국방언으로 구기자를 뜻한다.

구기자나무(boxthorn)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농경지주변 햇빛이 잘 들고, 토심이 깊은 비옥한 사질양토에서 곧잘 자란다. 구기자나무줄기는 보통 1∼1.5m 정도이나 어떤 것은 4m에 이르기도 한다. 보통은 줄기가 변한 가시가 있는데 없는 품종도 있고, 줄기는 비스듬히 자라며, 끝자락이 밑으로 처진다. 잎은 어긋나고, 여러 개가 뭉쳐나며, 끝이 뾰족하고, 달걀모양이다. 여린 잎은 밥에 찌고, 된장국에 넣기도 하며, 또 나물로 무쳐먹기도 한다.

잎겨드랑이(葉腋)에 은은한 보랏빛 꽃이 1∼4개가 피고, 꽃부리(花冠)는 대롱처럼 속이 텅 빈 종처럼(筒狀鐘形)생겼으며, 끝이 뾰족하게 다섯 갈래로 갈라진다. 꽃받침은 3∼5개로 갈라지고, 수술은 5개이며,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보통 타원형으로 살이 많고, 씨앗이 들었으며(漿果), 맛이 달큼해 날걸로 따먹기도 한다. 자르르 윤기가 도는 것이 한결 눈부시도록 영롱하고, 톡 터질 듯 진한 황적색으로 익으니 새(鳥)들의 눈을 끌기에 모자람이 없다. 길이는 10㎜, 지름은 5㎜정도이고, 마르면 열매껍질이 암적색으로 쭈글쭈글해지며, 처음에는 달콤하나 나중에는 쓴 맛을 낸다. 씨는 자잘하고(약 2㎜) 납작한 것이 콩팥 모양이고, 황백색으로 열매 하나에 보통 10~60개의 씨가 들었다.

구기자나무열매를 拘杞子, 뿌리껍질(根皮)을 地骨皮라하여 고스란히 약용한다. 구기자는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채취해 음지에 말린다. 현대과학에서 알려진 열매성분은 베타인(betaine)·제아잔틴(zeazanthin)·카로틴(carotene)·비타민B1·B2·C 등이다. 베타인 성분은 간의 지방축적을 억제하고, 간세포재생을 촉진하며, 혈압을 내려준다. 또 제아잔틴은 루테인(lutein)과 함께 눈에 중요한 영양소이고, 카로틴은 몸에서 비타민A로 바뀌는 물질이다.

그리고 지골피는 입춘 무렵에 채취하여 근피를 벗겨 말린다. 잇몸치료제(인사돌이)분인 베타시토스테롤(β-sitosterol),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레산(linoleic acid), 리놀렌산(linolenic acid), 멜리스산(melissic acid)들이 가득 들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나무들이 제꽃가루받이(自家受粉)가 안 되는 성질(自家不和合性, self-incompatibility)이 있지만 구기자나무는 유독 심하기에 반드시 둘레에 몇 그루를  심어 줘야한다. 참고로, 한 꽃에 든 꽃술(암술수술)끼리 꽃가루받이(受粉)가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비록 한 나무에 핀 수 많은 꽃 사이에도 순순히 정받이(受精)가 되지 않는다. 기어코 근친교배를 피하자고 제가끔 그러는 것으로 사람들은 이들 식물에서, 또 지렁이나 달팽이 따위의 동물에서 優生學(eugenics)을 배웠다. 

구기자는 하수오, 인삼과 함께 삼대 명약으로 친다. 사실 구기자나 지골피의 효능을 일일이 다 쓰기엔 지면이 모자란다. 구기자는 식은땀·폐렴·기침·당뇨·소염·토혈·만성간염·간경변증을 다스리는데 좋고, 강장제·면역증강·조혈작용·콜레스테롤강하·혈압강하·생장촉진·항암작용 등에, 지골피는 강장·해열·폐결핵들에 쓴다고 한다. 또한 구기자열매를 국화꽃과 대추를 넣어 차로 끓이고, 술을 담아 구기자주로 마신다. 이거야 말로 영락없이 萬病通治藥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중국을 다녀온 초등학교후배가 앞에서 말한 닝샤지역에서 나는 ‘寧夏拘杞(닝샤구기)’ 한 통을 사다줘서 꿀에 개어서 먹고 있다. 앞에 열거한 약리, 치료효과를 생각하면서 말이지. 그러나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이 바로 약(食藥同源)이라고 했고, 동양의술에서는 藥補不如食補라하지 않는가. 지당한 말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