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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정리 작업 미흡…역사적 배경 검토 필요
개념정리 작업 미흡…역사적 배경 검토 필요
  • 지두환 / 국민대·사
  • 승인 200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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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참관기 : ‘한국 유학 3대 논쟁에 대한 연구성과와 방향모색’을 보고



지난 3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유학 3대 논쟁에 대한 연구성과와 방향모색’이라는 학술대회에 토론자로 참관하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됐다.
조선이 망하면서 당쟁론과 함께 유교망국론이 식민지사관의 대명사로 자리잡아갔다. 이는 광복 후에도 한동안 계속됐다. 조선후기 실학사상 연구는 이를 심화시키기까지 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조선후기 정치를 붕당정치로 긍정적으로 파악하는 연구가 이뤄지면서 그 뿌리가 되고 있는 유교 성리학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됐다.
그동안 체면이나 차리는 것으로 치부됐던 儀禮와 禮學, 공리공담의 핵심으로 평가되던 현종, 숙종대 禮訟 논쟁에 대한새로운 연구, 사단칠정논쟁이나 호락논쟁이라는 성리철학에 대해 부쩍 활발해진 연구가 그 좋은 예다.
이는 한국학 학술연구가 유교망국론에서 유교긍정론으로, 식민지사관의 핵심이던 조선부정론에서 민족사관의 핵심인 조선긍정론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禮訟, 湖洛, 사칠논쟁의 재해석
전북대와 한남대, 한국유교학회가 2002년에 3년간 공동 주관하는 학술연구사업으로 ‘성리학 3대 논쟁(사칠논쟁·예송논쟁·호락논쟁) 정리·역주 사업’을 기획하고, 학술진흥재단이 이를 채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 1년간의 연구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인 셈이다. 근래 보기 드물게 1백여 명이 넘는 참관인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고 발표와 토론도 진지했다.
湖洛논쟁에서는 외암 李柬, 남당 韓元震 전후의 연구성과는 물론 사학·문화·예술계까지의 연구성과를 망라해 정리하면서, 主氣的 경향을 가지는 湖派에서 북학파로 이어지지 않고 主理的 경향을 가지는 洛派에서 북학파로 이어지는 것은 어떤 일인가 분석했다. 예송논쟁에서는 예학과 理學인 철학은 같이 연관성이 있는가 아니면 연관성이 없는가 하는 논쟁이 벌어지고, 사칠논쟁에서는 ‘퇴계-고봉’ 논쟁을 중심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역주하는 과정에서 중국 백화문체에 대한 해석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그리고 종합토론에서 인물성동이론이 생태학과 연계해 현대 환경문제나 동물애호 같은 문제와 깊은 관련을 가지지 않는가 하는 조심스런 문제의식도 제기됐다.
이번 성리학 3대 논쟁을 다룬 학술대회를 바라보면서 드는 아쉬움을 몇가지 언급하겠다. 먼저, 성리학 3대 논쟁의 세계화를 위해서 자료를 정리하고 몇 개 국어로 역주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개념 정리도 아직 미흡한 상황에서 우선 개념 정리를 하는 철학 사전 작업이 병행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성리학 3대 논쟁의 성격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철학 한 분야의 시각에서 논쟁이 진행된 감도 있었다.
성리학 3대 논쟁이 벌어진 시대적, 역사적 배경이 기본적으로 정리가 돼야 하지 않았을까. 또한 철학이 모든 학문의 뿌리라면, 줄기나 꽃이나 열매에 해당하는 정치나 사회경제 그리고 문화 예술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에 대한 방향제시가 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조선성리학 형성과정 논의 부족
그리고 조선전기 주자성리학에서 조선후기 조선성리학으로 변화해 가는 요인이 心學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사칠논쟁이나 호락논쟁이 心·性·情의 문제를 중심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 주자성리학에서 조선성리학으로 변화하는 문제에 대한 논쟁이나 정리는 부족하지 않았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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