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교수 ‘대기조’ 취급받는 교양교수… 인식 개선해야죠”
“전공교수 ‘대기조’ 취급받는 교양교수… 인식 개선해야죠”
  • 한태임 기자
  • 승인 2018.01.0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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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 5대 회장에 선출된 박경하 중앙대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교양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018년 한 해 동안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를 이끌어 갈 새 회장에 박경하 중앙대 교수(역사학과)가 뽑혔다. 전국 103개 대학이 회원교로 있는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는 대학 간 정보교류와 정책제안을 통해 ‘대학 교양교육’의 발전을 모색해 오고 있다. 5대 회장으로 선출된 박 교수는 중앙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중앙대 다빈치교양대학 학장, ACE Edu-Frontier 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올 한해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를 이끌어갈 박 교수는 ‘교양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달 26일 중앙대 다빈치교양대학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양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교양교육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부터 교양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대됐다. 당시에는 지식기반 사회에 맞는 인재, 즉 사회적인 부가가치가 높은 재원을 창출하자는 측면에서 교양교육이 강조됐던 거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교양교육에서 ‘도구적 효율성’이 강조된 시대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러서는 도구적 효율성이 아닌, 보다 본질적인 질문들이 필요하게 됐다. “슈퍼컴퓨터 알파고와 다르게 인간만이 갖는 독자적 가치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 말이다. 인본적 가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게 된 거다. 제너럴 에듀케이션(general education)이 전통적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교육’을 목표로 해왔지 않나. 21세기는 교양교육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고, 인간의 고유한 가치와 품격이라는 오래된 화두가 다시 우리 앞에 있다.”

△대학에서 교양교육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실용적이고 도구적인 지식의 축적만으로는 빅데이터 시대의 인공 지능들을 넘어서기 어렵다. 변해가는 시대에 대응하면서, 거대한 정보와 지식의 바다에서 인간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판단하고 변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전공에서 함양한 지식을 활용하고 연계해 변해가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 하나의 지식에 갇히지 않고 계속 탐구하고 사유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교양교육의 기본적인 역할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교양교육을 통해 자연에 대한 경외심, 인간에 대한 존중심, 이웃에 대한 사랑과 봉사심을 함양하기 위한 인성교육이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교양교육의 대상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교육을 수행하는 ‘주체’로는 어떤 이가 적합할까. 이 분들에게 교양교육 가이드나 매뉴얼 같은 것을 제공할 수도 있지 않나.

“대학에서 교양대학(또는 기초대학, 교양학부대학)의 위상은 다른 단과대학에 비해 낮게 설정돼 있다.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에 대한 처우에도 문제가 많다. 교양 교육을 수행하는 주체는 당연히 교양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전문가 집단이어야 한다. 한국의 학제에서는 교양교육 담당자를 ‘전공을 쉽게 가르치는 비전문가’라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전공 교수로 진입하기 위한 ‘대기조’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실상 이런 구조나 편견 속에서 교양교육의 실현은 어렵다고 본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는 ‘교양’ 역시 하나의 독립적인 학문 영역으로서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교양 대학의 교수진들이 연구와 교육 방법에서 다양한 노력을 쌓아가고 있으며, 대학 교양교육을 위한 전문 인력들의 네트워크나 교육 담론의 축적도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육 방법에 대한 공유도 실현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대학별로 다양한 교양교육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업계에는 ‘표준’이란 게 있다. 물론 교양은 문화적인 것이라 어떤 특정한 틀을 상정하긴 어렵겠지만, 교양교육을 하려면 그런 표준적인 틀도 고민해야 하지는 않을까.

“‘표준’이라는 척도를 대학 교육에 이입하는 것에는 여러 위험 요소가 있다. 자칫 지식과 학문이 정량화되고, 특정한 제도나 이념의 틀 안에서 왜곡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철학 교육의 표준이나 역사 교육의 표준, 인성 교육의 표준을 제도화하기 어렵듯이 교양교육도 마찬가지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한국 교양교육의 전개 과정에서 보이는 ‘기초 vs 전문’, ‘실용 vs 가치’ 대립 구도를 넘어 새로운 영역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양교육이 비전문적이며 단순한 전공기초 교육에 불과하다는 편견을 불식해야 한다. 대학의 형편에 의해 축소되거나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전문영역으로서 대학 교양교육의 공통 범주를 점진적으로 설정해나가야 한다.”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 회장으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교양학이 하나의 ‘학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 융·복합교육이 새로운 시대의 화두이지 않나. 교양학의 영역에서 ‘융·복합 교육’은 가장 잘 할 수 있고, 잘 해야만 하는 중요한 과제다. 지금의 융합 교육은 말이 융합 교육이지, 한 지붕 세 가족이나 다름없다. ‘인문 소프트웨어 융합 교육’이라고 하면 인문학 선생은 인문학만 가르치고, 소프트웨어 선생은 소프트웨어만 가르친다. 교수들이 각자 자기 전공만 가르치는 거다. ‘융합’이라고 하는 것은 각각 전공의 본질을 녹여서 하나가 되는 것인데, 이런 사례는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교양교육은 전공이라는 칸막이를 넘어 연결의 상상력을 키우고 복합적 문제해결방식을 배양할 수 있는 최적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한태임 기자 hantae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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