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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논의 어떻게 깊어질까?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논의 어떻게 깊어질까?
  • 김재호
  • 승인 2018.01.02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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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200. 2017년 결산 및 2018년 전망
가상화폐.   사진출처=픽사베이
가상화폐. 사진출처=픽사베이

2017년 과학기술계에서 주목 받은 소식은 단연 노벨상이었다. 노벨 물리학상의 경우 MIT의 라이너 바이스 교수, 칼텍의 배리 배리시 교수와 킵 손 명예교수가 중력파를 연구한 공로로 수상했다. 약 13억 년 전 두 개의 블랙홀의 충돌하면서 발생한 파장이 관측된 것이다. 머지않아 전자기파로만 관측해왔던 우주를 중력파를 이용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노벨 화학상은 자크 두보쉐 로잔대 교수, 요아킴 프랑크 컬럼비아대 교수, 리처드 헨더슨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이 극저온 전자 현미경을 개발한 공로로 받았다. 기존 전자 현미경의 경우 원자의 매우 작은 구조를 볼 수는 있지만, 고해상도로 얻으려 할 때마다 재료가 소각되거나 사진이 흐릿하게 나오곤 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저온 전자현미경이 개발된 뒤로 줄었다. 세포 구석구석의 원자 원리를 연구할 좋은 길이 열리게 됐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제프리 C. 홀 메인대 교수, 마이클 로스바시 브랜데이스대 교수, 마이클 W. 영 록펠러대 교수가 생체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았다. 24시간 생체주기는 세포 내 특정 유전자들이 끊임없이 단백질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생체주기는 속도조절자인 진동자에 의해 유발되며 남세균, 균류, 곤충, 생쥐 등 모든 생명체의 항상성과 연관된다. 환자의 생체시계 리듬을 파악함으로써 항암 치료에 필요한 약물 투여 시점 등을 특정할 날이 오고 있다. 
중력파, 극저온 전자 현미경, 생체리듬

또한 2017년 전 세계를 강타한 주요 사건은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이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주창된 제4차 산업혁명은 국내에 관련 위원회(2017년 9월 26일 공식 활동 시작)가 만들어질 정도로 모든 과학 이슈를 휩쓸었다. 특히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과 ‘감성 지능’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역량으로 손꼽혔다. 인공지능은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드론, 로봇, 음성 비서, 법률, 언론, 번역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맹위를 떨치며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의 특이점이 곧 도래해 증가하는 일자리보다 대체되는 일자리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2018년도에도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은 가장 주목할 만한 화두가 될 것이다. 철학자들은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그 기술적 성과는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이제 협상을 하고 스스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아직 초보 단계이긴 하지만 말이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이 원래 사이버 물리시스템을 의미하듯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며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더 나아가 혼합현실(Mixed Reality)은 기세를 떨칠 것이다. 

국내에선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과 장관 임명 등 내홍을 겪었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되었던 박기영 순천대 교수(생물학과)는 나흘 만에 자진 사퇴했다.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서울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반대 입장 표명을 밝히기도 했다.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를 지낸 박성진 포스텍 교수(기계공학과)를 임명해 논란이 일었다. 박 교수는 장관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어 임명된 홍종학 전 가천대 교수(경제학과) 역시 증여세 문제 등 윤리적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계 인사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일었다. 

아울러, 2017년엔 과학기술계에 초미의 관심사인 R&D 예산 중 기초분야, 특히 자유공모 분야가 적다는 국회 청원이 과학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호원경 서울의대 교수는 허울 좋은 통계로 기초과학이 고사 위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GDP 대비 R&D 세계 1위에선 정부의 투자 비율이 낮고 오히려 민간 부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호 교수는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선 기초연구비가 일부 삭감된 채로 통과됐다. 2018년을 정부 R&D 예산으로 버텨야 하는 기초과학분야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에겐 한파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사이언스>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과학업적들은 다음과 같다. 특히 천문학과 유전자치료는 그 가능성의 세계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우주의 기원탐구를 위한 유령 같은 중성미자 연구 ▶기존 학설 보다 10만 년 오래된 30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 유골 발견 ▶유전자 염기의 짝(A-T, C-G)을 정확히 교정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 ▶통상의 게재 절차를 밟기 전 연구자들끼리 연구 논문을 공유할 수 있는 생물학 온라인 저장소 아카이브(bioRxiv) ▶기존 학설인 2종을 넘어 인도네시아에서 신종 오랑우탄(Pongo tapanuliensis) 발견 ▶270만 년 된 남극 해빙 연구로 밝힌 새로운 빙하기 역사 ▶유전자 치료법으로 유전병 가진 아이 치료 ▶불법 어업으로 30 마리만 남은 바키타돌고래 보호 운동 ▶과학계에서 벌어지는 여성 차별 문제 ▶트럼프 정부와 미국 과학계 사이의 갈등.

과학기술 출판 부문에선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역사학과)와 맥스 테그마크 MIT 교수(물리학과)가 계속 주목된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역사를 기반으로 인간과 인공지능, 신을 사이에 두고 인본주의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신으로 상승하려는 인간은 오히려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데이터의 일환이 되는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맥스 테그마크는 다중우주와 라이프 3.0이라는 인공지능 로봇의 출현을 살펴본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다중우주설이 천문학의 발전으로 깊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맥스 테그마크 교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설계 할 수 있는 생명인 초지능으로서의 인공지능이 탄생한다고 예견했다.

마지막으로 2018년도에는 가상화폐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비트코인, 빗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화폐는 분산형 네트워크인 블록체인으로 인해 탈중개성, 보안성, 투명성 등을 담보하며 새로운 화폐로서의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급등과 폭락을 반복하고 있는 등 화폐로서 가치가 안정적이지 못 하고 범죄 등에 연루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중앙집권적 기존 화폐가 지닌 한계를 넘어 과학기술이 탄생시킨 전 세계 단일화폐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17년은 과학기술로 인한 새로운 희망과 함께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 및 기술 불평등과 윤리 문제 등이 역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새해엔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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