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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교육의 요람으로 돌아가자
[신년사] 교육의 요람으로 돌아가자
  • 설한 편집인
  • 승인 2018.01.02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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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교수들은 지난 한 해의 우리 사회상을 ‘破邪顯正’으로 진단했다.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새 정부의 출범과 적폐청산으로 이어지며 신년 벽두부터 숨 가쁘게 달려온 일 년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무술년의 첫 날이 밝았다.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새로운 시작은 항상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하며 무한한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다.

선과 악, 邪와 正이 공존하며 구분이 힘든 혼란스런 세상에서 그릇됨을 다스리고 올바름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깨뜨리지 않으면 정의는 바로 세울 수 없다. 진실이 가려지고 선의 얼굴을 한 악이 횡행하는 세상과 타협하거나 침묵, 방관하는 행위는 더 큰 그릇됨을 낳을 뿐이다. 따라서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의와 부정을 바로잡고 그동안 탁상공론에 그친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매진해야 할 것이다.

물론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사회의 각종 관행과 통념에 대한 반성적 고찰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반성할 것을 반성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변화의 새해를 맞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만 옳다는 독단적 생각이나 태도가 낳는 대립과 대결, 증오와 배제로는 어떤 긍정적 변화도 이루기 어렵다. 그러니 적폐청산이라는 명분하에 과거에 매달려 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사회도 변화와 적폐청산의 거대한 물결을 거스를 수 없다. 그 동안 국가와 기업에 휘둘리고 자본주의 시장논리에 지배된 채 우리 대학의 민주주의와 자율성, 비판정신은 크게 약화됐다. 안타깝게도 현실 체제 속에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기능과 자격을 갖추는 것이 대학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이 됐고, 대학은 취업준비기관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학문 분야별 권위주의로 학문 간 장벽은 여전히 높고, 인문학 열풍 속에 인문학과들이 사라지는 촌극은 학문의 다양성 위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대학의 서열화로 인한 대학사회의 불평등 구조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 한국의 대학은 교육의 요람이 아니라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 부패 상아탑이란 지탄을 받고 있으며 대학의 민주주의도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그동안 대학정책은 대학 스스로에 의해 자율적으로 계획, 시행되지 못하고, 대학의 변화 역시 대학의 자기반성과 비판에서 비롯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우리 대학은 순응주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행태에 길들여져 왔다. 지금처럼 교육부와 사학재단이 대학과 관련된 주요 권력과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한, 그리고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 도사리고 있는 비민주적 위계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의 대학에서 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은 요원하다.

한편, 대학교육은 명목상으로는 선택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제 필수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학력과 학벌이 세습되는 우리 사회에서 학벌은 거의 신분이 되고 말았다. 교육을 통한 신분제 사회의 조성에 대학이 그 추동체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대학의 치욕스런 모습이다. 따라서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전체 사회와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설한 편집기획위원
설한 편집기획위원

지난해는 파사현정의 첫발을 내디딘 해였다. 어느 해 치고 순탄했던 적이 없었지만 올해 역시 지난해의 연장선상에서 변혁의 변곡점을 맞는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이다. 대학은 교육과 학문의 산실이며, 민주주의의 산실이기도 하다. 대학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서고, 학문과 교육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켜켜이 쌓여온 폐단과 폐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작에 부합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은 항상 희망과 기대로 가득하다. 올해는 진정한 지성의 전당으로서 행복하고 소망스런 대학사회의 자화상이 그려지기를 빈다.

설한 편집인/경남대·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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