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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자신을 믿어라"
"당신 자신을 믿어라"
  • 장수정 전남대 의대 박사후 연구원
  • 승인 2018.01.0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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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 장수정 전남대 의대 박사후 연구원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입니다.” 15년 전, 석사과정 입학을 위한 면접시험에서 “장래희망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이처럼 대답했다. 성적에 맞게 대학에 진학한 후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현실에서 장래희망은 중요하지 않겠지만, 나는 여전히 과학자이고 과학자가 되고 싶다.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기고문을 요청받은 후 돌아보니, 나는 학부 시절 연구실 생활을 시작으로 한다면 벌써 17년째 ‘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자이다.

학사 및 석사를 미생물 유전공학을 전공했고 연구원 생활과 박사를 시작하면서 줄기세포로 주제를 바꾸면서 인간의 질병과 줄기세포의 활용에 관한 연구를 하였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은 비전문가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하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우리 삶에 녹아들었지만, 아직도 우리는 줄기세포에 대해 다 알지는 못하고 있다. 다양하게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를 정확하게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는 방법에 관한 연구 중에서도 특히 신경세포로의 분화에 관심을 갖고 그 기전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박사 후 연구원으로 미국에서의 포스닥 생활을 마친 후 귀국하던 해부터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국내연수 프로그램과 신진연구지원사업 등 연달아 일곱 번의 연구비 지원이 탈락하는 고배를 마시면서 ‘나의 연구 방향에 문제가 있는가?’를 고민했던 적이 있다. 줄기세포 연구는 bench to clinic 의 대표적인 분야로, 실험실 레벨에서 세포의 분화를 시도하고 그 기전을 밝히는 연구는 연구비 수주를 하기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신경질환모델 등의 동물 모델에 줄기세포를 사용하는 연구는 단기간의 연구에는 성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내려졌었다.

대한민국의 2030세대들이 스스로를 삼포시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혹은 사포시대(삼포+취업 포기) 라고 지칭하며 나라의 경제 위기가 개인의 현실로 내비쳐지고 있다. 이는 현재의 과학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노벨상에 버금가는 뛰어난 연구 업적이나 흔히 hot 하다고 하는 연구 분야에만 연구비가 집중되고 오랜 시간 한가지의 연구에만 몰두할 수 없게 만드는 게 현실이었다. 연구비 사업에 선정된다고 해서 연애, 결혼, 출산, 취업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칠전팔기 끝에 2016년 후반기 리서치펠로우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연구비 수혜율이 80%에 이르면서 주변의 많은 연구자들이 꾸준히 자신의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점에 대해서 같은 과학자로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19세기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Ralph Waldo Emerson는 “당신 자신을 믿어라” 라고 말하며 개인의 정신적 잠재력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의 철학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힘을 주었다고 한다. 나는 CNS급의 뛰어난 논문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의 연구는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Every scientist’s reputation and career is based on the quantity and quality of scholarly publications”라는 말처럼 양질의 의미 있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될 것이다. 바라건대 한국연구재단을 비롯한 재단 및 기업의 연구 지원 사업이 확대되어, 다음 학문후속세대 또한 자신의 연구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진중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

 

장수정 전남대 의대 박사후 연구원
전남대 의대에서 박사를 했다. 줄기세포의 신경세포로의 분화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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