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개혁이 어려운 이유
교육 개혁이 어려운 이유
  • 김영석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8.01.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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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미국의 저명한 교육학자인 다이안 래비치는 근대 이후 미국에서 유행처럼 전개됐던 각종 교육개혁 프로젝트를 역사적으로 고찰한 이후, 교육에 있어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게 말했던 그녀 역시 1990년대 아버지 부시 정권하에서 교육부 차관보를 지내면서 국가표준성취수준을 정하고 그 달성 여부를 일제고사로 평가하는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인 이력이 있다. 결국 래비치는 십 수 년이 지난 후 여러 가지 경험적 증거에 비춰 볼 때 자신의 처방이 매우 잘못된 것이었음을 고백하는 저서를 발표했다.

필자 역시 과거 여러 가지 혁신적인 교육방법이나 학교교육 모델을 실천하면 수업이 바뀌고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안 되는 이유는 교사들이나 교육 행정가들이 새로운 모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제대로 실천을 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실천하기 어려운 모델을 소개한 것은 아닌지, 그러한 모델들이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운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성찰하지 않았다. 얼마 전 한 지역교육청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외국의 지엽적인 사례를 마치 교육혁신의 모델인 것처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장 교사들에게 왜 이 좋은 것을 실천하려고 하지 않느냐며 따지는 어느 발표자의 모습을 보면서 불편함을 넘어 내 자신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었나 하는 부끄러움이 들었다.

교육은 인간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하는 대단히 어려운 목표를 추구한다. 설사 변화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교사의 어떤 행위, 교실의 어떤 조건이 아이를 변화시켰는지 특정해 검증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단히 좋은 교육방법이라고 여겨졌던 모델들도 막상 그 효과를 실증적·실천적으로 검증해보면 실망스러운 결과를 접하게 될 때가 많다. 예컨대 1960년대 미국은 소련과의 인공위성 경쟁에서 뒤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 ‘탐구학습’이라는 혁신적 수업모형을 제시하고 이 모델의 정착을 위해 교육과정 및 교재 개발, 첨단 교구의 도입, 학급당 인원수의 과감한 축소, 교사 연수 등 막대한 투자를 쏟아 부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실 현장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당시 사회 분위기를 탓하는 사람도 있었고 구태의연한 교사들의 관행을 탓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는 탐구학습 자체가 아이들의 인지발달에 다른 수업방법에 비해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기도 했다. 교육이 쉽게 개혁되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편 교육개혁의 만병통치약이 없다고 선언해버린 다이안 래비치는 너무도 상식적인 답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풍부한 교육과정과 충실한 수업이 대안이라는 것이다. 답변의 ‘상식적임’이 일부에게는 대단히 실망스럽겠지만 교육이라는 행위의 복잡성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답변을 내놓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생활의 어떤 점이 아이를 변화시켰는지를 알 수 없을뿐더러 아이에게는 학교보다 가정환경과 미디어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풍부한 교육과정과 충실한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여러 가지 비교육적인 제약을 감안하면 현실의 학교교육이 아이들의 발달을 왜곡·퇴행시키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로든 아이들을 줄 세우고 말겠다는 입시관행과 대학이기주의, 교사와 학생들을 학업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교실 환경, 후진적이면서도 중앙집권적이기까지 한 국가 교육과정, 여기에 더해 시류에 충실한 자칭 전문가들의 실험 정신이 결합돼 학교가 그나마 제한적인 교육력을 발휘하는 것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그렇게 하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가르침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은 당장 자신의 자녀들을 키워보면 깨달을 것이다. 자녀가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면서 많은 대화와 경험을 공유하는 것 이외에 달리 자녀교육의 비법이 있었던가? 학교교육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교사와 학생이 차분하게 마주해 치열하게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공간과 재료를 마련하고, 이를 방해하는 여러 가지 제약조건을 걷어내는 과정 속에서 교육개혁의 실마리가 풀리기 바란다. 그런 점에서 교육은 개혁될 것이 아니라 회복되어야 한다.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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