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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공포감 반영된 이슈와 극복 희망 담긴 연구성과
현실 공포감 반영된 이슈와 극복 희망 담긴 연구성과
  • 윤상민
  • 승인 2018.01.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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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2017년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 발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2017년 올해의 10대 과학뉴스를 발표했다. 사진 제공=과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2017년 올해의 10대 과학뉴스를 발표했다. 사진 제공=과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 이하 과총)는 지난달 27일 대한민국이 주목한 ‘2017년 10대 과학기술 뉴스’(이하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10대 뉴스는 4건의 과학기술이슈 부문 뉴스와 6건의 연구성과 부문 뉴스로 선정됐다. 10대 뉴스 선정을 위해 과총은 2017년 취합한 276개의 과학기술계 뉴스 중, 31인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위원장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를 통해 선정된 30개의 뉴스를 후보로 해 지난달 21일부터 26일까지 6일간 온라인과 모바일로 투표를 진행했다. 총 6천396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는 과학기술인(3천937명, 61.6%)과 일반인(2천459명, 38.4%)이 6:4의 비율을 보였다. 선정위원회는 온라인·모바일 투표 결과를 토대로 ▷과학기술, 산업, 경제, 사회 발전 기여도 ▷과학기술 생태계 혁신 기여도 ▷과학기술에서의 정책적 관심과 대중화 기여도 ▷국민들의 관심도 등을 반영해 10대 뉴스를 최종 선정했다.

과학기술이슈 부문 뉴스에서는 올 한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들 가운데 과학기술 측면에서의 영향과 파급효과가 큰 뉴스들이 선정됐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및 재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부상과 사회적 충격 ▷살충제 계란·여성용품 발암성 논란 파동에 따른 케미포비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 발생 등 4건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탈원전 정책 관련 신고리 5·6호 원자로 건설 중단 여부를 중심으로 최초로 시민 참여 공론화위원회가 설치됐고, 위원회의 결론에 따라 건설 재개가 결정된 뉴스가 올해 과학기술계의 주요 뉴스로 꼽혔다. 블록체인은 정보기반 산업 분야에서 안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보안 핵심 기술로 초연결의 핵심기술이며, 초지능을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주목받았다.

또한 유독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국내산 계란,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벤젠을 비롯해 스타이렌, 톨루엔 같은 독성 화학물질 10여 종이 발견된 생리대 등 식품과 생활용품에 첨가된 유해 화학물질이 국민들의 공포심을 증폭시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와 과총은 일련의 사태들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민관협력체계인 국민생활과학자문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다.

천재지변으로 인해 사상최초의 수학능력시험 연기를 초래한 경북 포항 지진 역시 올 한해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4개의 과학기술 뉴스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국무총리실 산하 국민안전안심위원회가 설치됐고, 지진 위험 지역에 대한 정밀 조사의 필요성과 내진설계 강화 등 과학기술적·제도적 접근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연구성과 부문뉴스에는 한국 과학기술의 주요 연구성과 가운데 학술적 의의와 산업적·사회적 영향력이 큰 뉴스가 선정됐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인간 배아에서 비후성 심근증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교정에 성공 ▷1천 시간 사용해도 끄떡없는 튼튼한 태양전지 개발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병 예측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 성과로 글로벌 시장 진출 활발 ▷사물인터넷 기반 무인자동 트램 개발 ▷전기를 스스로 만드는 나노 실 개발 등이 그것이다.

세계적으로 유전자 가위기술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인간 배아에서 비후성 심근증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하는 데 성공한 연구 성과는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규제로 인해 인간 배아 기초 연구가 시행될 수 없어 미국에서 연구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기초연구 허용에 대한 규제합리화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도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태양전지의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광전극 소재 제조기술이 개발돼 오래 사용해도 효율 감소가 적으면서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태양전지는 미래 에너지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혈액 검사만으로 정상인에게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측하는 기술과 바이오신약의 10대 뉴스 선정 역시 고액의 양전자단층촬영(PET)검사를 대체할 진단도구가 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서 추진중인 자율주행자동차도 관심을 받았다. 사물인터넷 기반 무인자동 미니트램이 세계 최초로 원격 호출 및 수직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고, 전기에너지를 자가생산하는 탄소나노튜브 재질의 트위스트론 실도 10대 뉴스에 이름을 올렸다. 이 실은 전기를 생산하는 티셔츠뿐만 아니라 전원 공급이 필요 없는 자가구동 센서, 파도 속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10대 뉴스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과학기술 이슈 부문 1~4위에 과학기술인과 일반국민의 순위가 같았다는 점이다. 반면에 연구성과 부문에 있어서는 과학기술인과 일반국민의 순위가 10권 내에서 하나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곽재원 서울대 객원교수는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 정보격차와 지식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며 “훨씬 빨리 줄어들고 있었고 정보격차는 이슈 순위에서, 그보다 늦게 줄어드는 지식격차는 연구성과 순위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기철 과학기술평가원장은 “현실에 대한 공포감이 이슈에 반영됐다면, 연구성과에는 그에 대한 희망이 담겼다”고 10대 뉴스 이면의 함의를 읽어냈다.

과학과 기술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는 “SNS 소통을 통해 최근 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가까워지고 있는데,  공공성, 활용성, 일상성을 고려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렴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밝은 미래를 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10대 뉴스에 반영된 만큼 과학기술인이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뉴스 선정을 계기로 2018년을 예측하는 데 더욱 혁신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10대 뉴스는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6천396명이 투표에 응모할 정도로 화제의 중심이 됐다. 국민들의 불안감과 희망을 읽어낼 수 있는 10대 뉴스가 2018년에는 어떻게 진화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윤상민 학술문화부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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