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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배경 남다른 화가 … “예술로 현대사회의 부작용 치유되길”
전공 배경 남다른 화가 … “예술로 현대사회의 부작용 치유되길”
  • 최성희
  • 승인 2018.01.02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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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번째 개인전 ‘노스탤지어-치유의 빛’ 연 김성운 삼육대 교수
김성운 삼육대 교수, 「노스탤지어-진달래」(Acrylic on Canvas, 162×130cm, 2017)

 

‘옛살비’. 고향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2년 전 프랑스에서 연구년을 보낸 김성운 삼육대 교수(아트앤디자인학과)가 프랑스 한복판에서 선보인 작품배경에 사용했던 글자다. 작년 연말, 그는 서울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 열한번째 ‘고향회귀의 노래’전, 스무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의 주제는 ‘노스탤지어-치유의 빛’이다. 이번 전시 작품들의 배경에는 프랑스어로 고향을 뜻하는 글자 ‘NOSTALGIE’가 있다. 작품마다 빛이 작품 중앙에서 방사되는 구도를 보인다. 데뷔 15년차, 그가 그려낸 ‘고향’, 그리고 ‘치유의 빛’은 어떤 것일까.
 

그는 3년 전 연구년 기간에 프랑스 루브시엔에 머물며 인상파 등 예술가들의 궤적을 직접 발로 찾아다녔다. 그가 이런 작업으로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메르스사태 등 궂긴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소식은 그의 마음에 아프게 새겨졌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사회적 비용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전시는 ‘치유의 빛’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여보자는 의미에서 기획됐다. ‘고향’의 이미지로 동심으로 회귀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2014년 그가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여덟번째 ‘고향회귀의 노래’ 전시를 열 때였다. 하루는 징용에 갔다 일본에 머물게 된 사연을 지닌 어느 어르신의 딸이 전시 관람객으로 방문했다. 아버지가 아픈 몸으로 전시를 보러 오지 못하자, 그녀가 대신 전시를 찾았던 것. 영상통화를 통해 작품을 보던 백발의 어르신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그의 작품이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이의 슬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그림은 그리움이다’라는 생각이 확고해졌으며, 작품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몸소 깨달았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에는 ‘牛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는 인간에게 친근한 존재고, 고향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고향은 하나의 원형이고, 누구에게나 반향을 일으키는 존재다.” 그의 설명대로 그가 20년간 회화 주제로 삼고 있는 소는 코뚜레와 워낭을 갖춘 온순한 암소다. 그는 시각적인 것 외에 워낭소리의 딸랑거림, 소의 입김, 바람의 냄새 등 공감각적인 이미지도 함께 표현해 넣었다. 특히, 그의 작품어법이 완성을 이룬 작품은 「노스탤지어-진달래」(Acrylic on Canvas, 162×130cm, 2017)다. 작품 상부에 있는 소나무들이 곡선으로 휘감아 상승하는 형태다. 그는 행복을 향해 가는 이상적인 모습을 작품으로 담아냈다고 설명한다.

화가로서의 그의 전공배경은 남다르다. 김 교수는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뒤, 서울과기대에서 시각문화융합디자인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은 「현대 디지털 아트의 비표상에 의한 해체미학적 연구」(2012)다. 남다른 연구 분야를 지나온 만큼, 그는 작품에 반복과 총칙의 요소를 배치한다. 그는 해체를 ‘일반적인 것을 분해하고 파괴한다는 의미를 넘어, 새롭게 해석하는 시각 자체’라고 정의한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관점에 따라 작품을 창작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도 그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배경에 넣은 글자 ‘NOSTALGIE’는 세 글자씩 크게 배치해 읽는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는 꽃을 그려 넣었지만 꽃의 형태에서 다른 상징을 발견하는 이들도 있다. 어느 프랑스 관람객은 소의 등에 올라탄 소녀의 색동저고리에서 프랑스 국기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는 세잔느, 앙리 루소를 예로 들며 “그들은 비전문가 출신의 작가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려 미술계의 한 획을 그었다. 비전공인 사람이 오히려 독특한 작품세계를 지닐 수 있듯, 프랑스에서는 예술 자체가 존중 받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고 프랑스 상황을 설명한다. 반면에 그는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은 유명 작가들에게만 유리하다. 시장 자체가 권위적일뿐더러, 정치나 경제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김 교수가 봤을 때 근본적인 문제는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인식에 있다. 미술작품을 감상 할 때 작가의 유명세에만 주목하거나, 작품을 평가 대상으로 생각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는 “진정한 관람객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황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예술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고취해야만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야만 문화유산으로서의 작품의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고, 나아가 국가의 문화적 품격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술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는 “미술로 인해 사회적인 부작용이 줄어들고 치유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프로젝트(아트 웰니스 플랫폼)로 실천되고 있다. 김 교수와 전자공학, 바이오공학 등 각 분야 전문가와 학생들이 협업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술작품의 치유기능을 인공지능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는 이 프로젝트에는 그의 작품이 실험대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그 결과물은 특허출원을 앞두고 있다.

 

최성희 기자 is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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