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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개띠의 해, 曲學阿世하는 학자들의 '적폐' 청산됐으면
황금개띠의 해, 曲學阿世하는 학자들의 '적폐' 청산됐으면
  • 임재해 안동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1.02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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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로 보는 戊戌年

지조 높은 개는/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윤동주 시의 일부이다. 대낮에 등불을 밝히고 거리를 누빈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세상의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언하는 지식인의 현실참여를 상징하는 것이 어둠을 짖는 지조 높은 개이다. 그러나 헛된 탐욕에 사로잡혀 공연한 막말로 세상을 소란스럽게 하는 일을 은유할 때도 개 짖는 소리를 끌어온다. ‘어디서 개 짖는 소리 어지러이 들리는 것은/ 누군가 개밥 주는 사람이 있는 탓이라고 할 때, 개와 개밥 주는 사람은 세상을 제멋대로 농단하는 세력이다. 이처럼 개 짖는 소리는 세상의 어둠을 쫓는 빛인가 하면, 세상을 어지럽히는 혼란의 상징이기도 하므로, 개의 실상보다 문화적 의미와 해석이 더 중요하다.

개는 집과 주인을 잘 지키는 까닭에 사람에게 헌신하는 충복의 동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목숨을 바쳐 주인을 구한 義犬전설이 널리 전승될 뿐 아니라 곳곳에 의구총이 남아있다. 맹도견처럼 깨가 장님의 길 안내를 담당하고, 사람이 죽어서 저승에 갈 때나 이승으로 돌아올 때도 개가 길 안내를 한다. 저승설화에서 개는 저승과 이승을 넘나드는 불가사의한 길잡이 능력을 발휘하는가 하면, 환생설화에서는 흔히 죽은 사람이 개로 환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개고기는 양질의 식품이지만 윤회를 믿는 불교인들은 금기하여 먹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개는 부정적인 존재로 천박하게 은유되기도 한다. 똥을 먹을 뿐 아니라 암수 짝짓기가 적나라한 까닭에 인간의 부정적인 행태를 빗대어 이야기할 때는 으레 개를 끌어온다. 어떤 말이든 앞에다 만 붙이면 상스러운 말로 바뀐다. 개밥, 개차반, 개자식, 개판, 개꿈 등이 다 그러한 보기다. 개망신, 개죽음, 개지랄, 개망나니 등 원래 나쁜 말에 가 보태지면 더 추악한 말이 된다. 그러므로 개의 특성을 주목하는 국면에 따라 전혀 상반된 존재로 인식된다.

개는 낯선 존재를 보면 짖기 마련이다. 접근자를 쫓아 버리려고 짖지만 주인에게는 접근자를 알리는 구실을 한다. 따라서 개는 도둑의 침입뿐 아니라, 불길한 일을 알려주는 존재로 인식된다. 신라 진평왕 53년에 흰 개가 궁중 담장에 오른 것을 보고, 신하들의 모반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성덕왕 35년에는 개가 궁성의 고루(鼓樓)에 올라가 3일간 짖었는데, 일년 뒤 왕이 죽었다. 백제 의자왕 20년에 개가 사비성 강둑에서 왕궁을 향해 짖은 한 달 뒤에 백제가 망했다. 역사적으로 개는 나라의 중대한 변고를 알려주는 존재로 기록되었다. 그러므로 다른 짐승처럼 울다하지 않고 짖다고 하여, 짐승의 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를 분별한다.

戊戌년 새해는 60년 만의 황금개띠 해다. 12지에 따라 은 개띠에 해당되는데, ‘가 오행에서 황색 상징이므로, ‘무술년을 특히 황금개띠 해라 한다. ‘는 오행의 로서 황색이자 중심을 상징하므로 구심점을 이루는 토대로 해석되는 까닭에, 12지의 어느 띠든 10간의 와 만나면 길조의 해로 인식된다. 그러므로 무술년에는 황금개띠 해라는 상징을 넘어서 국제적 구심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으로 668년 무진년에는 삼국통일이 이루어지고, 918년 무인년에는 고려가 건국되었으며, 1948년 무자년에는 정부수립이 이루어졌다. 1988년 무진년에는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새해 무술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건국과 국제적 행사 모두 국가적 중심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심력의 획득은 우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촛불혁명처럼 수많은 이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데 힘을 쏟은 결과이다. 민중은 핍박 속에서도 촛불을 들어 권력의 어둠을 몰아냈다. 비천한 개도 세상의 어둠을 향해 밤새워 짖는다. 학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횃불을 높이 들고 현실의 부조리를 꾸짖는 학문적 실천을 밤새워 해야 할 것이다. 曲學阿世로 개밥 주는 권력에 주구 노릇하는 학자들의 적폐가 청산되는 새해가 되길 기대한다.

 

임재해 안동대 명예교수·민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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