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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4호 새로나온책
904호 새로나온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12.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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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주의의 탄생 배경에 대한 글에서는 후쿠자와 유치키(福澤諭吉)가 내세운 입신출세주의의 종언과 청년의 목표 상실을 강조한다. 일단은 안정감을 얻은 일본 사회에서 고학력 청년들은 예전과 같이 대단한 출세를 바라지 않게 됐고, 그 대신 출세 따위는 경시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스스로를 특권화하려고 했다는 말이다. …… 문학, 예술, 철학 같은 부류는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킴과 아울러 아마추어화, 무해화(無害化), 또는 무라카미 이치로 식으로 말하면 ‘이와나미화’로 흘러간다. 교양주의적 독서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던 이와나미문고의 그토록 유명한 창간사는 지식의 대중화로 나타난 모습이 바로 교양이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 그런데 거기에 등장하는 것은 지적 대중으로서 독자뿐만 아니라 지적 대중으로서 저자, 특히 번역자와 해설자라는 중간적인(착취적인) 인물이다. 교양주의는 고금동서의 위대한 저자들이 저술한 압도적으로 박력 있는 저서를 널리 소개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류 저자 또는 이류 문화인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다카다 리에코 모모야마학원대학 교수, 『문학가라는 병: 도쿄제국대학 문학부 엘리트들의 체제 순웅과 남성 동맹』(김경원 옮김, 이마, 2017, 12) 중에서 

 

■ 문명은 부산물이다, 정예푸 지음, 오한나 옮김, 378(넥스트웨이브미디어), 528쪽, 22,000원
저자는 문화혁명의 혼돈 이후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을 선도했고, 나아가 중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발돋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진보 지식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사회와 문화에 대한 비판과 세계사적 관점을 겸비해 중국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의식을 줄곧 유지해 왔다. 저자의 문명 사관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낸 여섯 가지의 문명을 제시한다. 족외혼제, 농업, 문자, 제지, 조판인쇄, 활자인쇄. 정예푸는 인류가 이 여섯 가지의 문명을 손에 넣음으로써 침팬지, 고릴라와 갈라져 인류라는 이름을 획득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지구에서 가장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송두리째 뒤흔든 이 여섯 가지의 문명이 과연 인류라는 공동생명체가 목적하고 목표로 하여 발명해낸 창조물일까? 아니면 시간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연과 필연이 뒤엉켜 출현한 부산물일까?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이 질문과 답에 있다.

 

■ 문화연구의 종말과 생성, 이동연 지음, 문과학사, 511쪽, 25,000원
저자의 앞선 저작 『문화자본의 시대』와 『대안문화의 형성』, 『문화부족의 사회』가 한국사회 문화현실분석, 문화산업의 구조, 대안적 문화운동을 주로 다뤘다면, 이번 책은 문화연구 자체의 이론과 역사를 주된 주제로 삼고 있다. 문화연구란 무엇이고,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론적 쟁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문화연구 관련 메타연구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이룬다. 수록된 글들은 실제로는 문화연구의 ‘종말’보다는 ‘생성’에 그 무게 중심이 가있다. 문화연구의 종말을 말하는 것은 문화연구의 생성을 제안하기 위한 조건부 주장에 가깝다. 문화연구가 50년 넘게 비판이론이자 현실비평의 자양분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대학의 제도교육 안으로 편입되고, 국가 문화정책에 개입하고, 문화자본 확대재생산에 이론적 알리바이를 제공하면서 위기를 자초한 것도 역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화연구의 종말은 이러한 위기의 담론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으며 새로운 생성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 생각의 기원: 영장류학자가 밝히는 생각의 탄생과 진화, 마이클 토마셀로 지음, 이정원 옮김, 이데아, 264쪽, 17,000원
이 책은 “인간의 생각은 왜 탄생했으며 어떻게 진화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과학적(진화적) 답변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각의 진화사를 좇는데 인간이 다른 유인원들과 진화적으로 갈라지기 이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은 침팬지나 보노보와 같은 대형 유인원들과 공통 조상을 갖는다. 인류는 대략 600만 년 전쯤에 다른 유인원들과 갈라진 것으로 보이는데, 저자는 이 시기의 인간이 유인원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저자는새로운 인지 기술을 처음으로 확보한 인류가 아마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 아닐까 추정하고, 이 시기를 ‘초기 인류’ 단계로 분류한다. 거의 500만년이 흐른 뒤에야 ‘공동(우리)’ 목표(사냥)를 위해 ‘너’의 입장에서 ‘나’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이를 이전 단계인 ‘개인 지향성’과 대비하여 ‘공동 지향성(joint intentionality)’이라는 개념으로 구분한다.

 

■ 스핀: 파울리, 배타원리 그리고 진짜 양자역학, 이강영 지음, 계단, 448쪽, 22,000원
세상 모든 원소의 구조와 성질을 하나의 표로 정리한 것이 주기율표다. 그래서 중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주기율표의 원소들을 나름의 규칙에 따라 외우곤 한다. 어떤 원소가 상온에서 기체이고 어떤 원소가 액체인지, 어떤 원자의 반지름이 더 큰지 더 작은지도 이 표를 통해 알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이 표를 활용하고 연구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런 주기율표의 모양과 원소의 배열순서를 근본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로 배타 원리다. 배타원리는 20세기 전반에 활동했던 오스트리아 출신의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가 발견했다. 이 책은 볼프강 파울리를 주인공으로 배타 원리의 탄생 과정과 배타 원리의 물리적 토대가 되는 스핀의 발견 과정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보여준다. 이 책은 과학적 지식만큼이나 관련된 사람들의 활동, 사회적 분위기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과학적 진실이 완성돼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 또한 각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장자의 눈으로 푸코를 읽다, 김성우 지음, 알렙, 314쪽, 16,000원
푸코의 철학과 장자의 철학은 인문학 독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인기 있는 철학자들이다. 장자와 푸코는 2300년의 차이가 무색할 만큼 유사한 철학적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특유의 광기와 독설로 지성을 자극하고 문명의 작위성을 비판한다. 문제는 지성을 비웃는 광기의 언어가 더 정교하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특히 푸코의 언어는 더더욱 난해하다. 19세기부터 축적된 서양철학의 방법론적인 논의를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과 도덕을 비판하는 미친 장자의 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장자와 푸코는 동일한 철학적 기풍, 즉 에토스를 지니고 있다. 기풍이란 니체가 말한 일종의 스타일과 동의어이다. 각각의 철학자는 나름의 스타일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장자와 푸코의 철학적인 기풍은 동일하게도 극단적인 실험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고정된 정체성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신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들뢰즈식으로 말하면 둘 다 정주민이 아닌 유목민의 철학자인 것이다.

 

■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 송순재 외 지음, 살림터, 599쪽, 30,000원
이 책은 ‘혁신학교’의 역사와 철학, 방법론과 교사론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의 유력한 사례들에 대한 고찰에 이르기까지 7개의 주제 영역에 따라 16명의 필자가 참여해 모두 25편의 글을 담아냈다.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그동안 현장에서 몸소 실천한 결과를 주로 다루었기에 생생한 느낌이 살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혁신학교 문제에 참여한 분들이 새로 방향을 잡거나 각자 관심 있는 내용을 보다 깊이 천착하고자 할 때 함께할 수 있는 좋은 대화 상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들은 이 책을 통해 혁신학교에 대한 성찰과 전망을 담아내고자 한다. “그동안 이 운동을 뒷받침하고 이끌기 위한 이론적 작업도 꾸준히 이루어져서 역사와 철학,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방법론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됐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그동안의 실천과 이론적 작업을 전체적으로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과거에 대한 성찰뿐 아니라 앞날을 위한 전망을 담아서 ‘이론과 생각’이라는 차원에서 다부지게 씨름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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