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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 ‘가방끈’ 인재보다 ‘신발끈’ 인재 양성의 요람
전문대, ‘가방끈’ 인재보다 ‘신발끈’ 인재 양성의 요람
  • 오승균 대한공업교육학회 부회장
  • 승인 2017.12.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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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문대를 생각한다

작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선언한 이후 우리 산업계 전반에도 4차 산업혁명 ‘광풍’이 불고 있다. 전문대 역시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게 교육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많은 고민과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지난 날 4차례의 산업혁명 양상을 보면, 1차 산업혁명에서는 기계의 혁명에 의한 생산이었다면, 2차 산업혁명에서는 전기에 의한 대량생산이었고, 3차 산업혁명에서는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 생산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서는 기존과 달리 지능과 정보가 결합한 디지털 지능정보기술에 의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생산시대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선 교육계 역시 직업세계에 입문하는 직업인들에게 요구하는 인재상이 다를 수밖에 없고, 직업능력 역시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이로 인한 빈부의 격차는 더 심해 질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도 고등교육의 환경변화에서 높은 전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혁신인재 양성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대도 이에 걸맞은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특히 학문 중심의 '가방끈' 인재 양성보다는, 현장 실무 중심의 ‘신발끈’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고 판단한다. ‘신발끈’ 인재라 함은 아는 것에 더하여 실제 ‘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춘 현장 실무 중심의 직무능력을 소유한 인재를 말한다. 과연 우리 전문대에서 이와 같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 할 일이다. 물론 열정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대학이 있지만, 전문대를 다시 생각한다는 차원에서 현실을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문대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 특히 교수들의 교수능력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교수교육과정, 교수학습지침서 개발 능력, 교수학습 방법 개선, 타당성과 신뢰도 높은 평가 능력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와 같은 교수들의 직무능력 향상은 전문대의 변화를 가져 왔고, NCS가 직업교육 혁신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도 본다. 또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교육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학교 또는 학과별 차원에서 특강 및 각종 연수를 실시하며 교육과정 개편 내지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처럼 지속적인 노력과 변화가 이뤄진다면 학생들이 뚜렷한 직무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가끔 전문대를 방문할 기회가 있어 교수들을 만나면 직무능력을 소유한 교수들도 NCS가 매우 바람직한 교육혁신기제라고 말한다. 이미 NCS 기반 교육과정은 도입됐지만, 평가를 받기 위한 형식적인 NCS 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지, 실제로 NCS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대에서는 NCS 기반 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갖는 학교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NCS 기반 교육은 지역사회, 산업체, 학교, 학생 등의 특성을 고려한, 학생의 직무능력을 키워 주는 이상적인 직업능력교육이란 점이다. 특히 모듈화된 NCS 기반 교육과정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성, 융합능력, 협업 교육에 매우 유용한 교육과정 시스템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4차 산업혁명기술 직무를 NCS와 연계하고 융합하여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NCS 기반 공유 융합교육과정으로 고도화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응할 만한 인재 양성과정을 구성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은 창의 융합형 혁신인재 양성과 교육의 질 제고다. 특히 전문대는 저출산에 의한 학령인구 감소로 충원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우선적 과제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본다. 현재 그 방안으로 교육여건 개선 지원을 위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통해 학교를 평가한다. 진단을 통해서 일정 수준의 기본역량을 갖춘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하여 일반재정지원을 한다. 이러한 학교들은 특이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한층 질 높은 평생직업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전문대는 학교만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여건과 특성에 맞는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하여 4차 산업혁명시대의 NCS 기반 공유 융합 교육과정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평생직업교육시대에 맞게 학령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물론, 성인들까지 전직이나 재취업을 위한 직종별 다학기제(6개월 과정, 1년 과정, 2년 과정, 3년 과정, 4년 과정)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명실상부한 평생직업대학의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전공 학점 최소화를 통해 부전공 확대에 따른 융합전공, 전공선택제 등의 교육과정도 개편할 수 있다. 

중장기 발전계획과 함께 대학 스스로 환경변화에 따른 체질 개선, 전략적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 특성에 맞도록 역할과 기능을 설정하여 강화된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여야 하고, 대학 간, 영역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상호 생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미래 환경변화에 대비하는 전략을 강구하되, 4차 산업혁명, 저출산·고령화, 고용구조 변화 등과 같은 미래사회 환경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창의융합 인재양성 전략, 유망기술교육 교육과정 도입, 평생직업교육 시대의 전략 등을 고려하며 학교 스스로가 자생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자구 노력을 하는 대학들을 위해서는 이에 맞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청년실업문제가 악화되면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 올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직업교육 강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문대를 다시 생각해보는 의미에서, 환경변화에 따른 4가지 경쟁력 확보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대학 마케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성인학습자 모집을 확대하되, 학령인구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는 소극적인 ‘기다리는 입학 홍보’보다는 입학자원 발굴과 확보 방안 강구, 외국인 학생 등 정원 외 모집 확대 방안이 절실하다. 둘째, 교육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미래융합교육과정 개편과,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유연한 학사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재정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교육원가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건비 중심 교육원가 구조 개선, 캠퍼스 마스터 플랜을 재수립하여 공간 효율화 및 노후화를 고려한 관리비용 증가 최소화와 정부 재정지원사업 수주 확대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넷째, 행정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 평가 중심 체제의 행정 전문성 위주보다는 취업, 진로전문가, NCS 전문가, 상담전문가 등의 분야별 전문가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무역량을 기본으로 하되, 학생지원분야에 전문역량을 융합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여야 한다.
 
 

 

 

  
오승균 대한공업교육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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