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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위의 지하철’·원통형 버스 ‘뚜보’를 아시나요?
‘땅위의 지하철’·원통형 버스 ‘뚜보’를 아시나요?
  • 황희연
  • 승인 2003.05.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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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도시 이야기 3 : 녹색교통의 도시 브라질 꾸리찌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남서 방향으로 약 8백km 떨어진 대서양 연안에 꾸리찌바라는 도시가 있다. 도시 광역권 인구는 약 2백7십만 명, 도시 내 인구는 2백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대도시다.

이 도시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1990년 환경분야 오스카상으로 일컬어지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우수환경과 재생 상’을 수상하면서부터이다. 그 후 꾸리찌바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 및 로마클럽을 비롯한 저명기관들의 찬사가 이어지면서 환경모범도시가 됐다.

어떻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개발도상국의 한 도시가 세계적 환경모범도시가 됐는가. 해답은 이 도시를 방문하면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땅위의 지하철’, 버스체계와 원통형 버스정류장 ‘뚜보’에서 찾을 수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지하철 건설이 무리라고 판단해 지하철 건설비의 80분의 1 비용으로 이중 굴절버스와 원통형 정류장 등을 이용한 지하철 형식의 노선과 환승체계를 만들어 버스의 수송 분담률을 무려 75%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비교적 버스정책이 잘 돼있는 우리 나라 도시교통의 버스 분담률이 30%를 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이다.

지하도·육교없는 보행자의 천국

이곳에서는 지하도와 육교를 찾아 볼 수 없다. 사람위주의 도시계획을 모토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걸어 다니기 불편한 교통시설은 정책적으로 피하고 있다. 주 간선도로가 아닌 도로에서는 빨간 보행자 신호가 켜 있어도 사람들은 자유롭게 건너 다니고 차량들은 이를 당연시 해 서행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야말로 보행자의 천국이다.
도시의 토지이용정책도 대중교통정책과 연계돼 있다. 버스노선이 연계돼 있는 간선도로변은 15층 이상의 고층아파트를 허용하고 버스이용이 불편한 외곽지역은 철저하게 저층으로 관리하고 있다. 고층아파트 등을 허용한 지역에 대해서는 건설사업의 수익금 일부를 거둬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건설비로 활용하기도 한다. ‘작은 시청’으로 명명되는 시청분국을 여러 곳에 나눠 버스 정류장 인접지에 설치하고 시청에서 일을 보고 돌아 온 사람에게 버스요금을 무료로 하는 세심한 정책까지 쓰고 있다.

대중교통정책은 공원·녹지와도 연계돼 있다. 꾸리찌바의 1인당 공원면적은 52㎡로 유엔과 세계보건기구 권고치의 4배가 넘는다. 간선도로변의 모든 건물은 5m씩 후퇴해 건축하고 도로와 건물 사이에는 나무를 심도록 했다. 일반 택지의 경우도 대지면적의 50%에만 건축을 허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어디를 가나 공원이 있고 나무와 풀이 있는 자연이 있다. 그러면서 주말에는 공원과 주거지를 연결하는 공영버스를 무료로 운영하는 도시, 그곳이 바로 꾸리찌바다.

시가 직접 낡은 버스를 개조한 이동식 간이학교를 만들어 빈민가를 찾아다니며 취업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든가,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오면 식품 등과 교환해 주는 녹색교환프로그램, 사회적 약자에게는 버스요금과 상하수도요금 등을 감해 주는 우대요금제도 등 꾸리찌바가 시행하고 있는 녹색교통과 환경프로그램은 참으로 다양하다.

폐전차는 간이학교로 재활용품은 농산물로

이제 꾸리찌바는 리우데자네이루나 상파울루를 넘어서는 세계적 각광을 받는 도시가 됐다. 도시계획가나 환경정책가에게 꾸리찌바는 ‘꿈의 도시’로 불려지고 있다. 이미 세계적 관광명소로 부상해 경제적으로도 브라질에서 가장 활기 있는 도시가 됐고,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방문단을 맞이하느라 꾸리찌바시 청사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꾸리찌바에 녹색교통의 혁명을 일으킨 주역은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이다. 그는 1971년부터 1992년 사이에 3회에 걸쳐 12년 동안 시장직을 수행했고, 그 후 꾸리찌바시가 속해 있는 빠라나주의 지사가 됐다. 민선시장에 출마해 70%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우리나라보다 주민의 소득수준이 훨씬 낮은 나라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 가는 환경프로그램을 시행해 정치적으로도 큰 성공을 한 인물이다. 이미 자연환경을 많이 잃었고 도시환경도 더 삭막한 우리사회, 소득수준이 얼마나 더 높아져야 환경보전정책이 정치적으로 힘을 얻을 수 있을까.

황희연 / 충북대 · 도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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