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의 길, 一以貫之
수학자의 길, 一以貫之
  • 민조홍 이화여대 수학과
  • 승인 2017.12.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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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세계적인 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모든 학문이 공통적으로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여러 사람들이 흥미롭고 중요하고 관심 있어하는 현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늘의 별과 행성들의 움직임, 기상의 변화 내지는 주가의 등락, 스포츠의 승부 등 말이다. 먼저 현상을 표현하는 주안점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인물을 순간적으로 크로키화로 남길 때 가장 특징적인 것을 파악하여 기록으로 남기듯이, 현상을 기록하는 것이 첫 단계이다. 다음은 기록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두 번째다. 세 번째는 원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거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단계다.

위 그림은 고등학교 미적분학에 단골로 등장하는 그림이다. 아무리 복잡한 곡선도 충분히 확대해 보면 직선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부분을 확대한 그림에서 중요한 요소는 직선의 기울기, 즉 미분값이다. 많은 자연현상, 사회현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복잡하고 무질서해 보여도, 확대경으로 들여다 본 내면에는 기본적인 간단함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이 세상은 작게 보면 그저 백 여 종류의 원자들의 집합체에 불과하지만, 간단한 것들이 무수히 모여 복잡도를 띈다.

현상의 기록이 드러나는 표면을 관찰한 것이라면, 분석은 그 현상의 내부에서 어떤 원리가 숨어 있는 지를 깨닫는 일이다. 이 내부를 밝히는 깨달음이 수학의 본질이자, 학문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수의 소설 『벽오금학도』에 주목할 대목이 나온다. 나이 먹은 할머니가 보는 사람마다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맞힌다. 여러 점쟁이들이 몰려 와 그 신통력을 배우겠다고 하자, 할머니가 하는 말이 자신의 능력은 신통력이 아니라, 원인과 특징을 잘 관찰하고 그로부터 원인이 앞으로 야기할 결과를 예측하고, 특징을 유발한 과거의 원인을 유추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뛰어난 이성과 유추에 기반한 셜록 홈즈의 추리를 일반인들이 신통력으로 착각한 것입니다. 보지만 말고 관찰하기, 관찰한 표면 너머에 있는 내부의 원리를 유추해 내는 것이 수학의 목표이자, 이성의 궁극적 목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학문의 자세가 원리를 깨달음에 있다라고 하면, 무도 또한 마찬가지다. 저는 검도를 7년간 수련해 왔다. 검도의 묘미는 신체 운동력의 극대화가 아니라, 강한 상대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망상, 망설임 등을 딛고 이기는 길을 찾고, 그 동작에 몸과 기를 모아 일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여러 검도인들과 수학자들을 만나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의 특수성에서 보편성을 찾는 것’이다. 옛말에 하나를 알면서 둘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검도는 바른 자세와 바른 마음가짐으로 잘 하는데, 그 깨달음을 삶에 적용하지 못하는 검도인이 있는 반면에, 대련 중에 단련한 마음가짐과 기세로 하루하루를 떳떳하게 멋지게 살아가는 검도인이 있다. 수학의 원리는 잘 깨닫는데, 인간관계에는 먹통이고 사회구성원으로서 불협화음 일색인 수학자가 있는 반면, 수학과 삶의 기본 원리를 一以貫之하는 멋진 수학자들을 많이 봐 왔다.

一以貫之는 공자의 말씀으로 하나의 원리를 모든 것에 적용함을 일컫는다. 필자는 날카로운 관찰, 깊은 생각을 바탕으로 원리를 깨닫고, 올바른 방향으로 진일보하는 것이 수학을 공부하는 방법이자 삶을 영위하는 방법이고, 사람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공통의 결실을 얻는 방법이고, 제자들을 잘 지도해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이며, 검도를 수련하는 방법이자 인생에서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잡스의 모토는 ‘Stay fool, stay young’이다. 매우 일리있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육체와 사고가 대부분 굳어진다. 새싹은 부드럽고 고목은 딱딱하다. 일부러 바보인 잡스처럼 죽을 때까지 해변가의 어린아이 같았던 뉴턴처럼 순수한 아이의 눈을 갖기를 소망한다. 편견없이 관찰하고, 내부의 원리를 깊이 생각하고 밝혀내는 학자로서의 삶이 너무 재밌고 보람있게 여겨진다. 요즘 철이 들어 그래도 전보다는 열심히 공부하는 바, 얼마 전 한국산업응용수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봉사하고 후배들에게 베풀라는 채찍으로 달게 받고 오늘도 수학자의 길을 보람차게 걷고 있다.

 

민조홍 이화여대 수학과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거쳤다. 미국 캘리포디아내 샌타 바버라 캠퍼스에서 포스트닥터 과정을 거쳤으며, 경희대 수학과 교수로 일하다 현재는 이화여대에 있다. 저서로는 『계산의 기초와 융합적 문제해결』 등이 있다. 최근에는 ‘Shortley-Weller 유한차분법의 수렴성 증명’에 대한 연구로 다수의 논문을 냈다. 2016년에는 이화여대 자연과학 부문 우수연구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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