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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경제학자들, 고전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읽다
한국 정치경제학자들, 고전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읽다
  • 정성진
  • 승인 2003.05.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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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참관기] ‘정치경제학의 새로운 방법론 모색’을 보고

지난 3일 경북대에서 열린 ‘정치경제학의 새로운 방법론 모색’ 학술대회는 경북대 ‘새정치경제학(New Political Economy) 연구팀’(홈페이지 http://npes.net,연구책임자 김형기 경북대 교수)이 수행하고 있는 2002~2003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기초학문 인문사회분야 지원사업의 중간발표 자리였다. 보통 공동연구의 중간발표는 소규모 내부 워크숍 수준으로 치러지는데, 이번 중간발표는 본격적인 대규모 전국학술대회 형식으로 열렸다.

‘새정치경제학 연구팀’ 소속 연구원 8명이 발표를 하고, 김수행 서울대 교수, 장상환 경상대 교수, 이채언 전남대 교수, 이병천 강원대 교수, 강남훈 한신대 교수, 신광영 중앙대 교수, 평론가 조정환 씨 등 전국 각 대학의 정치경제학 연구자 21명이 토론에 참여했다.

학술대회 형식으로 열린 중간 발표자리

이 날 학술대회에서발표된 논문들은 기존의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주제들인 자율주의(이상락), 시민사회론(장삼식), 페미니즘(홍태희), 금융적 불안정성(권우현), 제도주의(김영용) 등을 다루고 있으며, 고전 맑스주의의 노동가치론에 대한 재해석도 시도됐다(류동민·박지웅).
이 번 공동연구는 김형기 교수가 자신의 ‘새정치경제학’(한울 刊, 2001)에서 야심적으로 제안했던 정치경제학 혁신 구상의 집단적 구체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발표된 방법론은 1차 년도 분이며, 2차 년도에서는 현대자본주의 분석, 3차 년도에는 대안적 경제 체제에 대한 연구가 수행될 예정이다.

이번 공동연구는 우리나라 정치경제학 연구자들이 1989~1991년 소련·동유럽 블록의 붕괴 이후 한동안 기각한 듯 보였던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거대담론’으로 다시 복귀하고 있음을 알리는 고무적인 신호이다.

또 이 공동연구와 이를 조직한 경북대 ‘새정치경제학 연구팀’은 정치경제학도 주체적 의지와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고질적인 ‘게토’ 상태에서 벗어나 주류경제학과 대등하게 ‘세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정치경제학 전공 대학원생수가 전국적으로 계속 감소해 정치경제학 연구자의 재생산이 문제시되고 있으며, 정치경제학 강의에 대한 수요가 전국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음에 반해, 경북대에서는 이와 같은 ‘시류에 거슬러’ 정치경제학 수강생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 ‘새정치경제학 연구팀’은 학진의 대형 연구용역을 수주해 정치경제학 연구자의 재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물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 ‘새정치경제학 연구팀’의 ‘새로운 정치경제학의 새로운 방법론 모색’ 시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판이 제기됐다. 학술대회 당일 및 이튿날 새벽 4시까지 팔공산 기슭 유스호스텔에서 계속된 토론에서 김수행 교수는 이 공동연구가 정치경제학의 외연적 확장에 치중한 나머지 노동가치론을 중심으로 한 고전 맑스주의의 ‘핵심’을 방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패러다임의 절충과 새로운 대안 제시

아울러 이 공동연구가 지향하고 있는 ‘새정치경제학’이 과연 얼마나 새로운 것인지, 포스트모더니즘이나 신사회운동론, 제도주의 경제학 등, 이미 오래 전부터 시도됐던 것들을 모자이크 식으로 조합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도 제기됐다. 나아가 ‘새정치경제학 연구팀’의 방법론이 프랑스의 조절이론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조절이론이 함축하는 사회민주주의 정치로 경도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무엇보다 이 ‘새정치경제학’ 프로젝트는 왜 오늘 ‘새정치경제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새정치경제학’ 연구팀의 태동 배경이 됐던 1990년대 후반의 세계화, 디지털혁명, ‘신경제’ 등의 현상은 이제 미국 제국주의의 새로운 얼굴과 금융 거품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새정치경제학’ 프로젝트가 아니라 오히려 고전 맑스주의 전통으로 복귀하는 것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이 ‘새정치경제학 연구팀’의 공동연구가 이날 토론에서 지적된 것처럼 각종 비신고전파 경제학(non-neoclassical economics) 흐름들을 소개하고 절충하는 데 그칠 것인지, 아니면 고전 맑스주의 전통의 재발견을 통해 1999년 시애틀 이후 고조되고 있는 반자본주의·반전운동의 확산과 대안 사회의 도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는 다음 2차 년도와 3차 년도의 연구인 현대자본주의 분석과 대안적 경제 체제 연구가 진행되면서 분명해질 것이다.

정성진 / 경상대·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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