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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자루 속 포식자 쌀벌레가 자라면?
쌀자루 속 포식자 쌀벌레가 자라면?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승인 2017.12.04 16: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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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89. 화랑곡나방
화랑곡나방 종령유충.                                              사진출처=나방애벌레도감
화랑곡나방 종령유충.                                       사진출처=나방애벌레도감

필자는 시골에서 농사지은 고향 쌀을 가져다먹는다. 나락 한 섬 치의 쌀을 가을에 택배로 받아 아파트 베란다 구석에 놓아둔다. 그런데 집안에 날뛰는 꼬마나방을 그냥 날파리라 불러왔는데 알고 보니 정확한 생물이름이 화랑곡나방(Plodia interpunctella)이었다. 이것들이 바로 그 쌀자루에서 생기는 나비목, 명나방과의 곤충으로 눈에 거슬려 손바닥으로 때려잡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손에 하얀 비늘이 묻어서 어쩐지 께끄름하다. 집사람은 부아가 돋아 살충제를 마구 뿌리려들지만 자지러진 나는 극구 뜯어말린다. 벌레 잡으려다 되레 사람 잡는다.

그런데 화랑곡나방 어른벌레는 주로 5~9월에 설치는 지라 가을 들어 잠잠해지더니만 요새는 영 뜸하다. 필자도 방충망이 잘 된 아파트에 사는지라 여름 내내 집안에서 만나는 곤충은 초파리와 화랑곡나방 정도다. 초파리는 2~5mm로 코딱지보다 작아서 신경이 덜 쓰이지만 엄청 큰 화랑곡나방은 덩달아 짜증나게도 온 집안을 제 세상처럼 펄럭거리며 설친다. 사실은 암수나방이가 짝꿍을 찾아 헤매는 중임을 알면서도….

그렇다. 쌀 포대의 쌀을 부어 뉘나 돌을 고르다보면 오래된 쌀에서는 새까만 쌀바구미가 ‘거미 새끼 흩어지듯’ 스멀스멀 사방으로 퍼진다. 그리고 펼쳐놓은 쌀에서는 파리구더기 마냥 기름진 여린 애벌레가 꼬물거리는가하면 또 쌀알들이 덕지덕지 붙어 덩어리를 이룬 것이 있으니 비단실뭉치를 찢어보면 그 안에 번데기가 들었다. 이것들이 죄다 화곡나방이의 유충이요 번데기로 때문에 뿌연 쌀가루나 싸라기가 생긴다. 그래서 집집마다 쌀자루에 생마늘을 넣곤 하지만 별무소용이다. 애벌레는 강한 이빨과 턱으로 비닐봉지나 플라스틱까지 아등바등 뚫고 들어가 곡식을 먹어 치운다.

화랑곡나방을 쌀나방, 쌀벌레나방이라 부르기도 하고, 서양 사람들은 ‘인도알곡나방(Indian mealmoth)’이라 부른다. 쌀이나 밀 등 곡물낟알에 알을 낳고, 알->유충->번데기->성충의 한살이를 하는 완전변태를 한다. 그리고 이 나방은 남극대륙을 빼고는 온 세상에 다 살고, 알곡을 먹는 해로운 벌레로 특히 곡식저장창고에 많아서 페로몬은 넣은 상자나 끈끈이들로 퇴치제어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쓴다.

화랑곡나방 알은 0.3~0.5mm로 둥글고, 흰 것이 맨눈으로는 볼 수 없을 만큼 작다. 작기도 하지만 뽀얀 쌀알에 나방 알까지 하야니 그게 그리 쉽게 보일 리 만무하다. 암컷은 알을 12~30 개 씩 무더기로 깔기고, 한 번에 100~300개를 낳는다.

알은 낳은 후 10여일 만에 알까기를 한다. 갓 까인 유충 또한 너무 작아 눈을 부라리고 보아도 육안으로 보지 못하지만 5~7 번을 허물을 벗고 나면 성큼 커서 12~14mm에 달한다. 그리고 막 깬 것들은 쌀의 배젖을 먹지만 크면서 배(쌀눈)를 따먹는다. 알곡·빵·밀가루·과일·씨앗·개먹이 등 여러 식품을 먹으며 먹을 게 모자라면 동종포식을 하기도 한다.

또 유충의 몸은 여러 마디고, 머리는 적갈색이며, 몸은 회백색이고, 3쌍의 다리가 머리 가까이에 붙었고, 복부에 5쌍의 걷는 다리가 있다. 먹이에 따라 몸의 크기가 다른데 건과나 콩을 먹은 것들은 몸집이 큼지막하고, 쌀만 먹은 것은 영 조그맣다. 다 자란 유충은 쌀그릇 둘레에서 번데기가 되는데 어떤 것은 멀리 기어나가서 방벽이나 서랍장 등에 달라붙는다.

유생은 실온(25°C)에서 6~8주면 다 자라 누에처럼 실을 뽑아 흰 막을 만들어서 몸을 칭칭 감으니 그것이 번데기가 든 고치다. 번데기로 머무는 시기는 20°C 에서는 15~20일, 30°C에서 7~8일이고, 고치에서 날개돋이한 다음 며칠 안에 짝짓기를 한다. 암컷은 4종류의 성페로몬을 분비해 수놈을 유인하고, 수놈도 페로몬을 분비하여 암놈을 꼬드긴다. 성체는 통 먹지 않고 번식에만 온 정신을 다 쏟는다.

성충(나방)은 길이가 6~9mm 이고, 날개 편 길이가 14~17 mm이며, 날개의 바깥쪽 반은 적자색이고, 맨 안쪽은 약간 뿌연 색이며, 뒷날개는 회백색이다. 성충수명은 평균 12일이고, 암컷은 여러 번 짝짓기를 하여 정자를 저장하는 주머니에 저장한 정자들 끼리 서로 다툼을 해 건강한 정자가 수정되게 한다. 그리고 한 해에 7~9세대를 이어가는,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퍽이나 번식력이 강한 곤충이렷다! 성충은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그것도 반드시 황혼 무렵이라 한다. 성충은 어두운 곳을 좋아하며, 낮에는 쉬고 야심한 밤에만 활동한다.

다 자란 유충으로 겨울나기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어린 유충으로도 월동한다. 그리고 세상에 천적이 없는 생물이 없으매 화랑곡나방이 성충은 새·박쥐·도마뱀·고양이·개·쥐 등의 먹잇감이 된다.

참고로 나비와 나방이는 같은 조상에서 생겨난 것으로 영락없이 서로 닮았다. 나비는 주행성으로 더듬이가 가늘고 끝이 부풀며, 몸이 가는 원통형이고, 매우 화려한 색깔을 지니며, 앉을 때 날개를 곧추세운다. 그런가하면 나방이는 야행성으로 더듬이는 채찍 모양으로 끝 쪽이 가늘어지거나 빗살 모양으로 가지를 치고, 몸이 굵고 넓적하며, 체색은 칙칙하고, 앉아 있을 때는 날개를 활짝 펴서 몸을 덮는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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롹유빡세 2018-06-20 09:11:33
뭔 교수라는 사람이 맞춤법 박살을 내시냐... 못 읽어주겠다.
글 좀 잘 써봐요. 명예교수나 되셨다는 분들이 필력이 초등학생 급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