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같은 인공지능은 불가능…자본과 결합한 로봇이 인간 일자리 위협할 것”
“터미네이터 같은 인공지능은 불가능…자본과 결합한 로봇이 인간 일자리 위협할 것”
  • 윤상민
  • 승인 2017.12.0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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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 「인공지능을 둘러싼 몇몇 철학적 쟁점」 김재인 박사 강연
철학자 김재인 박사가 고등과학원에서 인공지능을 둘러싼 몇몇 철학적 쟁점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철학자 김재인 박사가 고등과학원에서 인공지능을 둘러싼 몇몇 철학적 쟁점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쌀쌀한 가을바람도 인공지능이 몰고 올 미래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 섞인 궁금증을 막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고등과학원 초학제프로그램 올해의 주제 연구단(단장 홍성욱, 서울대)이 ‘인공지능: 과학, 역사, 철학’을 주제로 개최한 첫 주제 강연 자리에는 고등학생부터 종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시작 전부터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이날 발표는 철학자 김재인 박사가 「인공지능에 대한 몇가지 철학적 쟁점」을 주제로 문을 열었다.

김재인 박사는 인공지능에 대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 실제 컴퓨터 공학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스튜어트 러셀과 피터 노빅이 쓴 『Artificial Intelligence: A Modern Approach』와 페드로 도밍고스의 『The Master Algorithm』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강의는 인공지능의 논리적 바탕을 살펴보고, 약인공지능·강인공지능·네트워크인공지능으로 분류한 인공지능의 특징과 한계, 위험 문제를 본 후 미래 창의적인 교육의 구체적 방안까지 모색해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순서도,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기계학습

인공지능의 논리적 바탕을 알기 위해서는 4가지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김 박사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진 순서도가 있고, 컴퓨터가 수행할 일을 알려주는 명령어의 집합인 알고리즘이 있다. 그 다음 최다 경로를 짠 프로그램을 만들면 머신 러닝이라고 부르는 기계학습이 시작된다”고 인공지능의 기본바탕을 설명했다. 그는 “인간은 ‘기계학습 프로그램’을 프로그래밍하고 그 흐로그램을 학습시킨 후(학습과정에서 학습이 잘 되도록 인간이 간섭), ‘학습을 마친 프로그램’(결정론적으로 작동)을 최종적으로 이용한다”며 인공지능에서 인간의 최종역할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학습을 마친 프로그램은 잘못되면 작동이 중지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철학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약인공지능·강인공지능·네트워크인공지능의 세 유형으로 분류한 김 박사는 “약(narrow)인공지능은 계산. 데이터 분석 같은 특정한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으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곳에서 이미 엄청난 연구를 진행했고 실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에서 검색한 결과가 개인별 광고로 이어지거나 아마존에서 도서를 검색하면 추천도서가 함께 뜨는 것 등이 현재 접할 수 있는 약인공지능의 실례라는 것. 김 박사는 “대부분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강(general)인공지능인데 영화 속 터미네이터가 실현될 미래가 요원한 이유는 현재의 여건으로는 연구가 거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약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기에 교육과 경제체제 전반에 걸친 변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티븐 호킹 같은 이론과학자, 일론 머스크 같은 발명가, 대니얼 데닛,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닉 보스트롬 같은 철학자, 유발 하라리 같은 역사학자나 미래학자와 구글의 커즈와일이 에이아이포비아를 유포하는 오피니언 리더군이라고 유형을 구분했다.

강인공지능 보다 경계할 네트워크인공지능

그가 다음으로 제시한 네트워크인공지능은 새로운 개념이다. 그는 “약인공지능과 결합한 인간집단은 훨씬 폭발력이 큰데 인공지능에게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시키거나 정치경제적 목적으로 프라이버시를 파괴하거나 테러를 가할 수 있다”며 “현재로선 실현 불가능한 강인공지능보다 인간의 탐욕과 과실이 개입되는 네트워크인공지능이 사회에 훨씬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서 그는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비하기 위해 교육은 ‘창의성’에 방점을 둬야만 하고 예술가의 창조행위를 참고해 자신만의 것을 만들 수 있는 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파고가 퀴즈를 풀 수 없는 이유

이날 토론에는 공학자와 인문학자가 나섰다. 감동근 아주대 교수(전자공학과)가 엔지니어의 언어로 표현해보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논리적 가능성과 기술적 현실화를 혼동하고 있는데 알파고를 예로 들어보자. 알파고는 왜 바둑만 둘까? 이세돌은 노래도 하는데. 이걸 설명하는 것이 알파고의 뉴련이 10만개 수준이라는 거다. 우리 머리에는 천억 개의 뉴런이 있다. 100만분의 1 수준이니 알파고 100만대를 만들어서 연결하면 알파고가 19줄 바둑이 아니라 20줄 바둑도 두고 퀴즈도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에너지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 천억 개의 뉴런을 인간은 20와트로 돌리는데 10만개 뉴런을 가진 알파고는 200킬로와트를 쓴다. 100억배를 올리는 게 가능할까? 획기적인 노벨상 발명, 발견이 10개 쯤 나오면 따져보자고 엔지니어들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마음을 흉내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그는 “사람은 1초 만에 기억해내는 걸 컴퓨터는 모든 저장매체를 뒤져야 한다”며 “기억하는 방식이 완전이 다르기에 현재 인공지능은 메타인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지능에 대해서는 “앞으로 사람이 1초 정도 생각해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거니 생산성, 효율성 높이려면 하이브리드 개념으로 인공지능과 인간이 할 일을 나눠서 배분하는 게 중요한데,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현득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교수는 김재인 박사의 인공지능 분류 해석을 놓고 이견을 제시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강약으로 나눌 때 기준이 약(narrow)해도 강할 수 있고, 강(general)해도 약할 수 있기에 대상을 따지는 게 아니라 분야가 어떤 태도나 목적을 갖는 지가 더 중요하다”며 “일반 인공지능과 특화된 인공지능이라고 쓸 것을 제안했다. 또한 그는 인공지능포비아를 불러일으키는 유형 분류에서 일론 머스크나 스티븐 호킹 같은 경우는 커즈 와일과 같은 논의의 선상에 위치시키는 것이 온당치 않다는 주장도 펼쳤다. 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하며 금방이라도 기술적으로 실현될 것처럼 등치시켜 놓고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유형은 아니라는 근거를 들었다.

이어 천 교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구도를 다시 정립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금은 인공지능이 따라오니 인간은 인공지능이 못 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구도인데, 과연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며 “대결구도, 기계를 대체제로 보는 구도 자체를 재점공하고 인간과 인공지능이 맺어야 할 바람직한 구도를 고민해봐야 적극적인 관계맺음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보다 근본적인 관계의 성찰을 요구했다.

발표가 끝나자 플로어에서는 질문이 쏟아졌다. 한 고등학생은 “멀리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던 전화기가 발명됐듯이 결국 인간과 비슷한 인공지능도 언젠가는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감동근 교수는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범용이고 양자컴퓨터로도 암호를 푸는 정도 수준인 상황에서 그런 가능성은 있으나 현재 기술로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창의성 기르는 대학 교육은?

대학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질문도 있었다. 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중년남성은 “창의성 교육이 중요한 것은 알겠지만 졸업한 고등학생이 사회에 진출하는 것과 대학에 가는 것 중 어느 선택이 유리한가”를 질문했다. 감 교수는 “대학교육은 5년 뒤 학생이 사회에 진출할 때 쓸모 있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데 인공지능을 포함해 많은 지식 분야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라며 “인터넷 검색하면 1초 만에 나오는 지식을 굳이 외울 필요가 있냐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문제는 대부분 학생들의 책 읽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픈북 테스트, 시험 중 인터넷 검색, 독후감 쓰기 등 할 수 있는 작은 부분부터 개선해가고 있다고 덧붙이며 대학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천현득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한국사회가 정말 창의성을 요구하는 사회인가? 질문하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는 학생들에게 너만의 창의적인 것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너무 이율배반적이다. 책을 못 읽는 대학생들이 증가하는 건 정말 문제다. 배경지식은 검색하면 된다고? 아니다. 어느 정도 지식은 있어야 그 다음 단계가 가능해진다.”

이에 한 청중은 “대학의 본질은 지식의 축적이라는 점을 간과한 거 아닌가? 위키피디아의 지식을 100년 후에도 지킬 가치가 있을지, 지식을 암기라도 해서 배우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김재인 박사는 “암기식 교육이 교육의 출발점이고 그게 바탕에 있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 없다”며 “더 강화하는 게 맞지만 과연 대학에서 책 읽기를 포함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답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염려를 내비친 질문에는 청중 모두가 집중해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김재인 박사는 “이윤추구가 자본주의의 핵심인데 규제가 없으면 대기업이 떡볶이 장사까지 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금까지는 인간이 할 몫을 저임금의 형태로 남겨뒀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본이 냉정하게 모든 영역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을 통해 가능한 모든 것을 구현하는 무서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다소 무거운 전망을 했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그 정의조차 모호한 지금,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닌 현실의 문제가 됐다. 이날 모인 많은 청중들은 인공지능이 가져다 줄 가상의 편익보다는 앞으로 유망한 자녀의 일자리 분야나 미래 교육의 형태 등 곧 들이닥칠 위협에 대한 현실적 대처방법을 요구했다. 그렇게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의 마음속에 깊이 침투하고 있었다. 지난 2012년 학제간 소통을 위해 시작된 초학제 프로그램 올해의 연구단은 향후 1년간 인공지능과 관련된 담론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상민 학술문화부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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