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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명예혁명
디지털 명예혁명
  • 이상훈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3.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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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우리는 아테네가 다른 도시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도시들의 모범이 되게 만들고자 한다.” 고대 희랍의 민주주의를 꽃피게 한 정치가 페리클레스가 한 이 말을 오늘 되새기고 싶다. 다원적인 세계 질서를 미국의 힘과 가치관 아래 제압하면서 최소한 부시 행정부는, 역대의 패권 국가들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화와 세계화 이후 신사회 질서의 ‘모범’을 보이고자 하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럴 때 이천오백년을 건너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는 대표 국가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미국의 정신이 세계사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계기를 맞을 것이다.

미국과 미국인들의 가슴아픈 상처인 9·11 테러가 힘에서 문제 해결을 찾은 비극적 경우이듯, 아프카니스탄 전쟁과 이어지는 이라크 전쟁도 다른 양상으로 보기 힘들다. 대량학살무기 확산을 막겠다는 전쟁에서 오히려 미국제 대량학살무기가 사용됐던 반면, 정작 점령지 바그다드에서는 아직도 생화학 무기 같은 것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없다. 전운이 감돌고 있는 북핵 문제 해법에서 이런 계제에도 다시금 위협적으로 충격과 공포를 미국이 조성하고자 한다면, 초강대국 미국이 민주주의의 무덤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 김정일 체제 역시 국제관행과 민주사회의 규범을 시대착오적으로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화에는 단선적인 대화도 있지만 보다 풍요로운 결론으로 나아가는 변증법적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북한 당국은 모든 대화에는 항상 상대가 있고 또한 그들의 주고받는 말에 귀기울이는 다수의 제3자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지구 네트워크 시대에 과거 이데올로기 대립 체제에서처럼 오직 단선적 대화에만 북한과 미국이 고착돼, ‘모 아니면 도’ 식의 최선과 최악을 위험스레 오고갈 이유가 없다.

우리는, ‘한반도이기 때문에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궁색한 보호본능에 의지하고 싶지 않다. 정보화와 세계화 이후 지구촌이 하나 될 수 있는 쌍방향적인 대화 채널과 기술적 힘을 소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패권과 대립으로 점철되는 세계 질서를 한반도에서부터 바꿔나가자는 개척 의지를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 지성인들의 지혜와 의지를 모아 북핵문제 해결을 평화와 번영의 21세기를 여는 디지털 명예혁명의 출발점으로 이끌어 나가자.
이상훈 / 편집위원·대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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