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즐기는 여성인재
변화를 즐기는 여성인재
  • 이성규 단국대 박사
  • 승인 2017.11.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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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이성규 단국대 보건과학대 리서치펠로우

처음 실험실 가운을 입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나에게는 참으로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하면서 ‘박사’라는 타이틀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라는 수식어도 같이 붙게 됐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변화들은 연구자로서 생활하는 나에게 내가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보다 녹록하지 않은 무게로 다가왔다. 연구자로서 패널티를 가지고 시작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도전을 주저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나와 같이 ‘출산과 육아’라는 인생의 큰 변화를 겪으며 주변의 대학원 선후배 동기들이 연구를 하나둘씩 그만두는 것을 많이 보았다. ‘나의 욕심 때문에 내 아이가 상처받고, 또래 아이들보다 뒤처지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벌써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이 이제는 실험실에서 같이 책을 읽기도 하고, 유치원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우리엄마 과학자야~, 대학교 선생님이야~” 하면서 자랑스럽게 이야기도 한다. 바쁜 엄마를 원망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힘들었던 순간들마다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며 노력한 보람을 느끼게 된다.

박사학위 후 2~3년이 지난 시점에서부터, 이제는 독립된 연구자로서의 변화에 대해 준비해야 할 때임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초조함과 압박감이 밀려왔다. 천연 기능성 소재 개발이라는 응용연구를 8년이 넘도록 해왔다. 나름대로 오랜 시간 동안 공부했다고 생각해왔지만 더욱 심도 깊은 연구를 위해서는 기초연구에 대한 부분을 다시 고민하고 연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하며 기다려왔다.

“성공과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온다”는 말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었던 덕분일까.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나에게 그토록 기다려왔던 첫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에 한국연구재단 학문후속세대 리서치펠로우에 선정되면서 독립된 연구자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두려움으로 바뀔 즈음 연구를 포기하지 않도록 온 기회에 감사하며, 이번 기회를 통해 연구자로서의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와 같이 여러 변화를 겪으며 연구하는 여성 연구자들이 중도에 포기하기 않고 끝까지 완주하길 바란다.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삶, 여자의 자존감을 살리는 삶, 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위해 노력하며 그에 맞는 값진 대가를 꼭 맛보기를 희망한다.
 
또한 중도에 포기하는 연구자들이 많이 생기지 않도록 신진 연구자들을 위한 보다 많은 기회와 연구 환경을 조성해 주는 국가와 사회가 돼주기를 희망한다.


 

 

이성규  단국대 보건과학대 리서치펠로우

계명대에서 식품가공학 전공으로 박사를 했다. 천연기능성 식품·의약품·화장품 소재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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