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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 점에 5천억 원
그림 한 점에 5천억 원
  • 조은영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7.11.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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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조은영 편집기획위원/원광대·미술사

최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이 약 5천억 원에 팔리면서 세계 미술경매 역사를 다시 썼다는 보도가 주목을 받았다. 다빈치가 1500년경에 그리스도를 그린 것으로 알려진 <살바토르 문디>는 불과 60여년 전, 단돈 7만원에 팔렸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수년 전 일부 르네상스 전문가들이 다빈치의 진품으로 인정한 이 그림의 거래기록은 1958년 영국에서 7만원에 경매된 후 2005년 뉴욕의 화상들이 약 1천100만원에 구입했고, 2013년 스위스 미술상이 850억, 다시 러시아 부호가 1천400억에 구매해서 올해 약 5천억 원에 판매된 것으로 정리된다. 흥미롭게도 국내외 경제계통 언론들이 문화예술 쪽보다 이 뉴스를 더 관심 있게 다룬 듯하다.
 
경제적으로 보면 단돈 7만원 가치의 물품이 60년 후에 250만 배 올라서 5천억 원의 상품이 됐고, 러시아 소장가는 물건 하나에 투자를 잘해서 4년 만에 약 3천600억 원의 이익을 거두게 된 셈이다. 그것도 다수의 전문가들이 여전히 그 진품 여부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말이다. 물론 ‘집구석에서 홀대받던 그림’이 ‘다빈치 추종자의 르네상스 시대 작품, 혹은 다빈치 모작이나 위작’이 되고 다시 ‘다빈치의 진품’으로 승격되는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이 그림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은 아니다. 미술사의 무수한 명작들은 아트마켓에 나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가격추정이 힘들다. 만일 <모나리자>가 경매되면 그 엄청난 파생수익을 감안할 때 수십조를 호가하리라고 추정되지만, 프랑스 정부가 매각할 리는 없다. 20세기 미술품 중에서는 2년 전에 피카소의 그림이 약 2천억, 드 쿠닝 회화가 3천300억 원에 거래됐다. 미술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수익창출의 주요소로 자리 잡았다. “돈을 버는 것이 예술이고, 사업을 잘하는 것이 최선의 예술이다.”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의 수십 년 전 말이 현실이 된지 오래다.
 
오백년 전의 다빈치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현대미술계의 거물인 영국의 찰스 사치는, 데미안 허스트가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로 채운 유리 상자에 넣어 모터로 움직이게 만든, 이른바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서 물리적 죽음의 불가능함’을 다룬 작업을 1991년에 9천만 원에 구입했고, 14년 후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티브 코헨에게 140억 원에 되팔았다. 많은 이들이 ‘미친 짓’으로 치부했지만, 이는 엄연히 미술사가 됐다. 지구촌 도처에서 신출귀몰하게 낙서화를 남기는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는, 흑백 스프레이로 그린 소품들을 2013년 뉴욕 센트럴파크의 가판대에서 작가 익명으로 개당 6만원 씩 팔았는데, 온종일 45만원을 벌었다. 그날 저녁 뱅크시가 SNS에 이 사실을 올리자, 6만원 상당의 소품은 개당 2억8천만 원에 재거래 됐다.
 
국내외 곳곳에서 조촐한 미술품 판매처나 작가들을 보면 혹여 현재의 뱅크시, 미래의 다빈치, 피카소, 허스트일 수 있고, 부동산이나 주식보다 긴요한 투자기회일 수 있으니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을지? 유독 현직 교수와 아마추어 인사들의 작품가가 드높고, 퇴직 후나 사후에는 해외 미술계에서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전성기 거래가의 절반 이하로 급락하는 일이 다반사인 나라, 미술품이 돈세탁과 로비의 요긴한 도구가 되어 특정 작가들에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사회에서 미술품 투자는 각별히 유의할 일이다.

국내 유수의 미술가들이 해외 미술계와 아트마켓에서는 외면당하고, ‘고품격’ 미술가를 자부하면서도 작업결과는 시간당 노동자를 자처해서 작품크기에 따라 가격을 부르는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직 우리의 모습이다.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의 파생수익이 승용차 150만대 수출과 맞먹는다는 식의 글로벌 문화예술의 수익창출에 대한 계산이 이미 십수년 전에 도출됐고, 전세계 국가·사회·기관들이 앞 다투어 이를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건만 ‘문화대국 대한민국’은 갈 길이 요원하다. 
   

 

조은영 편집기획위원/원광대·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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