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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최우수 교수로 선정된 조장희 캘리포니아 얼바인대 교수
연구 최우수 교수로 선정된 조장희 캘리포니아 얼바인대 교수
  • 박나영 객원기자
  • 승인 2003.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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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고 노력하지 않으면 성취하지 못하죠”

지난 3월, 조장희 캘리포니아 얼바인(Irvine)대 교수(67세,방사선학과·사진)가 2천5백 명 가량의 교수들을 뒤로하고 이 대학 최우수 교수로 선정됐다. 이 상은 캘리포니아 얼바인대 교수 중 연구업적 등에서 탁월한 성과로 학교발전에 큰 공헌을 세운 교수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역대 수상자 중 2명이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현재 침술과 뇌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로 주목받고 있으며, 뇌 생리학의 대가, 핵자기 공명장치(NMR)의 세계적 권위자, PET(양전자방출 단층촬영), MRI(자기공명 단층촬영)의 선구자 등 화려한 찬사를 받고 있다. 미국 최고 권위의 ‘학술원(National Academy)’의 한국인 최초 정회원이기도 하며, 한국인 가운데 노벨상 수상에 가장 근접한 학자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조 교수는 1962년 서울대에서의 석사 학위를 끝으로 40여년의 연구 여정을 스웨덴, 미국 등 국외 대학에서 주로 보내 왔지만 모국의 대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남달랐다. 

△먼저 이번 수상에 대해 축하 드립니다.
“매년 누군가가 받아온 상인데요, 뭐. (웃음)”

△역대 수상자 가운데 두 사람이나 노벨상을 수상했을 만큼 엄정한 심사를 거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교수를 평가하는 마인드에 있어서 미국 대학과 한국 대학의 차이점을 느끼시는지요.
“평가 기준이야 대학마다 다 같지 않나요? 법이 없어서 지켜지지 않는 건가요? 중요한 것은 그 기준을 어떻게 옳게 적용하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나는 요즘 한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자주 봅니다. 그런데 왜들 그렇게 투기에 빠져 있는 건가요? 투기란 것은 어떤 것입니까.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횡재를 바라는 것입니다.
한국 대학들은 노력하지 않고 결과를 얻으려 합니다. 어떻게 일주일에 20시간씩 강의하면서 연구업적까지 내기를 바랍니까? 그러니 남의 것을 베끼는 교수가 생기고, 연구의 질이 아닌 양만 중시하는 교수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는 교수들에게 거짓말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대학 같은 경우, 나는 강의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학생 수가 교수 수보다 적기 때문입니다. 교수 몇 명이 함께 강의하거나 하는 식이죠. 이런 것이 바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 측의 배려입니다.”

△한국인으로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캘리포니아 얼바인대의 ‘2003~2004년 연구 부문 최우수 교수’로 선정되셨습니다. 연구 업적이 탁월한 만큼 한국으로 모셔 오려는 대학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오라는 대학이 없더군요. 기회가 닿으면 모국의 대학으로 가고 싶었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합니까?”

△글쎄요, 재정적 문제가 아닐까요? 교수님을 모셔 오기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텐데 그만한 여력이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물론 그런 측면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고 봐요. 나는 캘리포니아 대학에 있다가 컬럼비아 대학으로 옮겨갔고, 다시 캘리포니아 대학으로 오게 됐습니다. 내가 지원했을까요. 아닙니다. 대학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나에게 와달라고 했습니다.
이 분야에서만은 최고가 돼야겠다라고 생각하면 그 목표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노력을 다하는 것이에요. 이것이 바로 미국 대학들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입니다. 반면 한국 대학들은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해요. 나는 한국 대학이 자유로운 학문 경쟁 체제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이런 마인드가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노벨상 수상자 후보로 꼽히는 학자들이 대부분 해외 대학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우수한 학자들을 빼앗기는 형국인데요, 그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우리나라 학계에 아직도 가치가 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흔히 오래된 대학이 좋은 대학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오래된 대학일수록 그 나름의 가치가 정립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가치기준 없이는 어떤 연구가 가치 있는 연구인지 판단하지 못합니다. 가치 있는 연구는 어떤 것입니까. 그리고, 어떤 연구가 노벨상을 받는 연구입니까. 첫째, 연구 자체가 창조적이어야 하고, 둘째, 인류에 공헌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학은 이런 연구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해요. 몇 년 동안 논문 한편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교수가 큰 연구를 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흔히 상아탑 속의 학자란 말들을 하는데, 특히 과학의 경우 그 정도가 더한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노벨상 수상자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스타 과학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셨는데요.
“물론입니다. 그러나 언론에서 내가 과학자도 대중에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내 말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내가 말하는 스타 과학자란 훌륭한 학문을 하는 과학자, 해당 학문 분야에서 이름있는 학자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겠습니까. 바로 노벨상을 타면 그렇지 않을까요? (웃음)”
조 교수는 무엇보다 한국 대학들이 노벨상을 꿈꾸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 우리 나라 학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노벨상이라며 꿈꾸지 않는 자는 노력하지 않으며, 노력하지 않는 자는 성취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캘리포니아=박나영 객원기자 imnaria@kyosu.net

□ 약력 : 1936년 生.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 스웨덴  웁살라대 전자공학 박사. 스웨덴 스톡홀름대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 교수.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한국과학기술원 초빙석좌교수. 현 미국 UCI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미국 학술원(NAS) 회원. 학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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