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부는 적폐청산 바람 … “법인에 구조적 접근 필요”
대학가에 부는 적폐청산 바람 … “법인에 구조적 접근 필요”
  • 한태임 기자
  • 승인 2017.11.27 09:4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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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련, 사립대학 적폐청산을 위한 대토론회 개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 ‘적폐 청산’의 바람이 대학가에서도 불고 있다. 취임 100일을 넘긴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사립대학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사학혁신위원회’를 출범한 가운데,  대학가에도 어느 때보다 사학의 부정비리와 갑질에 대한 척결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사장 박순준, 이하 사교련)가 지난 23일 중앙대에서 ‘사립대학 적폐청산’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은 “사립대학 적폐 문제는 더 이상 지방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됐다”면서 “토론회를 통해 ‘사립대학 적폐청산’과 ‘대학 거버넌스 확립 방안’에 대한 좋은 제안들이 잇따르길 기원한다”는 말로 대토론회의 문을 열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지난 23일 중앙대에서 ‘사립대학 적폐청산’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주담론에서 기업담론으로의 전환

이날 발표는 김누리 중앙대 교수협의회 고문의 「대학기업화와 폐허의 한국대학-중앙대, 성균관대의 사례를 중심으로」로 출발했다. 첫 번째 발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김 교수는 “두산 그룹이 인수한 이후 학내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대학 기업화의 결정적 원인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꼽았다. 1988년 6·10 항쟁 이후 한국 사회가 30년에 가까운 군부 독재시대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 단계로 진입하자, 권위주의시대에 지배적이던 ‘민주담론’이 급격히 사라지고 ‘기업담론’이 캠퍼스를 장악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 대학이 급속히 기업화된 데는 미국 대학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그는 “해방 이후 한국 대학은 제도적인 면에서나 이데올로기적인 면에서나 미국 대학의 복사판과 다를 바 없다”면서 사립대학 중심체제, 대학 서열화, 취약한 재정지원, 치열한 입시경쟁, 비싼 등록금 등 한국 대학이 미국 대학의 제도와 관행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1980년대에 시작된 대학의 기업화가 한국에서는 10여 년의 시차를 두고 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대학이 시장의 지배에서 벗어나 진정한 학문공동체로서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그는 교수들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본부에 맞설 수 있는 문화적 자본을 가진 이들이 바로 ‘교수 집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교수가 ‘대학경영’의 단순한 객체가 아니라 ‘대학운영’의 적극적 주체로서 다시 대학의 중심을 장악할 때 비로소 현재의 위기를 넘어설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제언했다.

산학협력단의 비리 문제를 사학 적폐와 연결 지은 발표도 있었다. 구경완 호서대 교수협의회 회장의 「사립대학 산학협력단의 명암과 해결책」이다. 구 교수에 따르면, ‘대학 및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표방하며 출범했던 산학협력단이 최근 학교법인 이사장의 공금 횡령에 상당 부분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학협력단 자금의 유용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묻는 대법원 판결 사례문까지 함께 제시해 눈길을 끈 구 교수는, 산학협력단의 문제점으로 △산학협력단 1인 이사 체제 △형식적인 운영위원회 △이사의 의무와 책임 문제 △산학협력단 감사 선임 문제를 꼽았다.

발표를 듣던 청중들은 “산학협력단이 1인 이사체제로 운영돼 왔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내비쳤다. 구 교수는 산학협력단 1인 이사를 다수 이사로 개정하고, 이사들의 회의 방식을 법률로 명시해 투명성 및 절차성을 확보하며, 이사와 감사의 의무와 책임도 법률로써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화여대 사례로 바라본 총장직선제

마지막 발표자로 강단에 오른 이선희 이화여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대학 거버넌스 개혁의 교훈과 과제-이화여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저희의 시행착오가 반면교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자리에 섰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뗀 그는, 최경희 전 총장의 퇴임과 동시에 시작된 후임 총장 선출이 어떤 과정 속에서 이뤄졌는지 허심탄회하게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화여대의 총장직선제 추진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최경희 전 총장이 사퇴한 후 두 달 만에 ‘평의회’를 설립했지만, 구성원(교수, 직원, 학생, 동창) 간 지분율을 놓고 이견이 많아 14차례나 회의를 거친 후에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이 교수는 총장직선제 도입의 성과, 향후 과제도 함께 짚었다. 긍정적인 효과로는 △총장후보 선출에 대한 민주적 토대 마련 △대학 구성원의 주체성 증가 △총장 및 재단의 소통 능력 증가를 꼽았고, 부작용 및 남은 과제로는 △민원성 공약 남발 △인지도 높은 후보에 표쏠림 현상 △투표 지분 논의 과정에서 구성원 갈등 야기 △총장 역할에 대한 구성원들의 입장 차이 조정을 꼽았다. 이 교수는 “대학 거버넌스는 인물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면서 투명하고 민주적인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 의사 결정권자는 ‘법인’”

이어서 진행된 지정토론에는 박우상 인하대 교수회장, 최찬수 대전대 교수협의회 공동회장, 이봉주 조선대 교수평의회 의장, 이순일 아주대 교수회 전 의장, 한만수 동국대 교수협의회 전 회장, 손병돈 수원대 교수협의회 부대표, 김광산 사교련 자문 변호사가 자리했다. 이날 이재력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장도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에 답할 예정이었으나, 포항지진으로 인해 미뤄진 수능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최찬수 대전대 교수를 비롯한 몇몇 교수들은 총장 선출에 대한 의견을 나눈 반면, 법인과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는 교수들도 있었다. 이봉주 조선대 교수는 “총장 선거에 대해 많이들 말씀하셨는데, 우리 대학은 이미 그 단계를 뛰어넘어 철옹성 같은 이사회를 타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상황에 있다”고 전했다. 이순일 아주대 교수는 “최종의사결정권자는 ‘법인’이기 때문에,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고민보다는 법인을 어떻게할 것인지에 대한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사회를 맡은 유원준 사교련 정책위원장은 장장 3시간에 걸친 토론회를 끝마치면서 교수 사회의 ‘자성’과 ‘단결’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각 대학의 교수들은 그간 총장, 이사회, 법인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왔는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개별 사례들을 공유했다. 총장직선제 요구단계에 머물러 있는 대학들도 있는가하면, 대학의 거버넌스를 흔드는 ‘법인’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고민하는 지점까지 나아간 대학들도 있었다. 저마다 상황도 고민도 달랐지만, 한 가지 지점에서는 생각이 동일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학문공동체를 망가뜨리는 행위와 시도는 ‘중단’돼야 하고, 교수들이 앞장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르게 찾아온 겨울 눈바람도 대학 적폐 청산을 향한 이들의 목소리를 식히지는 못했다.

한태임 기자  hantae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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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살자 2017-11-28 10:38:07
전 정권부터 미뤄져오던 공주대, 방통대, 전주교대 1순위 총장 후보 임용은 언제 되는 걸까요? 대학 내의 비리도 문제지만 대학 외부(교육부)의 문제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스스로를 돌아봅시다 2017-11-27 11:31:33
철밥통 교수사회의 적폐 청산이 우선 아닌가요? 본인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걸 보면 교수사회만큼 누린내가 진동하는 곳이 없습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따지다니. 본인들의 기득권, 권위의식, 철밥통 등 과거부터 온 악습들을 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