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연구의 중요성
발로 뛰는 연구의 중요성
  •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 승인 2017.11.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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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지난 10년간 도시쇠퇴에 대한 연구논문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도시쇠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직접 통계자료를 이용해 검증해 보았다. 앞으로 20년 후면 3분의 1정도의 지자체가 위험하다는 분석결과를 얻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나도 반신반의할 정도의 암울한 결과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지방도시 쇠퇴의 심각성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연구실 학생들과 답사팀을 꾸려 지난 2년 동안 주말을 이용해 지방 중소도시들을 답사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책상에 앉아 세상을 이해하는 책상물림들에게 ‘발로 뛰는 연구’는 세상을 이해하는 너무나 큰 도움을 줬다. 학생들에게도 현장체험은 강력한 학습동기를 유발했다. 우리 연구팀이 목도한 지방 쇠퇴도시의 현실은 문헌을 통해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심했다. 대부분의 지방 중소도시는 젊은 인구의 유출로 인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었다. 집과 상가도 노후화돼 있었고, 경제적 활력도 없었다. 인구가 빠져나가 빈집들이 줄지어 방치된 지역, 그리고 원도심의 재래시장은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활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사회과학에 적용될 수 있을 게다. 발로 뛰는 연구는 개념적 연구를 보완하는 너무나 유익한 틀을 제공해 준다. 여기 학이사 코너를 통해 도시학자로서 어떻게 쇠퇴도시를 이해하려 했는지 그 ‘발로 뛰며’ 공부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우리 답사팀은 방문할 지역에 대해 가능한 많이 뒷조사(?)를 했다. 답사 장소로 떠나기 전 사전 조사 자료는 기존 연구들을 발췌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쇠퇴지역의 정보 또한 여러 인터넷 신문들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과 로드뷰 기능은 답사 전 간접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여행 자체보다 여행을 준비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말처럼, 답사의 준비과정이 실제 답사보다 즐거운 적도 많았다. 중소 도시에 관한 정보들은 차고 넘쳤다. 그러니 답사는 여러 문헌들이 얘기하고 있는 내용이 정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쇠퇴지역을 거닐며 매우 놀랐던 기억도 있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많은 기사들이 과장된 허위 정보였기 때문이다. 성공적 도시쇠퇴 사례로 소개된 곳을 방문해보면 외형만 그럴싸하게 포장된 곳이 더 많았다. 도시를 먹여 살릴 것 같이 선전된 산업단지가 알고 보면 입주할 기업이 없어 골칫거리인 경우도 있었다. 여러 번의 답사를 통해 우리들은 어떻게 가짜정보를 걸러내는 지에 대해 자연스레 체득하게 됐다.

답사지로 출발하기 직전엔 반드시 토론을 진행했다. 사전 토론은 답사 때 꽤나 큰 도움을 주었다. 토론거리가 그리 많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구한 정보가 너무나 기초적인 것인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답사를 앞 둔 우리에게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작용했다. 쇠퇴지역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으니 얼토당토아니한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도 매우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이 지역은 왜 쇠퇴했는지’에 대한 원인진단부터 ‘이 지역을 어떻게 살려야 되겠는지’의 대안제시까지 여러 이야기들을 주절거렸다. 축제의 내용을 이러저러하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부터, 시장과 공무원에 대한 칭찬이나 험담, 지역 인심에 대한 품평, 민담에 대한 현대적 해석 등, 이 많은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답사지역을 더욱 따뜻한 눈으로 보게 하는 힘을 주었다.

답사지역에서 수많은 지역주민, 도시재생 활동가, 상인들을 만났다. 이들과 대화하며 쇠퇴지역 주민들의 상실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답사지역을 걸으며 연구실 학생들과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 과정에서 도시 쇠퇴에 관한 흐릿했던 여러 개념들이 점점 명확하게 드러났다. 가깝게는 쇠퇴도시 주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으로부터, 크게는 도시쇠퇴의 원인, 쇠퇴의 진행과정, 더 크게는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더욱 체계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다.

지난 3년간 몸으로 배우는 도시학의 중요성을 몸소 느꼈다. 그리고 답사를 통해 보고 느낀 바를 정리해 『지방도시 살생부: 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지방중소도시가 겪고 있는 암담한 현실뿐만 지역주민, 활동가, 상인, 공무원, 문화해설사와의 대화 속에서 얻은 지방 중소도시의 생존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도시쇠퇴를 염려하는 많은 분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응원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발로 뛰는 연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중앙대학교에서 응용통계학으로 경제학 학사, 서울대학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를 취득한 뒤 런던대학교에서 도시계획학 박사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지위경쟁사회』,  『지방도시 살생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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