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역사학계 중론에 입각한 전시와 교육 이뤄져야
박물관,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역사학계 중론에 입각한 전시와 교육 이뤄져야
  • 최성희
  • 승인 2017.11.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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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지난 1일 취임한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서울 도심 광화문 한가운데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주진오, 이하 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의 영문명은 ‘National Museum of Korean Contemporary History'다. 개항기부터 지금 현재에 이르는 시대의 역사를 다룬다. 박물관 건물은 근현대사 역사의 현장에 놓여있다. 박물관 건물은 본래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건물로 사용되다가 1963년에는 경제기획원, 재무부, 1989년부터는 문화공보부, 문화체육관광부 청사로 사용돼왔다. 그러다 2010년 11월 25일부터 리모델링 착공에 들어가 2012년 12월 26일 개관했다. 지상 8층 건물에 4개의 6개의 전시실과 수장고, 세미나실, 강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 박물관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록하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역사문화공간이다. 주진오 상명대 교수(역사콘텐츠학과)가 지난 1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으로 취임했다. 주진오 관장은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필자협의회 대표,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협의회 공동대표, 서울시교육청 역사교육위원회 위원장, 문화재청 근대문화재전문위원, 제2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근현대사분과 간사, 전국문화콘텐츠학과협의회 회장, 인문콘텐츠학회 기획이사 등을 역임했다. 경복궁이 훤히 내다보이는 박물관 관장실에서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을 만났다. 

정리 최성희 기자 ish@kyosu.net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취임을 축하한다. 신임 관장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영 방침과 포부가 있다면.

우리 박물관이 다루는 역사를 국민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기관이 됐으면 한다. 누구나 편하게 찾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상적인 목표지만, 꿈이 있어야 그에 맞게 노력하고 그 꿈이 이뤄지는 거다. 여러 활동들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박물관장자리에 오게 된 만큼 이 박물관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 쏟아 부을 생각이다. 내부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사람이 대접받는 문화’다. 내부 구성원들의 역량의 강화가 중요하다. 상명하달로 단순히 강요가 아닌 확신에 따라 일을 할 때 보람과 책임이 함께 가고 개인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박물관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기능이다. 해외 박물관 같은 경우에도 박물관은 그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 박물관은 단순히 진열장 안에 유물을 수동적으로 전시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쌍방향적인 매체로 활용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유물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않다. 대개 몇 점, 몇 건 하는 양을 강조하기 마련인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물의 질이다. 전시하고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물로 사회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간적인 여유가 필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물은 본래 박물관 용도로 지어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박물관으로서 적합한 건물은 아니다.

 

△건국일 논란, 국정교과서 문제 등 역사학계에는 많은 이슈가 있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다루고 있는 ‘근현대사’는 논쟁적 시선이 교차한다. 앞으로 박물관 운영에 있어 어떻게 ‘균형감각’을 살려나가 것인가.

사실 역사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이 있다. 박물관은 어디까지나 역사학계의 중론과 통설에 입각해 전시를 운영하고,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관장 한 사람이 바뀐다 해서 박물관 방향 자체가 변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더 이상 역사를 정치나 이념에 갈등 현장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최소한으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박물관은 ‘치우친 박물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온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역사’박물관인데도 박물관을 외면하거나 박물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전시의 방향성도 어느 한 쪽에 치우치면 안 된다. 나는 취임 후 그간 박물관에 방문을 하지 않던 대여섯 곳의 역사연구 단체를 차례로 박물관 초대하고,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더 이상 박물관을 외면하지 말고, 비판해야할 일이 있다면 비판도 해달라는 거다.

나는 역사학자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역사는 이념의 수단이 아니다. 나는 그동안 검정교과서를 검정 집필해왔다. 흔히 ‘교과서적이다’라는 말을 듣는다. 재미는 없는데 치우치지 않고 규칙을 잘 지키고 그런 사람들이 많이 듣는 말이다. 내가 집필에 참여했던 중고등학교 검정 교과서들은 모두 정부의 검정과정에서 합격을 받았다. 그만큼 균형 있게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어디까지나 이 균형에 대한 판단은 역사학계를 비롯한 국민들의 몫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주로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박물관의 정체성부터 정립을 해나가고자 한다. 박물관의 영문표기, 한문표기, 전시가 다루는 시대를 일관되게 정리해나가려 한다. 사실 ‘근현대사’박물관이라고 하면 1860년대부터 다뤄도 괜찮다고 본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라 한다면, 나를 비롯한 역사학계는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내후년에는 ‘대한민국 100주년’ 기념 행사를 크게 열 계획이다.

 

△취임 이후 인사말에서 “교육 프로그램과 복합 문화예술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진화”를 표명했다. 특히 추진하고 싶은 교육 프로그램의 방향이 있다면?

강연식보다는 체험형의 프로그램을 많이 증대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는 역사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디지털, VR기술이 접목된 체험 프로그램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해야한다. 예를 들어 VR로 4.19혁명이 일어난 거리에 직접 참여해본다든지 전시기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한다. 수동적으로 보는 전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과거 역사 현장에 개입하는 거다. 내가 서울시 교육청 역사교육위원회 위원장을 할 때에도 ‘토론이 있는 수업, 질문이 있는 강의’를 강조했었다. ‘그 당시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그 시대에 내가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역사가 입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생생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한국학 전공하는 유학생들, 국내 외국인 단체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들은 한국의 역사를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나도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교수생활을 하다 미국 하버드대에 1년 있었고 미국 택사스주립대에서 영어강의를 1년 했었다. 그 경험을 비추어 추진하고자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출신의 외국인들이 직접 해설자로 활동하도록 한다면, 부가적인 효과와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역사박물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한 방안이 있는가.

박물관 구성원 모두가 아이디어를 모아 노력해야 한다. 박물관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문화공간이자, 서비스 공간이다. 국립 박물관은 국가 예산으로 국민들에게 문화적으로 서비스를 하는 기관이다.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관람객들만 맞이하기보다 박물관의 정체성과 필요성을 국민들이 널리 알 수 있고 찾아오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문광고, 버스음성광고, 옥외광고 같은 전통적인 홍보 방법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 같은 SNS, 박물관 홈페이지 등 친숙한 매체로 다가가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관람객 유도 방안은 박물관 전시가 ‘재미있는 전시’, ‘가볼만한 전시’ 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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