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바다의 민속에 눈을 뜨다
섬과 바다의 민속에 눈을 뜨다
  • 송기태 목포대 HK교수
  • 승인 2017.11.2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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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필자는 풍물굿에서 시작해 어촌민속까지 기이한 경로를 거쳐 연구를 하고 있다. 대학시절 풍물굿에 미쳐 전공수업을 빼먹기 일쑤였는데, 풍물굿을 연구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고, 대학원 과정 내내 섬과 어촌을 들락거리며 민속을 공부하게 된 것이다.

처음 관심은 풍물굿의 현장을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섬과 어촌에 전통성과 공동체성을 유지한 풍물굿이 잘 남아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풍물굿 연행자와 연구자들 사이에 상징처럼 인식되는‘공동체적 신명’은 실제와 전혀 다른 것이다.

섬과 어촌을 답사하며 풍물굿의 살아있는 현장을 볼 수 있어서 언제나 즐거웠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는 무언지 모를 답답함이 있었다. 농촌에서 자랐기 때문에 들판의 작물이나 비닐하우스 등을 보면 무슨 일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바다와 갯벌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것도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바다의 시간을 좌우하는 물때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바다와 육지는 사뭇 다름을 느끼게 된 것이다.

섬과 바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태적 조건과 사회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는데, 다행히도 연구를 시작한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은 역사학·민속학·생태학·사회학을 비롯한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왕성하게 연구하는 곳이었다. 매년 하나의 섬을 대상으로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공동조사해 성과를 공유하는 전통이 있어서, 선배 연구자들과 의견을 교류하고 논의를 거치면서 섬과 바다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갈 수 있었다.

풍물굿을 주제로 박사학위논문을 마친 뒤에는 섬과 어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견지하기 위해 스스로 장기간에 걸쳐 수행할 연구주제를 설정했다. 그것은 땅을 일구어온 삶과 바다에 기대어 온 삶은 왜 이렇게 다른가? 하는 의구심에서 시작했다. 육지는 신석기시대부터 농경을 통해 자연을 길들이는 방식을 발달시켜왔는데, 바다는 여전히 어렵(수렵)채취가 주된 생활방식임을 깨닫게 되었다. 바다의 물고기는 생태주기를 알기 어렵고, 설혹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관여하기 힘든 조건에 있었다. 그래서 육지에서는 농작물의 안정적인 성장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고, 바다에서는 해산물을 효율적으로 포획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렵(수렵)채취에 기대던 바다의 문화는 불확실성에 적응해온 문화였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경작의 문화는‘뿌린대로 거둔다’라고 하는 인과론적 사고와 사회를 형성했지만, 바다의 문화는 ‘뿌린대로 거두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어민들은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공유의 법칙이나 노동관행, 의례, 놀이 등의 여러 방면에서 장치를 마련해 놓았음을 알게 됐다.

섬과 어촌에 대한 나의 연구는 궁극적으로 ‘바다경작의 시대’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육지와 다른 문명을 걸어왔던 바다에서 경작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에 확산되기 시작한 양식어업은 이제 미래식량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일부 해산물의 경우 자연산보다 안전하게 관리된 양식산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수렵채취에서 농경으로의 전환은 문명사를 바꾼 혁명적 사건이었기 때문에 바다경작이 급속히 확산되는 지금, 섬과 어촌은 문명사의 전환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바다경작이 불러온 현재를 주목하고, 내륙에서 선험적으로 체득한 경작의 문화를 고려해 바다문화의 대안을 제시하는 데 연구력을 집중할 생각이다.

필자의 연구는 크게 풍물굿과 어촌민속학이라는 두 줄기에 걸쳐 있다. 풍물굿은 예능에 가깝고 어촌민속은 사회학에 가까워서 두 분야를 연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민속은 결코 예능과 사회가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알기에 두 줄기의 연구가 새로운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

민속학은‘전승돼 온’또는‘전통적인’ 문화를 연구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고, 기층 민중의 삶과 문화를 진지하게 연구해 온 학문 분야다. 전국에 학과가 1개밖에 없고 연구자도 적어서 학문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민속학과 민속연구라는 이름으로 축적한 연구성과는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필자도 국어국문학과에서 민속학을 공부하고 좌충우돌하며 길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민속연구는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송기태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HK교수

조선대에서 행정학사, 목포대에서 문학석·박사학위를 받았다. 『 고창농악』, 『 호남굿의이해』 등 20여 권의공저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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