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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 발전방안, 고등교육과 평생직업교육의 마스터플랜 속에서 마련해야
전문대 발전방안, 고등교육과 평생직업교육의 마스터플랜 속에서 마련해야
  • 이정표 한양여대 기획조정처장
  • 승인 2017.11.21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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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문대를 생각한다

사회 내 소외집단이 그렇듯이 전문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문대의 심각한 실상을 알리고 산재된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정책 방안을 쏟아 놓는 데 부심한다. 차기정부에 변화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 가면 제대로 성과도 얻지 못해 늘 실망감을 갖곤 한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로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 중심축으로 선언했을 때 전문대학은 숙원 과제를 해결할 것 같은 기대감에 환영했다. 그러나 기대감이 컸던 만큼 기시감을 넘어 실망과 자괴감도 컸다. 신정부가 출범된 지 백일이 훌쩍 넘었다. 금번 정부의 전문대학 발전 마스터플랜을 기대반 우려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전문대학 육성 방안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내년 5월까지 평생직업교육 기반 조성을 위한‘평생 직업교육 중장기 전략’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그리고 올해 10월 범부처 협업체계로 미래직업교육추진단(가칭)을 구성해 내년에는‘직업교육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안들이 다양한 시점과 절차를 두고 발표된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시 된다. 한 부처 내에서 부서별로 마스터플랜을 내놓는다면 이 정부가 지향하는 평생직업교육의 성과를 제대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전문대학 육성 방안 따로, 평생직업교육 마스터플랜 따로,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이 따로 마련된다면 21세기 국가생존전략의 수단인 평생직업교육을 과연 실효성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을지 염려된다. 전문대학은 기능이나 규모면에서 고등단계의 핵심적인 평생직업교육기관이다. 전문대학은 2016년 현재 339개의 고등교육기관(대학) 중 40.4%인 137개이고 입학정원 565천명 중 31.4%인 178천명에 달한다.

따라서 전문대학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는 고등교육정책에서 출발해야 한다. 고등교육체제 내에서 전문대학이 일반대학이나 유사 고등직업교육기관과 어떤 역할 분담을 해야 하는지, 94% 이상의 사립 전문대학이 국가지원을 받는 폴리텍 대학과 어떻게 차별화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 고등직업교육의 기능을 어떻게 활성화하고, 이 과정에서 전문대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고등교육(대학)정책이나 사업 지원에서 전문대학은 늘 주변부에 머물러 왔다. 고등교육은 곧 일반대학이라는 등식 속에서 정부는 일반대학 중심의 고등교육정책에 초점을 두어 왔다. 위원회 구성이나 고등교육 정책 논의에 있어서 일반대학 위주로 이루어진다. 오랫동안 전문대학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산학협력, 직업교육, 평생교육은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으로 중심축이 일반대학으로 옮겨지고 있다. 전문대는 정책적 소외를 넘어 일반대학과의 기능 중복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전문대 학생들은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에서 잊혀진 절반(forgotten half)인 것이다.

전문대학 정책은 직업교육체계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 초중학교의 직업기초능력과 진로교육을 비롯해 특성화고교, 전문대라는 수직적 관점에서 직업교육 발전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전문대학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정부는 물론 기업, 국민 의식 속에 존재하는 한 학력 및 학벌주의 사회나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직업교육은 고사될 것이다. 직업교육대학으로서 전문대학의 사회적 위상과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직업교육 참여를 유도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임을 외국의 고등직업교육 개혁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전문대는 평생직업교육의 핵심 주체로서 자리매김돼야 한다. 이미 20여 년 전 교육개혁방안에서 전문대학을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선포했지만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 기능은 오히려 위축돼 왔다. 평생교육 따로, 직업교육 따로식 정책 상황에서는 재정 확보 어려움이나 사회적 편견으로 성인자원 확보에 있어서 폴리텍대학이나 일반대학과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없다. 고용보험기금을 운용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직업교육기관을 제외하더라도 일반대학이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재편되는 양상은 전문대학의 고유기능인 평생직업교육을 무력하게 만든다. 국가적 수준에서 중장기적 평생직업교육 비전이나 전략을 수립하고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을 어떻게 활성화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전문대학 개혁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종전과 같이 전문대학이라는 제한된 시각에서 발전 방안이 마련된다면 정부 교체시마다 늘 겪는 반복 작업에 불과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현실로 다가선 상황에서 전문대의 혁신은 불가피하다. 이런 관점에서 전문대학 정책이 고등교육, 직업교육, 평생교육 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통합적으로 논의되고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직업교육의 수요자인 산업계의 목소리를 담는 것은 절대적으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정표 한양여대 기획조정처장(아동보육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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